<div>밀게에는 처음 글 써봐서 떨리네요...</div> <div> </div> <div>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div> <div> </div> <div>때는..2006년 여름...</div> <div> </div> <div>내가 배치받은 부대는 대대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생활하는 영외중대였고</div> <div> </div> <div>부대 특성상 중대의 4개 소대 중 1개 소대는 산 속에 있는 진지를 점령하여 약 6주간 생활하는 패턴의 연속이었다....</div> <div> </div> <div>물론, 1개 소대가 진지를 점령하면 그 적은 인원 안에서 불침번, 경계근무자 등등의 근무자를</div> <div> </div> <div>자체 내에서 뽑아 운영해야 했으며... 이는 굉장히 피곤한 진지생활을 충분히 예상케 한다...</div> <div> </div> <div>어쨋든... 당시 이등병이었던 나는 그 몇 안되는 소대 고참들과 근무를 통해..</div> <div> </div> <div>전혀 유머감각 없던 나를 개그맨으로 빙의하려 했으나... 뭐 천성이 어디 가겠는가....</div> <div> </div> <div>나중에는 재미없어서 그냥 아무 말 없이 둘이 서 있기 마련이었다...</div> <div> </div> <div>그러던 중 어느 한 오후 쯤이었을까....</div> <div> </div> <div>산 속에서 근무하다 보니 유난히 벌레가 들끓는 곳이었는데 (어느 부대나 그렇겠지만...)</div> <div> </div> <div>초소라고 지어진 조그마한 곳 밖의 창문에는 새벽에 붙은 하루살이들로 뒤덮여 있었고</div> <div> </div> <div>초소 내부는 그나마 시원해 돈벌레, 사마귀 등등의 각종 벌레들의 쉼터가 되기 일쑤였다...</div> <div> </div> <div>아무 말 없이 근무를 서다보면 굉장히 따분하기 마련이라... 선임의 관심은 벌레로 가기 시작했고...</div> <div> </div> <div>여기서 문제는 시작되었다...</div> <div> </div> <div>초소 근처의 무기고 옆쪽에는 발전기가 존재했는데 그 발전기를 구동할 수 있는 휘발유가</div> <div> </div> <div>옆쪽 말통에 들어있었고...</div> <div> </div> <div>선임은 벌레를 잡아서 놓고 나보고 휘발유를 뿌리라고 명령했다...</div> <div> </div> <div>나는 휘발유를 벌레에게 살짝 뿌리고 말통을 든 채로 뒤로 4~5보 정도 이동했다....</div> <div> </div> <div>이동했었다...</div> <div> </div> <div>하지만... 휘발유는 바닥에 그 흔적을 남겼고.....</div> <div> </div> <div>선임이 라이타로 불을 붙이는 순간....</div> <div> </div> <div>벌레로부터 붙은 불은 지면을 따라 내가 들었던 말통에까지 닿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순간 나는 당황했다... 왜냐하면 말통 뚜껑을 열어놨기 때문이었다.....</div> <div> </div> <div>순식간에 번진 불은 말통 내부로 까지 퍼지기 시작했고.....</div> <div> </div> <div>당시 어리버리 이등병이었던 나는....</div> <div> </div> <div>말통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야 겠다 라는 생각에 말통 손잡이를 잡고 멀리 치우려고 했다....</div> <div> </div> <div>이것이 실수였다.....</div> <div> </div> <div>말통이라고 해도 군용 철제 말통이었기에 무게가 상당히 나갈뿐만 아니라 휘발유도 거의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div> <div> </div> <div>뜨거워서 살짝 잡은 손은 힘이 부족했고 말통은 기울어지다가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던 것이다...</div> <div> </div> <div>안에서 새어나온 말통의 휘발유는 멀리멀리 퍼지면서 급격하게 불이 붙기 시작했고...</div> <div> </div> <div>평소 불이 나면 뛰어서 불길 속을 빠져나가면 되지라던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던 나는...</div> <div> </div> <div>불길이 이렇게 뜨겁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div> <div> </div> <div>다행히 불길은 초목으로 번지지 않았고 인명피해도 없었다...</div> <div> </div> <div>하지만.... 그 실수로 인하여 근처에 예비로 지어놓은 부사수 근무초소라는 이름의</div> <div> </div> <div>나무 기둥 및 비닐 쪼가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div> <div> </div> <div>원리원칙에 충실한 소대장은 중대에 바로 보고하였으며....</div> <div> </div> <div>사수 근무자였던 병장인 선임은 정기휴가를 짤리고 말았다...</div> <div> </div> <div>하지만 당시 이등병이었던 나는 그냥 넘어가줬다....</div> <div> </div> <div>굉장히 미안하기도 했고 화마의 무서움을 깨닫는 하루였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