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영대 새내기때의 일이다.</div> <div> </div> <div>나는 초, 중, 고 시절 대구를 벗어난 적이 없는 대구 토박이였다.</div> <div> </div> <div>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영대로 가게되었는데</div> <div> </div> <div>영대를 처음 가보는 나로서는 대구를 벗어나 경산으로 간다는 것이 매우 두렵고 두근거리는 일종의 여행이었다</div> <div> </div> <div>집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거리가 5정류장을 넘어서는 대 이동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 전날 학교를 가는 길을 미리 공부를 했었다</div> <div> </div> <div>집에서 영대를 가기위한 최단거리.</div> <div> </div> <div>하필 집앞에서 평소 타던 버스들은 학교로 바로가는 노선이 없어서 걸어서 약 15분을 가야 영대로 바로가는 버스를 탈 수있었다.</div> <div> </div> <div>지금은 지하철 2호선의 노선을 연장해서 학교까지 지하철이 가지만 04년 당시는 오로지 버스 뿐이었다.</div> <div> </div> <div>15분을 가서 타는 버스다보니 생소한 노선들이었고, 나는 영대로 가는 버스 노선번호만 우선 외우기로했다.</div> <div> </div> <div>영대를 가는 버스는 약 10여개.</div> <div> </div> <div>모두 외웠다가 처음가는 장거리(?)를 잘못 가게될까 염려되어 버스에 붙어있는 간략한 노선표를 공략하기로 결정했다.</div> <div> </div> <div>포인트 지명은 약 4개</div> <div> </div> <div>이걸로 충분했다.</div> <div> </div> <div>몇몇 버스 노선을 다시 재검색 해 본결과 포인트 지명이 써있는 노선은 모두 학교를 가는 것으로 보였다.</div> <div> </div> <div>학교를 가는 첫 날</div> <div> </div> <div>미리 조사했던대로 버스정류장까지 이동. 성공.</div> <div> </div> <div>혹여나 놓칠까 다가오는 버스마다 노선을 뚫어져라 보기를 약 10여분.</div> <div> </div> <div>마침내 미리 봐두었던 지명이 적힌 버스가 왔다.</div> <div> </div> <div>자연스럽게.</div> <div> </div> <div>당황하지 않고.</div> <div> </div> <div>태연한척 버스를 타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리에 앉았다.</div> <div> </div> <div>다행이 버스는 한산했고 나는 버스내부에 써있는 노선도를 다시한번 눈에 담으며 </div> <div> </div> <div>마치 늘 타던 버스인 듯 행동했다.</div> <div> </div> <div>이어폰을 귀에 꼽고</div> <div> </div> <div>음악을 들으며 </div> <div> </div> <div>눈은 열씸히 바깥 풍경과 버스노선표를 비교하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어느덧 내가 여지껏 가봤던 한계를 벗어났다.</div> <div> </div> <div>지금부터는 한걸음 한걸음이 신세계</div> <div> </div> <div>나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애써 다스리며 여전히 태연한 척 행동했다.</div> <div> </div> <div>미리 봐둔 버스의 이동 시간은 약 40분</div> <div> </div> <div>이동은 순조로웠다.</div> <div> </div> <div>봄바람이 살랑이던 그날</div> <div> </div> <div>문득 정신을 차렸다.</div> <div> </div> <div>아뿔싸. 졸았구나.</div> <div> </div> <div>나는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하면서 재빠르게 버스 내부의 상황을 살폈다.</div> <div> </div> <div>어느덧 버스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div> <div> </div> <div>음악을 끄고,</div> <div> </div> <div>버스 내부에 울리는 정류장 안내음에 신경을 곤두세웠다.</div> <div> </div> <div>한정류장</div> <div> </div> <div>두정류장</div> <div> </div> <div>조금씩 버스가 나아갈 때 마다 불안감은 커져갔다.</div> <div> </div> <div>혹시나 지나갔으면 어쩌지?</div> <div> </div> <div>하지만 시간을 보니 아직 지나갔을 만큼 많이 지난 시간은 아니었다.</div> <div> </div> <div>다행이다.</div> <div> </div> <div>조금만 더 있어보기로 했다.</div> <div> </div> <div>버스는 계속 나아갔고 사람들은 내리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마음속에 불안감이 조금씩 싹텃다.</div> <div> </div> <div>하지만 버스는 언젠가 종점에 가지않는가</div> <div> </div> <div>이 버스는 분명 영대를 가는 버스였고</div> <div> </div> <div>분명 영대를 지났을 만한 시간은 아니었다.</div> <div> </div> <div>나는 일단 기다려보기로했다.</div> <div> </div> <div>뒤를보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앉아있었고 </div> <div> </div> <div>분위기를 보아 선배임이 분명했다.</div> <div> </div> <div>기다려보자. 뒤에 학생이 타고있으니.</div> <div> </div> <div>버스는 언젠가 학교로 갈꺼야</div> <div> </div> <div>하지만.</div> <div> </div> <div>버스는 점점 한적한 곳으로 달렸다.</div> <div> </div> <div>계속. 계속.</div> <div> </div> <div>어느덧 작은 농촌마을을 지나</div> <div> </div> <div>시골에서나 보던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굴다리를 지나고</div> <div> </div> <div>산자락 까지 가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시내버스가.</div> <div> </div> <div>산어귀까지 들어가다니</div> <div> </div> <div>어느덧 산 초입까지 들어간 버스는 작은 공터에 섰다</div> <div> </div> <div>그리고 기사님은 내렸다....</div> <div> </div> <div>버스안에는 나와 뒤에 있던 여학생 뿐.</div> <div> </div> <div>나는 당황했다.</div> <div> </div> <div>이 버스는 분명 영대로 가는 버스인데</div> <div> </div> <div>어디서 잘못된걸까</div> <div> </div> <div>잠시 졸았다고는 하나 학교를 지났을 것 같지는 않은데...</div> <div> </div> <div>뒤에 있는 여학생을 바라봤다.</div> <div> </div> <div>여학생도 나를 바라봤다.</div> <div> </div> <div>"저기.."</div> <div>"저기.."</div> <div> </div> <div>"네 말씀하세요."</div> <div>"말씀하세요."</div> <div> </div> <div>우리는 서로 동시에 입을 열었다.</div> <div> </div> <div>"먼저 말씀하세요"</div> <div> </div> <div>나는 우선 여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div> <div> </div> <div>"혹시 영대생이신가요?"</div> <div> </div> <div>역시. 그 여학생은 영대생이 분명했다.</div> <div> </div> <div>"네... 전 이번에 새내기로 입학한 학생입니다. 혹시 그쪽도 영대생이세요?"</div> <div> </div> <div>"네 전 XXX과 03학번 학생입니다."</div> <div> </div> <div>역시 선배님이셨다.</div> <div> </div> <div>"아.. 제가 사실 학교를 처음가는터라 잘 몰라서 그런데 이 버스가 영대가는 버스가 아닌가요?"</div> <div> </div> <div>이왕 이렇게 된거.. 사실대로 털어놓았다.</div> <div> </div> <div>"아.... 저도 어제 친구집에서 자고 이 버스는 처음 타보는데..."</div> <div> </div> <div>우리는 당황했다.</div> <div> </div> <div>"이 버스가 학교에 가는 버스가 아닌건가요?"</div> <div> </div> <div>"아뇨.. 제가 알기로는 이 번호는 학교앞으로 가는 버스가 맞아요 학교앞에서도 이 번호를 탄 적이 있어요."</div> <div> </div> <div>"그럼 어떻게 된걸까요.... 혹시 중간에 이상하다고 생각 안드셨나요?"</div> <div> </div> <div>"사실 중간에 길이 조금 다르다고는 생각이 들었는데... 앞에 그쪽이 앉아있길래 조금 둘러서 가는가보다 했었어요.</div> <div> 그럼 그쪽은...?"</div> <div> </div> <div>이런... 낯익은 버스를 탓고, 앞에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앉아있어서 쭉 기다렸다는 건가...</div> <div> </div> <div>"전 뒤에 선배님이 계시길래... 일단 다른 학생이 내리기 전까지는 기다려보려고 했었습니다.</div> <div> 중간에 내려서 헤메는 것 보다 종점까지 가다보면 학교가 나올꺼라고 생각했거든요."</div> <div> </div> <div>"저두요....."</div> <div> </div> <div>난감했다. 아까 내린 버스 기사님은 버스 근처에는 보이질 않았다.</div> <div> </div> <div>"일단 기다려 보시죠. 기사님 오시면 물어볼께요."</div> <div> </div> <div>나는 우리끼리 고민하는 것 보다 기사님께 물어보는게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div> <div> </div> <div>약 10분 뒤</div> <div> </div> <div>"거기 학생들은 왜 안내려?"</div> <div> </div> <div>기사님이 오시더니 우리에게 말씀하셨다.</div> <div> </div> <div>"기사님 사실 저희는 영남대 학생입니다. 제가 신입생이라 학교를 처음가는데 이 노선이 영대를 간다고 듣고 탔습니다.</div> <div>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학교가 나오질 않아 계속 타고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자. 답을 내놓으라.</div> <div> </div> <div>"이 노선은 간선이 있고 지선이있는데, 앞에 표지판을 보고 타야해~</div> <div> 버스 노선 안내에 영대라고 써있어도 XXX라는 표지판이 달려있으면 그리 가는게 아니야"</div> <div> </div> <div>?</div> <div>??</div> <div>???</div> <div> </div> <div>무슨... 말이지? </div> <div> </div> <div>나는 그때 처음으로 버스 노선이 갈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배웠다.</div> <div> </div> <div>우리는 그날 기사님께 약 20분간 대구 버스노선의 실체 강의를 듣고 </div> <div> </div> <div>학교를 가는 방법을 사사받았고, 겨우겨우 하산했다.</div> <div> </div> <div>물론. 그날은 지각이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