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일 12.08.31
읽은날 14.08.22
41p.
농업이 기반인 개척촌에서 자라는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일이 아주 많다. 염소와 닭을 키우고 밀밭과 사탕수수밭이 펼쳐진 농장에서의 삶. 여덟 살이나 아홉 살 정도 되는 아이들 중에서 그토록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의 즐거움을 싫어할 아이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십대로 접어들면 사정이 달라진다. 자신의 삶에서 뭔가 다른 것, 자기가 하고 싶어 할 수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고, 자신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궁리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농장과 염소와 닭, 지금껏 평생을 알아왔고 앞으로도 알고 지낼 사람들이 죄다 시시해 보이기 시작한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게 핵심이다. 변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133p.
메시지의 제목이 길었다. '내가 방금 만난 소녀에게 바치는 이 시는 하이쿠처럼 짧지만, 어쩌다 보니 시의 내용보다 제목이 훨씬 더 길어졌구나, 오, 아이러니로다.' 시는 정말 짧았다.
그녀의 이름은 조이
여름 바람 향기가 나네
나를 조각내지만 말아줘
349p.
마침내 평정을 되찾은 나는 PDA를 집어 들고 메일함을 불러낸 다음 엔조의 편지를열었다 .
조이에게
자, 내 시 받아. 지금쯤 넌 팔을 흐느적대는 나를 상상하겠지. 하지만 곧 라이브 쇼를 보게 될 거야! 물론 파이 먹고 나서. 너를 위한 특제 파이.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넌 내가 너의 것이라고 말했지.
내 생각도 그래.
하지만 누군가의 것이 된다는 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나는 너의 것이 아니야
사고파는 상품이나
상자에 넣어 배달된 선물처럼
친구들과 질투쟁이들 앞에서
두 손으로 쳐들고 자랑하는
그런 물건이 아니야.
그런 식으로 너의 것이긴 싫어.
너도 그렇게 날 갖고 싶진 않을 거야.
내가 어떤 식으로 너의 것인지 말해줄게.
나는 손가락에 끼운 반지처럼 너의 것이야
영원히 변치 않는 마음의 상징.
나는 가슴 속의 심장처럼 너의 것이야.
너의 진짜 심장과 함께 뛰는 심장.
나는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말처럼 너의 것이야
네 귀에 사랑을 전해주는 말.
나는 네 입술에 닿는 키스처럼 너의 것이야.
아무리 해도 더 하고 싶은 키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너의 것인 까닭은
그런 소망을 품을 때마다
나 또한 네가 나의 것이길 소망하기 때문이야.
지금 내가 너에게 선물처럼 펼쳐 보이는 소망.
반지처럼 나의 것이 되어줘.
심장처럼
말처럼
키스처럼
고이 간직한 소망처럼.
나는 이 모든 것들처럼 너의 것이야.
그리고 더 아름다운 어떤 것처럼
우리가 서로에게서 발견하게 될 어떤 것처럼
그러면 우리는 우리 둘만의 것이 될 거야.
너는 내가 너의 것이라고 말했지.
내 생각도 그래.
너도 네가 나의 것이라고 말해줘.
난 그 말을 기다리고 있어
너의 키스를 소망하면서.
사랑해.
엔조.
450p.
또 다른 오빈이 내 앞으로 나와서 섰다.
"나는 스트라이크다. 우리는 만난 적이 없다. 나는 히코리와 디코리가 모든 오빈에게 나눠준 기록들을 통해 네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나도 늘 너의 쓸모만을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너에게서 배운 것은 있는 그대로의 너를 통해서였다. 너를 만나게 되어 영광이다. 너와 너의 가족, 로아노크를 위해 싸울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다. 나도 너를 돕겠다. 조이 부탱-페리. 그 어떤 대가나 조건 없이."
452p.
"오래도록 기억하시게 될 겁니다. 저 아래 있는 제 친구들이 당신에게 본때를 보여줄 테니까요."
그리고 그들은 해냈다.
그것도 아주 가뿐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