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생일파티를 끝내고
새벽 한 시, 나는 서울대입구에서 사당역까지
술처럼 싸한 밤공기를 마시며 걸었다
헤어진지 두 달만에 불현듯 연락이 된 너는
잘지냈냐는 안부와 함께
그동안 꾹 참았던 너에 대한 궁금함과 걱정들을 봇물터지듯 묻게했어
10년 동안 알고지낸 우리,
친구들은 정이라 말했지만
나는 널 생각할 때 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기분좋게 취하고, 씩씩거리며 걸어오던 그 길은
어느 때 보다 날 외롭게 했어
첫차를 기다리며 폐인처럼 PC방에 홀로앉아 뚜닥거리는 나에게
오늘은 그나마 작은 위로라도 건네고 싶다
보고싶고, 보고싶어.
전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구질구질한 메시지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담지만
이렇게라도 싸지르지 않으면 못견딜 것 같아
그냥 다시 묻어둘 걸,
단호하게 너와의 연락을 끊어버릴걸
끈적끈적한 오늘 새벽이
나의 기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쓴웃음만 짓게 만드는,
불타는 금요일.
ㅋㅋㅋㅋ이게 말이야막걸리야
여튼,
잘자.
나는 삽질 좀 더하면서
널 다시 묻어야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