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오기 전의 이야깁니다.
살던 집이 대도시 바깥의 약간 시골같은 동네에 있는 한옥식 집이었어요.
집의 느낌도 좋았고 동네 사람들 역시 저희 가족들을 환영해 주어서 잘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집의 집값은 싼 데 비해 굉장히 집이 넓었고 또 집이 한채가 아니라 두채습니다.
한채는 우리 가족들이 쓰는 곳이고 또 한채는 손님들이 올 떄 쓰는 곳이었지요.
하여간 우리 집 가족들은 모두 만족하고 거기서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몇일 뒤에 남동생과 제가 잘 가지도 않던 손님용 집채으로 갔습니다.
몰랐는데 손님용 집채에는 다락방이 있었습니다.
동생과 저는 호기심에 다락방으로 올라가 놀기로 하고
먼저 제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계단을 좀 더 올라가니까 어두워서 잘 안보였는데
옷같이 생긴 천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더라구요.
전에 살던 사람들이 놔두고 간 옷인가 싶어
밑에 있는 동생한테 여기에 옷이 있는데 가지고 내려간다고 말하고
다락방 계단을 오르다 말고 옷을 몇 가지 집어들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동생과 저는 점차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옷에는 여러군데에 피가 굳은듯한 자국이 있었던 겁니다.
그것도 가지고 내려온 옷 전부에 가득 피가 묻어있었습니다.
머리속에는 별에별 생각이 다 들고 했지만 그때는
이 사실을 묻어둬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머리를 지배했습니다.
동생에게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했고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그 옷을 다시 다락방 쪽으로 집어졌습니다.
그 후 저와 동생은 아무일 없었다는듯 행동했으며 다시는 그 손님방을 가지 않았습니다.
동생과 저는 그 일을 점차 잊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집에서 살던 몇 년이 흐른 후 우리 가족은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가족들 중 그 누구도 이사간 집 근처로 갈 일이 없어서 간 적이 없었지만
그 집 근처에 새로 사귀게 된 친구가 살고 있어서 자주 그쪽으로 놀러갔습니다.
친구와 놀다 우연히 이사가기 전 집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문득 생각나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여기가 내가 전에 살던 집이였어.
친구는 조금 놀란 듯 하더니, 다시 평온해진 얼굴로 말했습니다.
거기서 살면서 별 일은 없었니?
저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다 예전에 동생과 봤던 다락방 안의 피 묻은 옷들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이야길 할까 말까 하다, 친구는 이 동네에 오래 살기도 했으니
상관 없겠다 싶어 그때의 옷 이야기를 가만히 떠올리며 얘기했습니다.
이야기를 끝마치고 친구를 보니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혹시 이 이야기 동네 사람들도 알고 있니?
친구의 물음에 저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다행인 줄 알아.
의미 모를 친구의 말에 전 물었습니다.
다행이라니 왜?
친구가 들릴듯 말듯 중얼거렸습니다.
내가 가장 맨 처음 듣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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