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퇴근길에 오른 난 여김 없이 스쿠페스를 켰다. <div>언제쯤 SR코토리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정 자체가 즐겁기에 신경쓰지 않고 LP를 녹여갔다.</div> <div><br /></div> <div>환풍기가 신나게 돌아가던 저녁 8시 30분이 넘은 지하철 내부는 조용했다.</div> <div>불과 하루 전만 해도 사람으로 가득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에 비하면 전혀 다른 세상과 같이 느껴졌다.</div> <div>신경 쓸 것이 없기 때문일까, 심심하면 굿을 띄우던 내 손가락은 현란하게 퍼팩트를 눌러댔고 <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올콤의 기운이 느껴질 무렵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무미건조한 방송이 나왔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이번 정류장은 소사, 소사 역입니다."</div> <div><br /></div> <div>아직도 집까지 멀었다는 안타까움과 한판 더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교차하며 한 곡을 끝냈을 때</div> <div>닫히는 문 틈으로 한 아이가 허겁지겁 들어왔다.</div> <div><br /></div> <div>요즘 아이들답게 몸매가 드러나도록 줄인 교복.</div> <div>몸집에 비해 과도하게 큰 빨강색 가방.</div> <div>약간은 뾰루퉁하고 젖살이 덜 빠져 앳된 느낌이 가득, 볼에는 살짝 홍조가 진 얼굴.</div> <div>윗머리를 약간 잡아 빨강 고무줄로 묶어내린 헤어 스타일.</div> <div><br /></div> <div>애니메이션으로 말하자면 '링고짱' 이라고 부르면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아이였다.</div> <div><br /></div> <div>평소 사람을 잘 관찰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유심히 관찰을 시작했다.</div> <div>이런 아이를 언제 또 만날지 모르기에.</div> <div><br /></div> <div>그 아이는 누군가가 자기를 지켜본다는 생각은 못했는지 지하철 창 밖을 뾰루퉁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div> <div><br /></div> <div>몇 분이 지나고 난 목적지에 도착했다.</div> <div>이렇게 내리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기에 그 아이의 모습을 눈으로 뇌로 세겨두기 위해 바라보려 했으나 의미는 없었다.</div> <div>내 앞을 가로막고 있던 아이는 나와 같은 곳에서 내렸다.</div> <div><br /></div> <div>이렇게 더 지켜볼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계단을 지나 개표소를 지났다.</div> <div><br /></div> <div>개표소를 지나온 아이는 몸집보다 더 큰 가방을 흔들며 두리번거리고 있던 곱슬머리의 여성에게 뛰어갔다.</div> <div>누가 봐도 엄마와 딸의 모습이리라.</div> <div><br /></div> <div>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줘서 고맙다고.</div> <div>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div> <div><br /></div> <div>마음으로 외치고 오늘은 저녁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br /></div> <div>"엄마~ 기다렸어?"</div> <div><br /></div> <div>"아이구~ 우리 아들, 오늘도 힘들었지?"</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집 근처의 팻숍에 들려 햄스터가 보고 싶어졌다.</span></div> <div>발걸음은 빨라졌고 팻숍이 닫히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br /></div> <div><br /></div> <div>ps1. 덕분에 스쿠페스 올콤은 완벽하게 실패..</div> <div>ps2. 팻숍은 너무 멀어서 가기 귀찮아서 않갔어요..ㅠㅠ</div> <div>ps3. 회사 직원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넌 썩었어.." 라고...</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 </span></div>
<STYLE>textarea{color:#000000; background:url("http://i.imgur.com/NzTHJ63.jpg"); border-width:0; border-color:#FFFFFF; border-style:solid;}</STYLE>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