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배틀이란 자고로 서로가 자기인생이 더 불쌍하다고 자랑하는 배틀인데,
이 고생자랑의 목적은 고생을 모르는(?) 상대를 닥치게 만드는 데에 있다.

평소에는 잘난 체/아는 체/멋진 체하기 바쁜 인간일수록 고생배틀에 더 열성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동반한다.
희한하게도 가장 고생한 자 앞에서 다른 선수들은 숙연한 침묵을 할 뿐이고
이 콜로세움의 승자는 다음 시합이 벌어질 때까지 가장 의기양양한 챔피언이 된다.

고생 배틀은 우리 주위에 흔해서, 
군대 vs 임신,
6.25 vs IMF,
우리 집 가난했다 vs 우리 집이 더 가난했다,
우리 부모는 나쁜 부모였다 vs 우리 부모가 더 나쁜 부모다,
우리 부대 빡쎄다 vs 우리 부대가 더 빡쎄다,
심지어 부랄통 vs 출산통 같은 병신짓까지 오늘 보았다.

진짜 고생을 아는 이들은 고생 배틀에 끼지 않는다.
아무리 하찮은 고생과 고민을 늘어놓더라도 그저 상처입은 친구를 다독여 줄 뿐이다.

물론 우리 모두는 고통으로 가득한 험난한 세상을 살고 있다.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아름답다.
하지만 고생 배틀은 상처를 열어보이고 서로를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고생을 앞세워 다른 이의 상처를 찍어누르기 때문에 역겨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