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0살 ~ 22살</p><p>20살은 내게 있어서 가장 큰 변화의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공고 취업으로 (주)서전의 A/S담당자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1년 6개월간</p><p>정말 정신없이 일했다. 그때는 '공부를 못하니까 기술을 익혀야지.' 라는 생각으로 다녔지만 불만은 없었고 회사생활은 즐거웠다. </p><p>통장에 돈은 계속 쌓여갔고 이대로 10년이고 20년이고 일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 생각이 </p><p>바뀌었다. 죽어도 하기 싫었고 돈줘도 안한다고 했던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p><p><br></p><p>목표는 없었으나, 일단 공부를 하면서 내가 하고싶은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뚜렷한 목표도 잡지 않은 상태로 난 1년 8개월이 되는 시점에</p><p>회사를 그만뒀다. 그동안 모아둔 돈이 천만원 가량. 이 돈이면 조금은 방황하더라도 목적지까지 가는데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p><p>선택한 것이 프로그래밍이었다. 산수도 제대로 못하고, 수학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프로그래밍을 배우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p><p>엄청나게 반대하셨다.</p><p><br></p><p>그 반대를 무릎서고 학원을 등록했으나.. 쉽지 않았다. 포인터 부분에서 콱 막혀버렸고 그때부터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렸다. 이때가 21살</p><p>이었다. 그 뒤로 1년에 가까운 시간을 피씨방과 술집, 그리고 집을 오가며 지냈다. 천만원 가까이 모아놨던 돈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아직은</p><p>괜찮다고 생각했다. 난 젊었고 뭐든 할 수 있는 나이기에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웃을 수 있었다.</p><p><br></p><p>다행이라면 이 시기에 둘도 없는 친구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이 친구들과는 자주 다투기도 했으나 서로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았고 덕분에</p><p>고작 2년 정도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모든 것을 아는 친구사이가 됐다. 친구들과 지내는 것은 즐거웠고 이 덕분에 내가 결코 시간을 헛보내지 않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난 22살 겨울에 군대를 가게 됐다.</p><p><br></p><p><br></p><p><br></p><p>*23살 ~ 25살  </p><p>어떤 사람들은 군생활을 하면서 가치관이 바뀌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전자에 속했다. 하지만, 딱히</p><p>좋은 방향으로 바뀌지는 않은 것 같다. 22살까지의 패기나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군생활이 이어지면서 어딘가 비겁해지고 </p><p>변명만 늘어놓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전역한 뒤, 이런 안좋은 모습은 더욱 심해져갔다. </p><p><br></p><p>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려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도 못했다. 웃긴 것은 내 자신의 문제를 당시에는 사회의 문제라고 말하고</p><p>다녔다는 점이다.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기에  나는 프로그래밍을 다시 공부했다.</p><p>하지만, 한번 실패했던 부분을 넘지 못했고 '난 바보구나.' 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p><p>집구석에 처박혀서 6개월 가까운 시간을 보내니 전부 싫어졌다.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메모장을 열어놓고 내키는대로 글을 마구 썼다.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난 이렇게 답답하니까 누가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 라는 식이었던 것 같다.</p><p><br></p><p>그렇게 1달 정도를 목적도 의미도 없는 글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글쓰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 차츰 나름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p><p>했다. 가장 흔한 소재는 집 밖에서 떠드는 아이들과 아줌마, 그리고 밤이 되면 찾아오는 술취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집구석에만 처박혀서</p><p>지내는 내게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가슴속에 희망을 불어넣어줬다.</p><p><br></p><p>25살 중순, 난 학원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예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모아둔 돈이 300정도 있었고 이 돈이라면 학원 생활과 아르바</p><p>이트를 함께 한다면 어머니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가능해 보였다. 다니기로 한 학원은 게임관련 학원으로 그쪽에서 게임관련 시나리오를 공부하기로 했다. 이때가 25살의 봄이다.</p><p><br></p><p><br></p><p><br></p><p>*26살</p><p>학원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시나리오 쓰는 법만 가르치는 줄 알았고 그렇게 소개를 받았는데, 막상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니</p><p>게임 시나리오 작가라면 알아야 한다며 프로그래밍, 게임기획, 그래픽 등등.. 별별 것들을 다 가르쳤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었지만</p><p>이렇게 해서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될 수 있다면 해야지 어쩌겠어? 라는 생각으로 학원을 계속 다녔다.</p><p>성적은 그럭저럭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지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이건 아닌 것 같아.' 라는 생각이</p><p>가득했다. 이 무렵부터 나는 학원의 공부를 점점 개을리하기 시작했고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구입해서 나름의 공부를 시작했다.</p><p>책을 통해 터득한 지식은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것들보다 재미있었고 더 도움이 됐다. 이 무렵, 나는 학원을 더 이상 다닐 필요가 없다고 </p><p>생각했기에 6개월을 마지막으로 학원을 그만뒀다.</p><p><br></p><p>그때부터 난 집에 틀어박혀 혼자 공부를 했다. 잘 안되는 날에는 술 한잔을 마시고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하고 산책을 하면서</p><p>성공한 모습을 떠올리며 실실 웃기도 했다. 그때 당시에는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보였고, 나도 조만간 게임 회사에 취직해서 시나리오를 </p><p>쓰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p><p>문제는 사람 일이라는게 생각처럼 되진 않는다는 점이었다. 글이 안풀릴 때 마시던 술을 시도때도 없이 마시다 보니 글을 쓰며 즐거워</p><p>하던 내 모습은 사라졌고  시간이 술만 마시고 있는 내가 남아 있었다. 덕분에 어머니와 사이는 심하게 안좋아졌고 그 짤방으로 돌아다니는 </p><p>'넌 하루하루 똥만 만드는 기계일 뿐이지!' 이게 내 모습이 되어 버렸다.</p><p><br></p><p>이 무렵, 나는 어머니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사이가 멀어졌다. 정확하게는 사회에서 멀어졌던 것 같다. 어머니에게 받는 용돈 중, 절반 </p><p>이상은 게임과 술값으로 써버리니 남는 돈은 2만원 정도. 뭔가 준비하는 것도 없었고 그저 하루하루 술만 마시며 지내다보니 누군가를 </p><p>만나는게 부끄럽고 창피했다.</p><p><br></p><p>거울을 보고 변해버린 날 보면서 스스로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어떻게든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7살이 된 뒤였다.</p><p><br></p><p><br></p><p><br></p><p>*27살</p><p>마음을 먹고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아르바이트를 찾는 것이었다. 지난 시간동안 내가 배운것은 써먹을 수 있을 정도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p><p>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자신있는 일이라면 군생활 당시 간부식당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주방보조 정도. 열심히 알바xx을</p><p>검색하면서 주방보조를 찾던 중, 꽤 괜찮은 일자리를 찾았다. 주 4일에 월급은 150. 빨간날은 다 쉴 수 있는 조건이라 놀고 먹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내게는 조금은 벅차다고 느껴질 정도의 일자리였다.</p><p><br></p><p>바로 전화를 걸고 면접을 보기로 했다. 가게는 비교적 작은 국수 프렌차이즈점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주방일도 어렵지 않겠다고 마음을</p><p>놨는데, 사장님이 한 말은 채용공고에 있던 것과 달랐다. 주방보조를 구해서 서빙밖에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다른 일자리를 찾으</p><p>려하면 또 다시 집에만 처박힐 것 같아서 서빙이라도 하겠다고 하여 알바를 시작했다.</p><p><br></p><p>처음에는 힘들었으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난 지난 시간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하고싶었던 이야기를 모두 </p><p>하려는 듯,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했고 일과 관련 없더라도 책에서 본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나 스스로 변화하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하</p><p>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이 변화는 내 많은 것을 바꾸기 시작했다. 친구들도 자주 만나게 됐고, 어머니와 사이도 좋아졌다. </p><p>뿐만 아니라사장은 내 업무태도가 너무 좋다며 본사에서 정규교육을 받고 정직원으로 일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때는 조금 고민</p><p>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정직원이 되면 월급은 180정도로 오르며, 인센티브까지 나오니 내게 있어서는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p><p><br></p><p>하지만, 난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렇게 짧다면 짧은 3개월의 아르바이트를</p><p>마치고 그동안 번 돈으로 다시 한번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p><p><br></p><p>그동안 어머니에게 손벌렸던 것을 갚느라 모아둔 돈이 많지 않아 장기간 배울 수는 없었고 단기로 가르치는 학원을 다녔다. 배울 수 있는 </p><p>시간은 3개월 뿐이었고 이 기간 내에 나는 회사에 취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을 키워야했다. 학원은 일주일에 1번 가서 공부를 하는 </p><p>시스템이라 실제로 교수님에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번뿐인 2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p><p>컨셉을 잡고 시나리오를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p><p>처음에는 엄청 까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까이는 시간보다 칭찬을 듣고 개선안을 듣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와 함께 교수님에게 작은 제안</p><p>을 받기도 했다. 그것은 작은 회사에서 실무경험을 쌓아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월급은 차비와 밥값 정도밖에 줄 수 없지만, 취업을</p><p>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 살짝 흔들렸으나, 거절했다.</p><p><br></p><p>우리 집은 고정된 수입을 가진 사람이 어머니 뿐이었다. 내년이면 50이 되시는 어머니가 돈을 버시는데 한참 일하며 돈벌어야 할 내가 돈을</p><p>못벌면 어머니만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고정된 수입원을 만들어야 했다. 학원을 졸업한 뒤, 1달 정도 수정기간을 거쳐 만든</p><p>포폴을 가지고 구직활동을 시작했다.</p><p>당시, 시나리오 라이터를 구하는 회사는 7곳이었다. 그 중 2개는 내가 넘볼 수 없는 곳이라 엄두도 내지 못했고 5개의 회사에 이력서와 포폴</p><p>을 넣었다. 그 중, 딱 1개의 회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 과정은 '에라 모르겠다! 내 모든 것을 말해야겠다!' 식이었으</p><p>나, 오히려 이런 모습이 면접관에게는 좋은 이미지를 줬는지 다음날 바로 합격 전화를 받았다. </p><p><br></p><p>방황과 실패의 연속일 뿐이었지만, 시나리오 라이터로써 게임회사에 다니게 됐다.</p><p>그 해, 내가 80%의 시나리오를 담당한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했다.</p><p><br></p><p><br></p><p>*28살~29살 </p><p>시나리오 라이터를 꿈꾸는 청년은 3년차가 되어 사원에서 주임으로 그리고, 이제는 시나리오팀 팀장으로 1명의 사원(...)을 데리고 일을 </p><p>하게 됐다. 직급이 올라가면서 시나리오 외에 다른 일도 도와주고 있지만 주업에는 방해가 안되는 한도 내에서만 하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나리오를 담당한 게임은 너무 어려워서 거의 망하기 직전이라는 것 정도다.</p><p>가끔은 타성에 빠져서 이상한 글을 써놓고도 이게 당연하다는 듯, 말하기도 하는 자신을 보며 '내가 미쳤나?' 싶을때가 있다. 그럴 때 마다</p><p>마음을 가다듬고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옛날에 써둔 글을 다시 읽어본다. 손발이 오그라들고 시공과 공간을 무너지는 기분이 들지만 이런 </p><p>기분이 너무 좋기만 하다.</p><p><br></p><p>이제는 적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면서 생활도 많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가장 행복한 것은 어머니에게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p><p>예전에는 내가 돈을 안벌어와서 힘들어 하셨는데, 요즘에는 여유가 느껴지셔서 너무 좋다. 행복하다!!</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정신을 차리고 보니 꿈을 이룬 것 같지만, 택도 없는 소리다. 내가 시나리오를 담당한 게임은 유저들에게는 '게임은 어려우나 시나리오는 </p><p>정말 좋은 게임.' 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게임도 재미있고 시나리오도 좋다.' 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면 </p><p>제약을 크게 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마음껏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다.</p><p><br></p><p>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온 노력에 배 이상은 해야할 것 같다. 물론, 아직 내 실력도 많이 부족하다. </p><p>2012년, 20대는 자리를 잡기 위해 달려왔으니 2013년, 30대에는 어디에서도 부끄럽지 않을 실력을 다지는 것이 목표다.</p><p><br></p><p>그리고, 언젠가.. 이런 식으로 30대를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는 나 자신이 됐으면 좋겠다. </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 </p><p><br></p><p><br></p><p> </p><p><br></p><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