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출판일 13.08.08</div> <div>읽은날 14.08.22</div> <div><br></div> <div>41p.</div> <div>"자네는 인생이 별로 달콤하지 않은가봐. 빵을 그렇게 많이 먹는 걸 보니."</div> <div>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면 여기 와서 삼십 분 남짓 있는 동안에 타르트를 세 개나 먹었으니 결코 적은 양이 아니긴 했다.</div> <div>"저요? 지금 제가 별로 달콤한 상태가 아닌 건 맞는데 행복한 사람들도 빵은 먹잖아요." 나는 은근한 반발심이 들어 대꾸했다.</div> <div>"행복한 사람은 자네처럼 빵을 많이 먹진 않지."</div> <div><br></div> <div>57p.</div> <div>"90년도 말이던가, 중학교 삼학년 때 헤어졌던 첫사랑 여자애를 그놈의 아이러브스쿨 때문에 무려 십오 년 만에 다시 만나 그토록 궁금했던 나를 차버린 이유를 물어봤지. 그랬더니 뭐랬는지 알아?"</div> <div>그는 허탈한 듯 우유갑을 접어 만든 재떨이에 담뱃재를 떨며 말했다.</div> <div>"나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갔는데 자기는 비인문계를 가게 돼서 자격지심 때문에 그랬다는 거야. 세상에! 난 그때까지 틀림없이 내가 뭔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었었는데. 십오 년 만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 얘길 하는데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사람이 누굴 좋아하고 헤어지는 데 이유라는 게 그렇게 부질없는 거더라고. 그러니 누굴 어떻게 만나든 아, 우린 그냥 만날 수밖에 없어서 만났구나, 그러다 헤어져도 아, 헤어질 수밖에 없어서 헤어졌구나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 이유 같은 거 백날 고민해봤자 헤어졌다는 건 달라지지 않으니까."</div> <div><br></div> <div>63p.</div> <div>"어쩌면 진작 끝냈어야 했는지도 몰라요. 난 그애가 두려웠고, 그애 없는 내가 두려웠고, 그냥 모든 게 두려웠으니까. 결국 두려움이 그 애를 잃게 만든 거예요."</div> <div>"자책할 필요 없어. 좋아하니까 두려운 거지. 잃기 싫으니까."</div> <div><br></div> <div>64p.</div> <div>"그럼 아저씨도 힘들게 연애해본 적이 있으세요?"</div> <div>"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하지."</div> <div>"죽고 싶을 만큼?"</div> <div>"죽어서 흔적조차 남기고 싶지 않을 만큼."</div> <div>"우와 설마…… 그럼 그걸 어떻게 견뎠어요?"</div> <div>...</div> <div>"고통을 견디는 법은 한 가지밖에 없어. 그저 견디는 거야. 단, 지금 아무리 괴로워죽을 것 같아도 언젠가 이 모든 게 지나가고 다시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오리라는 믿음. 그거만 저버리지 않으면 돼. 어쩌면 그게 사랑보다 더 중요할지도 몰라."</div> <div>그 말을 들은 나는 그만 아득해져버렸다.</div> <div>"내가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아저씨."</div> <div>"믿어. 믿으면 아무도 널 어쩌지 못해."</div> <div>나는 그가 고마웠다.</div> <div><br></div> <div>137p.</div> <div>'그래서, 사람의 일생이란 어린 시절의 상처를 평생 동안 치유해가는 과정이라고 하는지도 모르죠.'</div> <div>나는 그날에야 비로소 그의 유난한 경쟁심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208p.</div> <div>"넌 진심이 뭐라고 생각하니?" 루카도 아닌 곳에서, 그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니 난 오랜만에 용휘의 제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div> <div>"글쎄요. 뭐 거짓 없는 솔직한 마음?"</div> <div>"그래. 그러면 그 진심은 어떻게 알 수 있지?"</div> <div>"글쎄요. 어떻게 알지? 허허…… 믿으면 되나."</div> <div>"맞아. 믿지 않으면 진심도 진실도 없어. 결국 진심이란 건 증명해 보이는 게 아니라 믿어주는 거라고."</div> <div><br></div> <div>223p.</div> <div>결국 용휘는 처음부터 사람들한테 해명할 일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난 말로만 그를 친구라고 하면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한 번도 그를 조건 없이 믿어준 적이 없었던 것이고. 단지 두둔했을 뿐. 단지 이해하는 척했을 뿐.</div> <div><br></div> <div>253p.</div> <div>"하지만 난 초조했어. 눈물겨운 노력 끝에 소설도 냈고 바라던 대로 그녀와 연인이 됐지만 아무도 내 책을 봐주지 않았거든. 수치스러웠다. 서점에 갈 때마다 구석에 아무도 모르게 처박혀 있는 내 책을 보며 마치 내 인생이 그렇게 외면받은 것만 같아서. 그녀는 그런 나를 끊임없이 위로했지만 난 듣지 않았어. '내가 소설가가 아니었대도 니가 날 사랑했을까? 내가 계속 무명의 작가로 남아 있더라도 니가 날 여전히 좋아해줄 수 있을까?'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난 끝내 믿지 않았지. 그리고,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 이유도 말해주지 않은 채 결국 내 곁을 떠났을 때, 난 생각한 거야. '이것 봐. 이렇다니까. 가난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소설가라서 사랑하는 사람조차 지키지 못한 거라구.'"</div> <div>...</div> <div>"도대체 남자는, 자기 여자가 자길 왜 떠나갔는지도 모른 다니까."</div> <div><br></div> <div>254p.</div> <div>사랑했던 사람의 냄새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인생에는 간직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걸.</div> <div><br></div> <div>268p.</div> <div>"사람들은 나보고 그랬지. 어떻게 책을 안 읽고 글을 쓰느냐고. 도무지 믿으려 들질 않더군. 하지만 내게 글을 가르쳐준 건 책이 아니라 사람이었어. 홑꺼풀 눈이 아름답고, 목소리는 도넛에 발린 설탕처럼 달콤하고, 아랫입술은 도톰하니 감촉이 사랑스럽고, 적당히 큰 가슴에 풍만한 엉덩이를 가졌던, 활자 속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 만지면 체온이 느껴지고, 부드럽고 흰 살에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살아 있는 존재. 그 존재를 갖고 싶다는 간절함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했다고. ..."</div> <div><br></div> <div>278p.</div> <div>"용우야."</div> <div>"네."</div> <div>"인생을 비관하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div> <div>"어떻게 되는데요?"</div> <div>"더욱 엿 같은 일이 너를 기다려."</div> <div>"……."</div> <div>"그러니까 절대로 비관하지 마. 알겠어?"</div> <div><br></div> <div>284p.</div> <div>"정말 사랑했던 사람하고는 영원히 못 헤어져, 용우씨. 누굴 만나든 그저 무덤 위에 또 무덤을 쌓는 것 뿐이지."</div>
책을 읽어서 남는 게 아니라
책을 기억해서 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들이라 여기에 옮겨씁니다
더 많은 걸 공유하고 싶지만 일단은 여건이 안되네요 ㅎㅎ
제가 여기 옮겨적는 약간의 글귀들이 여러분을 자극해서
저 말고도 많은 독자들이 좋은 책을 접하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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