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는 기독교라 하면 치를 떨며 개독이라 멸시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습니다.
기독교도 그저 세상의 많은 수신철학 중 하나라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훌륭한 사회인이면서 또한 독실한 기독교인인 지인을 많이 친구로 만나봤지만, 어려서부터 저러한 식의 생활환경에서 자랐고, 그래서 저러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이해하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저는 굉장히 민족주의적이고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그리고 예수를 알기 훨씬 전에 단군을 알았고 충무공을 동경하며 자라났고 명심보감이 어린 가치관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저는 그들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은 이렇듯 평범한 사람입니다. 과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몇년전부터 미국에 와서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몇년간 느낀 점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미국에서의 한국 사회라는 것은 '기독교 이기주의'가 팽배한 곳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점이 너무 아쉬워서 반드시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독교인들에게는 그러한 재미 한국인 사회가 좋을지 모르겠지만,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저와 제 가족같은 경우는, 자라온 환경이 그러하기 때문에 아무리 기독교란 것이 매력적이라 해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저희같은 사람들에게는, 미국이란 곳은 너무도 차가운 곳이었습니다. 도저히 살 수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면,
우선 처음 도착한 곳의 한인 주민들이 비상식적인 친절을 베풀어줍니다. 친해지기도 전에 이사를 도와주고, 음식을 도와주고, 가구 등 일상용품을 그냥 주고, 아무리 거절해도 소용없습니다. 무조건 받을 수 밖에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돌아가며 이 집 저 집 초대합니다. 저는 이것이 교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친절임을 알기에 거절하려 합니다만 거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저는 나름대로 그 분들과 친해졌다고 생각하고 운동도 같이 해보려 했지만, 진짜 교회에 나오지 않을 사람임을 그 분들이 알게 되자, 그분들은 거짓말처럼 차가워집니다. 일요일 아침에 교회에 나오라고 전화를 30통씩 하던 사람들이, 아내가 아파서 차 좀 태워달라고 전화해도 (차가 없을 때였습니다.) 모두 바쁘다고 합니다. 이것이 제가 느낀 '기독교식 친절'이었습니다. 애도, 아내도 정말 이러한 식의 순환고리 때문에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대형 마트 같은데 가면 간혹 2-3명씩 그룹을 이룬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주차장에서 저에게 교회를 다니냐고 물은 다음, 믿지 않는다고 하면 짐을 옮기고 카트를 정리하는 것을 계속 도와줍니다. 절대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결국 교회 얘기를 꺼냅니다. 저는 저보다 어르신들이라 버릇없이 거절하기도 그래서, 좀 듣다가 정중히 거절하곤 하는데, 그러면 버르장머리가 없다느니, 싸가지가 없다느니, 정말 차갑게 돌변하고 저를 몰아세우는데, 처음에 저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오던 때의 얼굴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느낀 미국 한인 사회의 '기독교식 친절'입니다.
처음엔 몇번 교회에 나갔습니다. 마음에 와닿지 않은 찬송과 찬양, 그리고 울부짖는 아주머니들을 보며 거리감을 느껴가고 있을 때, 어느날 담임목사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느 동네의 어느 세탁소가 바로 옆의 어느 세탁소의 불합리한 경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말은 길었지만 요약하자면, 손해를 보고 있는 세탁소가 값이 다소 비싼거 같은데 바로 이 교회를 나오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고, 다소 싸게 하고 있는 세탁소의 경영인은 다른 교회를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주일 교회에서 예수를 대신하여 예수의 말씀을 풀어 설명한다는 미국 한인 교회의 주일 연설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느끼면서 저에게 교회는 더욱 먼 곳이 되었으며, 마음의 상처도 많이 입었습니다. 왜 한국인은 한국에서 살아야만 하는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점점 어쩔 수 없이 세계 여러곳에 자리잡은 한국인들이 많아지고 있을텐데요, 단일민족으로 오래 살아온 우리민족이 그 핏줄 하나만으로 공동체가 되지 못하고, 국교란 것도 없는 나라에서 외국에 나가서까지 종교로 편가르기를 하면서 살아가는 현실이 너무 비참하다고 여겨집니다. 제가 직업상 많은 외국인 친구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미국인, 중국인, 인도인 사회에서는 그런 일을 본적이 없습니다. 왜 우리나라만 기독교로 인하여 이러한 많은 폐해를 입어야 하는지 너무 아쉽습니다. 이것이 그 현자였던 예수가 바라던 일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가 없군요.
미국에 있는 기독교인들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우월감, (제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한 종교를 믿는 것이 우월감을 가지게 할 수 있는지요) 그리고 배타성을 줄이지 않는다면 결국 그들 자체를 미국에서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제 한국에 돌아가지만, 지난 미국생활에서 제 일과, 여행을 생각하면 행복했지만, 그리고 미국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일요일이면 그들에게 걸려오던 전화들과 그들의 가식적인 친절을 생각하면 몸서리쳐질 정도로 무서운 시간이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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