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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5571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6
    조회수 : 2282
    IP : 14.36.***.10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1/05/20 23:49:59
    http://todayhumor.com/?panic_15571 모바일
    브금주의]동경






    요즘 일이 많아 피곤해서 글을 재때 올리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얼마간 그럴꺼같아요... 이해해주세요 ㅠㅠ














    유경이가 그 거울을 주은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구석진 곳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있어서 발견한 것이 바로 그 거울이었다. 그녀는 ‘이런 곳에 왜 거울이 떨어져있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거울을 주웠다. 괜한 호기심이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그녀가 주운 그 거울은 고풍스러웠다. 그것은 둥그런 모양의 거울 면에 기다란 손잡이가 달려있는 휴대용 거울로서, 몸체를 이루는 푸르스름한 금속이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금속은 청동인 것일까, 약간 녹이 슬어 까칠까칠한 느낌이 드는 거울의 몸체는 매끈한 거울 면과 어우러져 신비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신비한 빛이라…. 아니, 오히려 매혹적인 빛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리는 듯했다. 실제로 그녀는 거울 속에 빠져들듯이 거울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아아… 아름답다….

    유경이는 거울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에 흠칫 당황했다. 거울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불현듯 솟구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 불손한 생각 쫓는다.

    비록 이 거울이 길가에 떨어져있었고, 그것을 주은 사람이 그녀라고는 하지만 이 거울은 그녀의 것이 아니다. 엄연히 주인이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 거울은 절대 버려진 것이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매혹적인 거울이니 말이다.

    “…….”

    유경이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거울을 잃어버리다니, 이 거울의 주인은 얼마나 슬플까. 하지만… 만약 이것이 나의 것이라면 나는 굉장히 기쁠 텐데.’

    유경이는 거울에 빠져들듯 바라보았다.

    ‘이렇게 고풍스러운 거울을 잃어버리다니, 이 거울의 주인은 생각이 있기는 한 걸까. 하지만… 만약 이것이 나의 것이라면 나는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을 텐데.’

    유경이는 거울에 빠져들듯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이렇게 매혹적인 거울을 잃어버리다니, 이 거울의 전(前)주인은 굉장히 큰 실수를 했어. 하지만… 만약 이것이 나의 것이라면 나는 이 거울을 진심으로 아껴 줄 수 있을 텐데.’
    ‘만약 이 거울이 나의 것이라면….’

    유경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유경이가 있는 곳은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골목길이었다. 사람들의 왕래도 그럭저럭 있는 곳이고 자동차도 다닌다. 하지만 지금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거울을 가져가려면 지금이야. 지금이라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이 거울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어.’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어. 설령 내가 이 거울을 가져가지 않더라도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이 가져갈 것이 분명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오고가는 자동차들로 인해 거울이 부서질 수도 있어.’
    ‘그래, 이 거울은 내가 가져가야만 해.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고 오히려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잘못을 저지른 쪽은 오히려 이렇게 멋진 거울을 잃어버린 전 주인이야.’
    ‘좋아, 가져가자.’

    거울을 가져가자, 그렇게 결정한 후 그녀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태양빛이 반짝이며 거울 속 유경이의 미소가 일렁거리는 것이, 거울도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주는 듯하였다.

    --아아… 아름답다….

    유경이는 그 거울을 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


    유경이가 집으로 돌아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거울을 숨길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거울을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었다. 이렇게 매력적인 거울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누군가가 훔쳐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유경이가 거울을 숨긴 곳은 자신의 방 침대 옆에 있는 책장이었다. 거울을 신문지로 둘러싼 뒤 백과사전을 보관하는 박스에다 넣어 책장에 꽂아 놨다. 물론 박스의 내용물인 백과사전은 이미 버려버렸다. 따로 나와 있으면 괜한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휴, 어느 정도 됐나?”

    유경이는 거울을 숨긴 곳을 바라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럭저럭 괜찮은 장소이다. 약간 불안하기는 하지만, 이곳 이외의 장소는 없을 것이다. 부모님과 같이 사는 한 이 집에서 완전한 자신만의 공간은 찾기 힘든 것이다. 백과사전 박스 뒤는 형제자매가 없는 유경이네 집에서는 유경이 말고는 다른 사람이 살펴볼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안전한 곳이다.

    유경이는 그렇게 미소를 짓고 있다가, 손을 뻗어 그 박스를 책장에서 뽑았다. 덜그럭 거리며 박스에서 느껴지는 거울의 감촉이 그녀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거울을 숨길 장소도 마련했으니, 이제는 아무런 걱정할 것 없이 거울을 바라볼 수 있다. 이제 이 거울은 자신의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의 것이다.

    ‘이렇게 매혹적인 거울을 가질 수 있다니, 나는 너무나도 행복해. 후훗.’

    유경이는 그렇게 행복한 얼굴로 계속해서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 거울 속에는 진한 검정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예쁜 편은 아니었지만, 도톰한 눈 밑 애교살 덕분에 귀여운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그녀가 웃음을 짓고 있어서인가, 초승달 모양을 그리고 있는 그녀의 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미소 짓게 만들었다. 유경이었다.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거울을 통해서 보아서인가, 그녀는 거울을 통해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에 홀린 듯 빠져들었다. 그녀가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약간 갈색 빛 도는 눈동자도, 어려보인다고 싫어했던 도톰한 애교살도, 다른 아이들보다 작다고 불평했던 키도 지금은 모두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단순히 거울을 통해서 바라보는 것일 뿐인데, 그녀의 모습은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보였다. 마치 거울속의 그녀와 자신이 다른 존재인 것만 같았다. 이것은 거울의 탓인 걸까… 아니면…. 아니, 솔직히 말해서 유경이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의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울을 보는 것이었다. 거울을 통해서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이었다.

    --아아… 아름답다….

    그녀는 그렇게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마치 홀리기라도 한 듯이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


    다음 날 아침 유경이는 “찌르르르”하고 울리는 시계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알람의 스위치를 껐다. 그리고는 크게 하품을 했다. 방금 전 하품으로 인해 작은 눈물방울들이 아롱져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군데군데 묻어있었다. 어젯밤 늦게까지 거울을 바라보다 잠을 거의 자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기분은 상쾌하기만 했다. 어젯밤 거울을 마음 내키는 대로 바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라, 시간이 조금 늦어버렸네.”

    유경이는 시간을 확인하고 재빨리 씻으러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학교에 가야했다. 물론 엄마와 아빠는 이미 아침 일찍 출근하셔서 학교에 늦는 것은 상관없지만, 나중에 들통 났을 경우 엄마의 잔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유경이가 학교에 늦을 경우, 무조건 들킨다고 보면 된다. 그 이유는 옆집에 사는 선영이가 그 사실을 고자질하기 때문이다. 선영이는 유경이의 초등학교 때부터의 악우로서, 지금까지 좋은 악연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경이는 화장실에서 대강의 몸가짐을 마치고, 식탁에 차려진 식빵을 집어 들고 우물거리며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제 미리 준비해둔 교복을 입고, 양말을 신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파란색 끈으로 묶어 포니테일 형태로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도중에 생각나버린 선영이의 험담을 조금이나마 늘어놓는 것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그녀는 시간을 확인했다. 서둘러서 준비를 했는지 시간은 아직 20분정도 여유가 있었다. 아침밥을 식빵으로 때운 것이 주효했다.
    시간이 여유가 있는 것을 확인하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백과사전 박스에서 거울을 꺼내들었다. 학교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거울을 한 손으로 들고 자신의 모습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고풍스러운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니, 자신도 또한 고풍스러워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훗. 나 이러다가 나르시시스트가 되는 거 아니야?”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그만큼 거울을 통해서 바라본 자신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그때… 그녀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라?”

    그다지 특이한 느낌은 아니었다. 단지, 거울 속의 자신에게서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느껴진 것이다.

    “무엇이지?”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야.”

    그리고 그 사실은 그녀에게 굉장한 불쾌감을 느끼게 했다. 분명히 거울 속의 자신에게서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데, 그것이 무엇이지 알 수가 없다. 거울은 그녀의 것인데, 자신이 거울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있다. 그 사실은 마치 모래덩어리를 입안 가득히 넣어 와그작와그작 씹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의 거울에 대해서 그녀가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미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이제 곧 학교에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거울만을 계속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자신만을 계속 노려보았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발견할 수 있었다.

    “어라… 머리끈의 색깔이 다르네?”

    그랬다. 분명히 거울을 통해서 비쳐지는 자신의 머리끈은 파란색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빨간색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히 거울은 비쳐지는 모습을 그대로 반사하는 것뿐일 텐데, 머리끈의 색깔이 다르게 보이다니…. 눈의 착각은 아니었다. 그녀가 아무리 피곤하다고 하더라도, 파란색과 빨간색을 구별하지 못 할리는 없다.
    그녀는 머리끈을 풀어서 손에 올려놓아보았다. 분명히 파란색이었다. 하지만 다시 거울을 통해 바라보니, 거울 속의 머리끈은 분명히 빨간색이었다.
    정말 이상했다.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정말 아름다웠다.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빨간색 머리끈은 마치 붉은 빛이 도는 뱀의 혀처럼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볼품없는 파란색 머리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빨간색 머리끈이라….

    --아아… 아름답다….

    그녀는 그 순간 자신에게 빨간색 머리끈과 비슷한 머리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머리끈을 모아놓은 보석함으로 득달같이 달려갔다. 보석함을 여니 빨간색 머리끈은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예전에 사놓았으나, 너무 튀는 색깔이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손에 쥔 파란색 머리끈을 아무데나 던져버린 후에, 빨간색 머리끈을 집었다. 그리고 그 머리끈으로 다시 머리를 묶었다.
    그리고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아름다웠다. 거울을 통해서 바라본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빨간색 머리끈은 그녀의 진한 검정색의 머리카락과 약간 갈색 빛이 도는 눈동자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특히 그녀의 진한 검정색 머리카락은 빨간색 머리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줘,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들었다. 단순히 머리끈 하나만을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내가 어째서 이렇게 아름다운 빨간색 머리끈 대신 후줄근한 파란색 머리끈만을 사용해왔지?’

    그녀 자신으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이미 빨간색 머리끈이 자신에게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저 사랑스러운 거울이 가르쳐줘서 말이다.
    그녀는 거울을 향해서 웃음을 지었다. 신기한 거울이었다. 보면 볼수록 매혹적인데다가, 우연인지는 몰라도 빨간색 머리끈이 나하고 잘 어울린다는 것을 가르쳐줬다. 이 거울이 그녀의 것이라니 너무나도 행복했다.

    “아, 이런 시간이!”

    그녀는 거울을 통해 시간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학교까지 달려가도 간당간당할 거 같았다.

    "이…이런."

    그녀는 거울을 재빠르게 숨긴 뒤, 학교로 달려갔다.




    ##


    “후후훗. 꺄하하.”

    유경이는 기쁨에 겨운 웃음소리를 내며 침대로 뛰어들었다. 지금 시간은 9시, 학교가 끝난 후, 학원까지 끝마치고 집에 들어온 것이다.

    오늘 그녀의 하루는 그야말로 찬란히 빛났었다.
    집에서 늦게 출발했지만, 학교에는 늦지 않았다. 간신히 담임선생님보다 교실에 먼저 들어갔던 것이었다. 만약에 거울을 통해서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지각을 했을 것이다.
    또한 거울이 알려준 빨간색 머리끈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오늘 만난 사람마다 유경이를 칭찬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유경이가 남모르게 동경하던 3학년 선배에게도 ‘어울리는 머리끈이네.’라고 칭찬을 받았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이 거울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각을 하지 않은 것도 거울 덕분이고, 동경하는 선배에게 칭찬을 들은 것도 거울 덕분이다.
    거울은 정말 대단하고, 그 대단한 거울은 그녀의 것이다.

    “꺄하하.”

    그녀는 기뻐하며 거울을 꺼내들었다. 밤새도록 거울을 바라볼 작정이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또 이상했다.
    유경이와 거울 속에 비치는 그녀의 모습이 달랐던 것이다. 거울 속의 그녀는 캡모자를 쓰고 있었다.
    유경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도다. 이번에도 거울이 그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려고 한다.
    그녀는 거울속의 모자를 유심히 살폈다. 거울 속의 그녀가 쓴 모자는 흰 색 바탕에 작은 별들이 새겨져 있는 캡모자였다. 바탕색이 흰색인데다가 별들의 색이 다양해서 눈에 확 들어왔다.
    그녀는 그 모자를 보고는 잠시 눈은 찌푸렸다. 조금 화려한 모자였다. 그리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모자였다. 그 모자는 분명히… 그녀의 엄마가 가지고 있는 모자였다. 어디선가 선물 받아 가지고 있었으나, 너무 화려해서 안 쓰시는 모자였다.
    유경이는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안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주무시는 엄마를 깨워, 모자를 찾아달라고 닦달했다. 간신히 그녀의 엄마가 모자를 찾자, 그녀는 그것을 빼앗다시피 해서 모자를 가지고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거울을 바라보며 모자를 썼다.

    거울 속에 비치는 그녀는… 아름다웠다.
    약간은 비스듬하게 쓴 화려한 그 모자는 보는 사람의 시선을 확 사로잡아,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또한 모자의 화려함은 약간은 작은 그녀의 키와 잘 어우러져, 그녀를 앙증맞은 개구쟁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장난기가 많은, 활발해 보이는 귀여운 소녀, 그것이 거울 속에 비치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단지 모자 하나를 썼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이미지가 달라지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유경이는 기쁨에 차 거울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확실해졌다. 이 거울은 단순한 거울이 아닌 마법의 거울이다. 이 거울은 그녀를 아름다워지게 만들어준다. 그것도 단순한 색깔 변화나 귀여운 모자와 같이 조그만 변화만을 주어서 말이다.

    정말 대단했다.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거울이 사랑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의 거울이 마법의 거울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후후훗. 꺄하하.”

    그녀는 밝게 웃으면서 거울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녀는 오늘 거울을 바라보면서 밤을 새울 것 같았다.

    --아아… 아름답다….




    ##


    거울의 마법은 그 다음날도 계속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쓴 모자를 칭찬해주었다. 그녀는 기쁜 마음에 수업시간에도 그 모자를 쓰고 수업을 들었다. 당연히 선생님의 지적이 있었지만, 유경이는 무시했다. 평상시의 조용하고 약간 내성적인 그녀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유경이가 자신의 말을 계속 무시하자, 선생님은 이내 포기해버렸다. 그리고 유경이는 자신의 그런 반항적인 행동에 작은 스릴마저 느꼈다.

    이 모든 것이 거울의 덕분이었다.


    그리고 또한 거울의 마법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유경이는 날이 갈수록 예뻐졌다. 그녀가 한 일은 별 것 없었다. 그저 저녁에 집에 가서 거울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면 거울은 그녀가 어떤 옷을 입으면 될지 가르쳐주었고, 어떤 머리 스타일을 하면 좋을지 가르쳐주었다. 그녀는 단순히 거울이 보여준 모습을 따라하면 끝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었다.
    또한 그 덕분에 그녀의 인기는 굉장히 높아졌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남자들에게 고백을 받았으며, 쉬는 시간에는 그녀의 번호를 따가려는 사람들로 복도가 북적였다. 심지어는 그녀에게 고백을 한 남자들 중에는 그녀가 예전에 동경을 했던 선배도 끼어있었다.

    하지만 유경이는 이 모든 것들을 단번에 거절했다. 그녀는 흥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흥미는 오로지 거울에만 국한되어 있었으며, 그녀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그녀가 예뻐질까 에만 초점을 두었다.

    그녀에게는 거울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그녀에게는 거울만이 의미가 있었다.

    그녀에게는 거울 속의 유경이만이 의미가 있었다.

    거울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거울 속의 유경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아아… 아름답다….




    ##


    쾅 쾅 쾅

    “문을 열어보렴. 어째서 학교를 안 가는지 이유만이라도 설명해보렴.”

    문가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유경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거울을 보는데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무시해버렸다. 그녀에게 의미가 있는 일은 거울을 보는 일뿐이었다.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쾅 쾅 쾅

    “제발… 제발 부탁이란다. 이유만이라도 설명해보렴. 엄마가 잘못한 것이 있었니? 아니면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또 다시 들려오는 소음. 아마도 그 소음은 예전에 자신의 엄마였던 사람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유경이에게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이 거울뿐이며, 그녀에게 의미를 가지는 사람은 거울 속의 유경이뿐이니까.

    “으흐흑…….”

    유경이가 계속해서 무시하자 밖에서 들리는 흐느낌은 사라졌다. 아마도 지처서 포기했나보다. 유경이는 성가신 일이 사라져 기뻐하면서 계속해서 거울을 바라보았다.

    --아아… 아름답다….

    거울만이 그녀에게 의미를 가진다.
    그래… 오직 거울만이….



    철컥 철컥.

    “유경아, 뭐하냐? 잠시 들어간다.”

    그때였다. 열쇠로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어떤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집에 사는 선영이었다.
    예전에 엄마였던 사람이 선영이를 부른 모양이었다. 아마도 활발한 성격의 선영이는 열쇠를 빌려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유경이는 깜짝 놀라, 거울을 숨기려고 했다. 소중한 거울이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뭐하냐니까? 어라… 그건 거울이네.”

    하지만… 늦었다. 워낙 선영이가 급작스럽게 들이닥쳤던 터라 유경이는 미처 거울을 숨기지 못했다. 그리고 선영이가 거울을 봐버린 것이다.

    “왜 왔어?”

    유경이는 매섭게 선영이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받았다. 그리고 거울을 들켜버렸다.

    “어… 그게….”

    하지만 선영이는 어물거리며 거울에만 시선을 두었다. 아니, 거울에 시선을 빼앗겼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유경이는 더욱 표정을 매섭게 만들며 거울을 등 뒤로 숨겼다.

    “왜 왔냐고!”

    유경이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쳤다.

    “어… 어… 다름이 아니라 너가 걱정이 되어 왔는데….”

    유경이의 그런 태도에 놀란 것일까, 거울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아서일까 선영이는 더듬거리며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나가!”

    “자…잠깐만….”

    “나가라고!”

    유경이의 발악과 같은 비명, 선영이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아… 알았어, 그만 나갈게.”

    유경이의 기세에 밀려 선영이는 유경이의 방을 나갔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유경이를 바라보았다. 아니, 유경이에게 가리어 바라볼 수 없는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쾅!

    하지만 이내 닫히는 유경이의 방문, 그것은 선영이의 시선도, 선영이와 무언가의 사이도 가로막았다.

    “아….”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소리. 그러나 지금은 별 수가 없었다.
    선영이는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아… 아름답다….




    ##


    선영이가 돌아간 뒤에도 유경이는 계속 거울만을 바라보았다.
    선영이가 거울을 봐버렸으니, 거울을 숨길 좀 더 안전한 곳을 마련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유경이는 그저 거울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름다워.”

    그저 홀린 듯, 매혹당한 듯 거울만을 바라보았다.
    방안에서 거울만을 바라보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유경이의 얼굴은 나날이 수척해져갔지만, 유경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거울만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유경이에게 현실 속의 그녀는 의미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오직 거울 속의 그녀를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경이는 거울 속의 그녀가 또 다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발견하였다.
    목걸이이다. 거울 속의 유경이가 처음 보는 목걸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유경이는 그 목걸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백금색 줄에 가운데에 붉은색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이다. 그것은 루비인 걸까, 화려한 붉은색 보석은 수수해 보이는 백금색 줄과 잘 어울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또한 목걸이의 길이가 그다지 긴 편이 아니라서 유경이의 가슴 위부분에 보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한 동안 바깥에 나가지 않아 파리해진 유경이의 피부색과 잘 어울려 묘한 매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목걸이는 그녀의 집에 있는 목걸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적은 있는 목걸이였다.

    ‘어디서 보았을까….’

    유경이는 눈가에 잔주름을 잔뜩 만들면서 궁리를 했다. 아름다운 목걸이였다. 만약에 그것을 가질 경우, 거울 속의 그녀는 더욱 예뻐질 것이다.

    “아! 보석 가게.”

    결국 오랜 시간동안 궁리한 끝에 유경이는 생각해낼 수 있었다. 보석 가게였다. 학교를 그만두기 얼마 전에 보석 가게에서 본 적이 있던 목걸이였다. 아름답다고는 생각했으나 너무나도 비싼 가격에 고개를 저으면서 관심을 끊었던 목걸이였다. 학생 수준에서는 엄두도 못낼 가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 목걸이를 거울 속의 유경이가 차고 나온 것이지?’

    이상했다. 지금까지 거울 속의 유경이가 입은 옷과 액세서리들은 전부 다 유경이의 집에 있는 것들이었다. 처음에는 머리끈, 두 번째는 모자, 세 번째는 원피스에서부터 그녀의 엄마가 아끼는 핸드백과 결혼반지까지 보았지만, 전부 그녀의 집에 있는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저 루비 목걸이는 유경이만이 보았던, 유경이만이 알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도 거울 속의 유경이가 착용하고 나온 것이다.

    유경이는 순간 오싹함을 느꼈다.

    “너…너무”

    “멋있다!”

    그랬다. 역시 거울에 걸린 마법은 대단한 것이었다. 자신만이 본 것을 거울이 알고 있다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리고 그런 거울을 가진 그녀는 정말 행복한 것이었다. 아마도 이대로 간다면, 이 세상에서 그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모든 것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해 진다.



    “아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아무튼 그녀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저 목걸이를 그녀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는 안 된다.

    “흐음… 좋은 방법이 없네.”

    하지만 그녀에게 좋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돈으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한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지갑에서 슬쩍한다고 해도 부족할 거다. 그만큼 저 목걸이는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지.”

    그녀는 순간 불쾌한 감정이 마구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저 거울은 그녀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거울 속의 유경이의 것이다. 그런데도 거울 속의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거울 속의 그녀를 좀 더 아름답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아아…! 안 돼. 어떻게든 해야 해. 나는 그녀를 아름답게 만들어야한다고!”

    유경이는 머리를 쥐어짜듯이 부여잡고 소리쳤다.
    이 상황이 짜증났다. 거울 속의 그녀를 위해서 아무 것도 못하는 자신이 짜증났다.

    “어떻게 하면 되죠?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유경이가 머리를 헝클어트리면서 거울에게 물었다. 하지만 당연히 거울 속의 그녀에게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그런 행동이 거울 속의 유경이가 자신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어떻게든 할게요. 부탁이니 그런 눈초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유경이는 애원하듯이 거울에게 사정했다. 거울 속의 그녀의 그런 눈초리는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반드시… 어떻게든 할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루비 목걸이를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했다.

    유경이는 거울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뒤, 비장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섰다.




    ##


    밖으로 나선 유경이는 무작정 보석 가게로 찾아갔다. 그리고는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새벽이 되자, 보석 가게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졌다. 그제서야 유경이는 보석 가게 앞으로 걸어갔다.

    “아! 있다. 아직 있어.”

    가로등의 어스름한 불빛으로 확인해보니, 루비 목걸이는 아직 있었다. 너무 비싼 가격에 아직 팔리지 않았나보다.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저것을 얻을 수 있지?’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그녀는 유리를 만져보았다. 매끈매끈하지만, 손으로 가볍게 치니 통통거리며 가벼운 소리가 나는 것이 그다지 두꺼워 보이지는 않았다. 돌 같은 것을 던지면 단번에 깨질 것 같았다.

    돌이라….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돌은 보이지 않았지만, 저 멀리 자전거가 있었다. 그녀가 그 곳으로 가보니, 자전거는 자물쇠가 바퀴와 몸체에 걸려있어 타고 가지는 못하지만 들어 올릴 수는 있었다.
    그녀는 화색을 띄면서 자전거를 옮겼다. 그녀가 들기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거울 속의 유경이를 위해서 열심히 옮겼다.


    그리고 간신히 보석 가게 앞으로 자전거를 옮길 수 있었다.

    “좋아. 이어차….”

    유경이는 자전거를 어느 정도 높이까지 들어올렸다. 보석 가게의 유리를 깨버리기 위해서이다.
    아마도 이 유리를 깨버리면 비상벨이 울리며 경찰이 오겠지…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상관없는 일이었다. 거울 속의 유경이를 아름답게 만들 수만 있다면, 현실 속의 유경이쯤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와장창!

    유경이가 온 힘을 다해서 자전거를 던지자, 유리가 깨졌다.

    -애애애애애앵! 애애애애애애애앵!

    그리고 울리는 비상벨 소리. 유경이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목걸이를 챙겼다.
    서둘러야 한다. 꾸물거리다간 경찰이 오고 만다. 자신이 잡히는 것은 상관없지만, 적어도 거울 앞에서 목걸이를 써봐야만 한다.
    목걸이는… 유경이가 목걸이를 피해서 잘 던진 것인지 아무런 흠집도 없었다. 그저 그녀의 손안에서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아… 아름답다….

    그녀는 집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


    집에 도착한 유경이는 그녀의 방을 향해서 뛰어 들어갔다. 자신의 소란스러움에 가족들이 깼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아름다운 목걸이를 거울에 비추어 보는 것이었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아마도 보석 가게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을 테고, 경찰이 그녀를 찾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유경이는 어서 빨리 거울을 가지고 도망을 가야만 했다.

    “후후훗. 꺄하하.”

    하지만 유경이는 기쁨에 겨운 웃음소리를 냈다. 행복했다. 거울 속의 그녀가 한층 아름다워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기쁨에 비하면 유경이에게 닥친 문제들은 하찮은 것들뿐이었다.

    드디어 그녀의 방문 앞에 도착한 유경이는 급하게 열쇠를 찾았다. 외출하기 전에 잠가놓은 것이다.

    “응?”

    하지만 어째서일까, 열쇠는 헛돌아가고 문은 맥없이 열려버렸다.

    “어라?”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거울이었으므로 그녀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거울은 외출하기 전에 책상위에 올려놓았으니, 그 곳에 있을 것이다.

    “아아….”

    “아아아아아!”

    하지만… 그녀의 거울은 사라지고 없었다.




    ##


    없었다. 그녀의 방 어디에도 그녀의 거울은 없었다. 그녀가 새벽부터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찾았지만 거울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어디로 간 것일까, 가족들에게 그녀의 방에 들어온 적이 있었냐고도 물어봤지만 모두들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는 밀려오는 짜증에 손톱을 깨물었다.

    -와그작와그작.

    그녀로서는 처음 하는 행동이었지만, 경쾌한 소리와 함께 손톱에서 밀려오는 아픔이 그녀의 짜증을 어느 정도 중화시켜주었다.

    -와그작와그작.

    가족은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그녀는 분명히 외출하기 전에 거울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의 부주의한 행동에 소름이 돋을 정도이지만, 그 때는 방문도 잠갔고 목걸이도 빨리 찾아야하고 해서 별 생각 없이 그렇게 했던 것이다.

    -와그작와그작.

    손톱이 깨지고 피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한시라도 빨리 거울을 찾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이 들이닥쳐, 그녀를 잡아갈 것이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끔찍했다. 그녀는 거울을 잃어버린 채 어느 정도일지 모르는 시간을 보내야하는 것이다.

    -와그작와그작.
    -빠각.

    마침내 손톱이 박살났지만 그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입안에서 맴도는 짭짤한 맛이 그녀의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다.

    “아!”

    그러다 갑자기 유경이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선영이!”

    그랬다. 그녀의 거울을 본 것은 선영이뿐이었다. 잠겨있는 방문을 연 것도 이전에 받은 열쇠를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가능할 터였다. 게다가 선영이와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터라,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열쇠를 숨겨두는 위치를 서로 알고 있으니 집에 들어오는 것도 쉬웠을 것이다.

    “선영이 그년!”

    -와그작!
    -푸슉!

    유경이가 선영이 생각에 흥분하면서 손톱을 깨물자, 피가 솟구치듯 나왔다. 아마 강한 압력에 받아 밖으로 나온 것일 테지.

    “용서할 수 없어! 감히!”

    그녀는 분노에 차, 강하게 내뱉었다.
    거울은 그녀의 것이다. 그런데 감히 선영이는 쥐새끼마냥 그녀의 거울을 훔쳐갔다.
    그녀는 짜증이 났다.

    그 쥐새끼 때문에 거울을 못 보는 것이다.
    그 쥐새끼 때문에 거울 속의 유경이를 아름답게 못하는 것이다.
    그 쥐새끼 때문에….
    그 쥐새끼 때문에….

    “아아악! 그 쥐새끼를 어떻게 하지!”


    -와그작와그작.

    그녀는 다시 손톱을 깨물었다. 아니, 지금은 손톱이 깨져 피로 범벅이 된 손가락의 살점을 깨물었다.

    -와그작와그작.

    피가 튄다.
    ‘어떻게 해야 하지?’

    -와그작와그작.

    살점이 떨어진다.
    ‘어떻게 해야 그 쥐새끼에게 처참하게 복수를 할 수 있지?’

    -와그작와그작.

    손가락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해간다.
    ‘그 쥐새끼가 감히 분수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아아, 죽여 버리고 싶어 그 쥐새끼.’

    -와그작와그작.

    그리고… 정적이 흐른다.

    "……."

    “아!”

    잠시간의 정적 후 그녀는 단발의 외침과 함께 무언가를 깨달았다.
    죽인다. 쥐새끼는 죽인다.

    “아하하, 뭐야 간단하잖아. 이렇게 간단한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닫다니. 까하하.”

    간단했다. 쥐새끼는 죽여야 한다. 선영이는 쥐새끼이다. 그러므로 선영이는 죽여야 한다. 너무나도 간단한 사실. 너무나도 명백한 삼단 논법이었다.

    “까하하하. 기다려라 쥐새끼야. 까하하.”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걸린 루비 목걸이를 내려다보았다. 아까 손톱을 깨물 때 튀긴 것인지 작은 핏방울들이 루비에 아롱져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가 손톱이 박살난 손가락으로 루비를 닦아보았다. 그러자 루비의 색이 더욱 진해져보였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 짙은 미소를 지었다. 루비가 한층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 루비를 쥐새끼의 피에 담근다면 어떨까? 아마 더욱 매혹적인 빛깔이 되겠지. 비록 그것이 더러운 쥐새끼의 핏물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야.’

    “꺄하하”

    생각만 해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거울 속의 유경이를 훔쳐갔으니, 거울 속의 유경이를 위해서 죽어라! 정말 멋진 생각이다. 분명히 선영이도 행복할 것이다.

    “꺄하하하하하하.”

    유경이는 광기로 사로잡힌 웃음을 지으며, 몇 가지 준비를 끝마치고 집 밖으로 나갔다.




    ##


    유경이는 밖으로 나와 선영이네 집으로 갔다. 바로 옆집이라서 걷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는 없었다. 거기다가 지금 시간은 평일 점심시간, 거리는 사람들이 없어 한산했다. 아마도 선영이네 집에도 선영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테지.
    유경이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한 손에는 날카로운 예기를 지닌 무언가가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아하하, 있네.”

    유경이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살짝 지쳐있는 대문을 밀고 들어가, 왼쪽에서 세 번째 화분 밑에 있는 열쇠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선영이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왔으므로 유경이는 선영이네 집을 잘 안다. 식구들이 없을 때 열쇠가 있는 곳도, 평일 점심시간에는 보통 집에 아무도 없을 거라는 것도.

    “물론 오늘은 쥐새끼 한 마리가 숨어 있겠지만 말이야. 꺄하하”

    하지만 선영이는 분명히 오늘 집에 있을 것이다. 유경이의 소중한 거울을 가져갔으니, 넋을 잃고 그것만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냥 뒤로 몰래 다가가서 찔러주면 된다. 없어도 사실 상관은 없었다. 유경이에게 중요한 것은 거울이지, 쥐새끼 한 마리의 죽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언제 쥐새끼 한 마리의 죽음에 큰 신경을 쓰는가? 그런 것이다.



    유경이는 현관문을 조심스레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발뒤꿈치를 들고 조용히 걸어갔다. 커튼을 쳐놨는지 집 안은 어두웠지만 그다지 상관없었다. 선영이네 집의 구조는 눈 감고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유경이는 선영이의 방 앞에 설 수 있었다. 조심스레 방 안을 살펴보니 책상 앞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선영이었다! 선영이는 책상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고 그것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가끔씩 탄식에 젖은 감탄을 내뱉고는 했다.

    ‘죽일 년!’

    유경이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저것은 자신의 것이다. 쥐새끼가 감히 넘볼만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인간의 것을 넘본 쥐새끼는…

    “…죽인다.”

    유경이는 다시 한 번 다짐하듯 작게 읊조렸다. 그리고는 선영이를 향해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저벅

    방문을 지나.

    저벅

    선영이의 방 안으로 들어간다.

    저벅

    선영이는 아직 눈치 채지 못했다.

    저벅

    유경이의 손에서 땀이 차오른다.

    저벅

    비록 쥐새끼 한 마리를 죽이는 것이지만 긴장되는 것이다.

    저벅

    그리고 마침내 유경이는 선영이의 한 걸음 뒤에 설 수 있었다.


    “…….”

    이제 한 걸음만 걸어가면 쥐새끼를 죽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유경이는 새삼스레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잡생각을 떨쳐냈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역수로 해서 양손으로 부여잡고 위로 들어올렸다. 찍어버리기 위해서이다.

    “…….”

    손이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유경이는 양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런 다음 한 걸음을…

    저박

    …내디뎠다.


    “…….”

    그리고는 보았다.

    “…….”

    거울을 통해서 비치는 그녀의 눈동자를….

    “!!”

    유경이가 본 것은 자신의 눈동자일까, 아니면 선영이의 눈동자일까. 그 일순간의 망설임이 선영이의 운명을 바꾸었다.

    휘익! 콰직!

    “꺄아악!”

    순식간에 방안에 울려 퍼지는 선영이의 비명. 그와 동시에 유경이의 일격은 허공을 갈라 책상에 박혔다. 선영이가 놀라 일어나면서 움직여진 의자가 유경이의 진로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거울은 튕겨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꺄아악! 뭐…뭐야?”
    “쳇, 제길.”

    선영이는 유경이의 일격에서 살아났지만 아직 상황이 파악이 안 되는 듯 비명을 지르며 방 가장자리로 물러날 뿐이었다. 반면에 유경이는 낮게 욕설을 내뱉으며 책상에서 날카로운 무언가를 뽑으려고 노력했다.
    아직 선영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지금이 기회이다.

    그리고 드디어 유경이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뽑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에는 선영이도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유경이의 눈치를 보며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었다.

    “!!”

    그때, 유경이는 시선을 돌려 방문을 쳐다보았다. 이런, 만약에 선영이가 도망쳐버리면 일이 성가시게 되어 버린다.
    유경이의 시선을 따라 선영이도 방문을 바라보았고, 그 사실을 깨달았다.

    휘익. 타닥

    유경이와 선영이는 거의 동시에 방문쪽으로 몸을 날렸다.

    부웅~

    “읔….”

    하지만 유경이가 날카로운 무언가로 위협을 하자, 선영이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 퇴로는 막았다. 유경이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선영이가 책상 근처로 물러나 의자를 양손으로 잡자, 유경이의 미소는 사라졌다. 실수했다. 선영이에게 무기를 쥐어준 것이다.

    “너 미쳤어? 지금 뭐하는 짓이야?”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것일까, 선영이가 유경이에게 질문했다.

    “아하하. 미치다니 천만에. 나는 정신이 멀쩡한 걸."

    유경이는 의외로 선선히 질문에 답해주었다. 대화하면서 선영이의 빈틈을 찾기 위해서이다.

    “미치지 않았다니… 그렇다면 네 손에 든 건 뭔데?”

    유경이의 답변에 힘을 얻은 것일까, 선영이는 유경이의 손에 든 날카로운 무언가를 가리키며 발악하듯이 소리쳤다.

    “아, 이거 말이야? 신경 쓰지 마. 오늘 너희 집에 있는 쥐새끼 한 마리를 잡을 도구거든. 꺄하하하하하하.”

    하지만 유경이는 그것을 넉살좋게 받아쳤다.
    선영이는 유경이의 광기에 찬 웃음소리에 몸서리를 쳤다.

    “미쳤어…. 미쳤다고!”

    “어머나, 나는 오히려 네가 미쳤다고 생각하는데? 감히 쥐새끼주제에 내 물건을 넘봤으니까 말이야.”

    유경이의 지적에 선영이는 몸을 약간 움츠렸다.

    “거울… 말하는 거야?”

    유경이는 그 말에 인상을 매섭게 만들었다.

    “그래! 잘도 아는 구나.”

    선영이는 유경이의 매서울 일갈에 더욱 몸을 움츠렸다.

    “그건… 그건… 내가 잘못한 것이 맞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닥쳐! 네 년은 나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를 훔쳐갔어! 그 죄는 죽음으로 갚아!”

    유경이는 선영이와 더 이상 말을 나누고 싶지 않은지, 한 손으로 옮겨 잡은 날카로운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선영이는 그 모습에 의자를 양손으로 잡고 자신의 오른편에 놓았다. 유경이가 달려들면 왼쪽으로 후려치려는 것이다.


    “죽어!”

    마침내 유경이가 선영이에게 달려든다. 오른손에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쥐고, 왼손은 방어를 위해 살짝 들어 올린 상태이다.

    승기는 유경이에게 있다. 의자는 맞더라도 상관없지만 유경이의 무기는 스치더라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거기다가 유경이는 자신의 무기로 베는 것이 아닌, 찔러 들어가는 중이다. 만약 선영이의 복부 쪽을 노린다면 손쉽게 선영이를 행동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으리라.

    선영이는 유경이의 기세에 눌려 당황했다. 하지만 이윽고 의자를 옆으로 의자를 세워 유경이에게 후려친다.

    휘잉~

    묵직한 중저음의 소리와 함께 의자가 유경이에게 휘둘러진다.

    하지만 유경이는 그것을 피하지 않는다. 리치는 자신이 짧지만, 위력은 자신의 무기가 압도한다. 한 대 맞아주면서 공격하면 자신이 유리하리라.

    퍼억!

    의외로 강력한 충격!
    선영이가 혼심의 힘을 다해서 휘두른 탓일까, 왼쪽 손으로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유경이는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정신이 혼미한 중에도 유경이가 오른손을 뻗는다.

    푹!
    “아아아악!”

    이내 들려오는 무언가를 찌르는 소리!
    하지만 유경이는 눈살을 찌푸린다.
    얕다. 의자의 충격이 생각보다 컸던 탓일까, 유경이의 무기는 선영이의 복부의 가장자리를 찌르는데 그쳤다.

    부웅~ 퍽!

    게다가 유경이는 선영이가 밀려오는 아픔에 있는 힘껏 휘두른 의자에 또 한 번 맞았다.

    “으윽.”

    유경이는 상당한 충격을 받으며 무기를 놓치고는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것을 본 선영이는 표독한 표정을 짓는다.


    부웅~ 퍽!

    그리고는 의자를 들어 있는 힘껏 내려쳤다.

    부웅~ 퍽!!

    유경이는 그저 몸을 웅크리며 최대한 머리를 보호했다.

    부웅~ 퍽!!!

    갈수록 강해지는 선영이의 휘두름. 이대로 가다간 유경이가 죽을 것 같았다.

    부웅~ 퍽!!!!

    실제로 유경이는 온 몸에 새겨지는 아픔에 정신이 없었다.

    부웅~ 퍼억!

    하지만 그때였다, 유경이에게 선영이의 다리가 보인 것은.

    부웅~

    꽈악!

    “아아악!”

    유경이는 있는 힘껏 선영이의 왼쪽 다리를 깨물었다.

    “이… 이 년이.”

    이것을 놓치면 그녀는 죽는다! 유경이는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선영이의 다리를 물고 늘어졌다.

    퍽!
    “죽어! 죽으라고!”

    선영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유경이가 워낙 질기게 달라붙어 의자로 때리기 힘들게 되자 오른쪽 다리로 유경이를 차기 시작했다.

    퍼억! 퍽퍽!
    “아악! 죽으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경이는 절대로 선영이의 다리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진돗개처럼 선영이의 발목을 계속 물고 늘어졌다.

    “이익! 죽어!!”
    휘잉~ 퍼억!
    “아아악!”

    마침내 선영이가 혼신의 일격을 다한 발차기에 유경이는 떨어져나갔다. 하지만 이미 선영이의 발목은 큼지막한 살점이 떨어져나가 너덜너덜해졌다.
    물론 유경이도 괜찮은 것만은 아닌지, 선영이의 발목에는 유경이의 치아로 보이는 것들 두 개가 박혀있었다. 실제로 유경이는 의자에 맞고 발로 차였던 충격으로 일어설 기운도 없었다.


    “으으…. 이 년이.”

    선영이는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는 유경이를 바라보며 표독스럽게 읊조렸다. 선영이로서는 억울했다. 자신이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 짜증났다.
    그리고 그런 짜증은 유경이에대한 증오로 이어졌다.

    “죽여 버린다. 개 같은 년.”

    선영이는 악에 바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복부에 박힌 날카로운 무언가를 쳐다보았다. 이것으로 유경이를 찌르면 고통스럽게 죽여 버릴 수 있다. 의자로 쳐 죽일 수도 있지만, 그녀에겐 더한 고통을 안겨주어야만 한다. 유경이가 가지고 온 날카로운 것으로 그녀 자신을 난도질해서 죽인다면 가장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으리라. 생각만 해도 짜릿해진다.

    “후우.”

    선영이는 작게 심호흡을 한 후, 자신의 복부에 박힌 날카로운 무언가를 뽑아들었다.

    “으읔. 아악!”

    이내 퍼지는 고통. 하지만 이 정도쯤은 앞으로 느낄 쾌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유경이가 느낄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선영이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한 손에 쥐고 유경이에게로 다가갔다.


    한편 유경이는 선영이의 그런 일련의 행동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바라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너무 심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입술은 터졌고 이빨은 네 개정도 뽑혀나갔으며, 온 몸이 욱신거린다. 특히 복부 쪽에서 심한 고통이 느껴지면서 아까부터 핏물이 울컥 새어나오는 것이, 내장을 다친 것만 같았다.
    그런 그녀로서는 말 그대로 손과 발을 움직이며 그저 발버둥을 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선영이는 그런 유경이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웃었다.

    “아하하하. 꼴좋네. 힘들지? 아프지? 괴롭지? 무섭지? 꺄하하하. 걱정하지 마. 이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해줄 테니. 아하하하.”

    그리고는 유경이에게 다가가, 날카로운 무언가를 역수로 쥐고 찔러 들어갔다.

    그런 와중에도 유경이는 여전히 손과 발을 움직이며 발버둥을 치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기운을 회복했지만, 선영이의 무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유경이의 손에 단단한 무언가가 잡힌 것은.
    유경이는 금속으로 된 듯 차가운 느낌이 드는 그것을 잡자마자, 있는 힘껏 위로 휘둘렀다.

    퍼억!

    “아악!”

    달그락.

    천운인가, 유경이가 휘두른 그것이 선영이의 손에 맞았고, 선영이는 무기를 놓아버렸다.
    그리고 유경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일어나, 득달같이 선영이에게 달려들었다.

    후웅 퍽!

    처음의 일격은 머리! 선영이는 멍하게 있다가 유경이의 반격에 머리를 맞고 옆으로 쓰러졌다.

    후웅 퍽!!

    두 번째 일격도 머리! 유경이는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쓰러진 선영이의 머리를 가격했다.

    후웅 퍼억!!

    세 번째 일격도 머리! 유경이는 확인 사살을 하듯, 집요하게 선영이의 머리만을 공격했다.

    휘우웅 파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선영이의 머리로 손에 쥔 것을 휘두르자, 마치 수박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유경이는 선영이의 온 몸을 자신의 무기로 내려쳤다.

    퍽! 퍼억! 휘잉! 퍼억! 퍽!

    순식간에 선영이의 온 몸은 기괴한 방향으로 뒤틀려져 갔다.
    무기를 들어 올린 뒤, 내려친다. 유경이는 그런 알고리즘을 광기에 가득 차 기계적으로 수행할 뿐이었다.


    퍼억! 퍼억! 퍼억! 퍽!
    “하악. 하악. 하악.”

    어느 정도 그렇게 선영이를 다지고 있었을까, 유경이는 문득 정신이 들었는지 무기를 내려치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는 무기를 땅바닥에 놓아버리고 뒷걸음질 쳐서 주저앉았다.

    “하악. 하악. 하악.”

    거칠어진 숨소리, 그것은 유경이가 어느 정도 광기에 차있었는지 잘 보여주었다.

    “주… 죽인거지? 내가 죽인거지…?”

    유경이는 예전에 선영이었던 것을 계속 쳐다보았지만, 그것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아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죽였어. 죽였어. 내가 죽였다고. 아하하하. 쥐새끼 한 마리를 내가 죽였어. 아하하하하하하.”

    유경이는 마음껏 웃었다. 드디어 선영이를 죽였다. 이제 거울은 그녀의 차지이다. 아니, 원래부터 그녀의 것이었으니 돌려받은 것이다.

    “맞아, 거울!”

    그녀는 웃음을 그치고 주위를 둘러보아 거울을 찾았다. 이 모든 것들이 거울을 위해서 일어났으니, 거울을 빨리 찾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의 바로 앞에 떨어져있는 거울을.

    “어…라.”

    유경이는 순간 멍해졌다.
    저것은… 분명히 그녀가 무기로 사용했던 것이다. 선영이를 향해 죽도록 휘둘렀으니 착각할 리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것이, 그녀가 애타게 찾던 거울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지.

    그녀는 덜덜 떨면서 거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거울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방향을 돌려 거울 면을 바라본 순간, …그녀는 굳어졌다.

    거울은…
    거울은… 여러 조각으로 산산이 깨져있었다.




    ##


    유경이는 계속 거울을 잡은 그 상태로 굳어져있었다. 망연자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모든 것이, 그녀에게 의미를 갖는 유일한 것이 사라졌다.
    깨졌다.
    산산조각 나서
    거미줄을 보는 것처럼
    사방으로 깨져나갔다.

    거울을 통해 보이는 유경이의 멍한 표정이 마치 거미줄에 걸린 불쌍한 나비 같았다.
    절망의 수렁에 빠져 아무것도 못 하면서, 그저 죽음만을 기다리는 나약한 존재.

    그것이 거미줄에 빠진 벌레의 숙명이다.
    그것이 거울이 깨져버린 유경이의 숙명이다.

    “아아….”

    유경이는 절망이 가득담긴 한탄을 내뱉으며 거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제 이 거울은 깨졌다.

    거울로서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유경이에게 유일하게 의미를 지녔던 것들이 사라진 것이다.

    더 이상 유경이는 이 거울을 사용할 수 없으며,

    더 이상 유경이는 거울 속의 유경이를 볼 수 없다.

    그것이 유경이의 마음을 죄어들어갔다.

    그것은 거울 속의 유경이도 마찬가지인지,

    산산조각 난 거울을 통해 보이는 유경이의 얼굴도 비탄에 잠겨있었다.

    ……

    ‘…….’

    ‘…….’

    ‘…잠깐.’

    ‘아직… 거울 속의 유경이는 사라지지 않았어.’

    그랬다. 거울은 무참히 깨져 산산조각 나서 금이 사방으로 가있었지만, 거울 속의 유경이는 아직 존재했다. 비록 깨진 거울을 통해서 보는 것이라서 마치 유경이의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아하하핫. 아하핫. 아직 살아있어. 아직 거울 속의 유경이는 살아있다고!”

    유경이는 기쁨에 겨워 소리 질렀다. 아직 살아있다. 거울 속의 유경이는 아직 살아있다. 거울이 깨졌다고 해서 거울 속의 유경이까지 죽은 것은 아니었다.

    “꺄하하하.”

    유경이는 마구 웃었다.
    거울 속의 유경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유경이.
    자신에게 유일하게 의미가 있고,
    자신에게 유일하게 소중한 존재.
    그런 유경이가 죽지 않았다.

    유경이는 너무나도 기뻐서,
    유경이는 너무나도 행복해서,
    거울만을, 거울 속의 유경이만을
    계속해서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유경이가
    그녀인 것처럼 느껴지고.
    현실 속의 자신이
    거울 속의 유경이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거울 속의 유경이를 보고 있는 것일까,
    거울 속의 유경이가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일까.
    유경이가 그녀이고.
    그녀가 유경이이다.
    마치 꿈만 같았다.


    하지만…. 이내 유경이의 꿈은 깨어져버렸다.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신과 거울 속의 유경이가 같아지는 것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무엇일까. 유경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알고 싶다. 하지만 알 수 없다.
    그것이 유경이를 성가시게 만들었다.
    거울은 그녀의 것인데, 거울 속의 유경이는 그녀인데, 어째서 알 수가 없을까.
    그녀는 너무나도 답답했다.

    “아!”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거울 속의 유경이와 현실 속의 그녀의 차이점을.


    그것은 금.

    거울 속의 유경이의 얼굴을 이리저리 찢어놓고 있는 여러 갈래의 금들.

    거울 속의 유경이와 현실 속의 유경이를 갈라놓고 있는 여러 갈래의 금들.

    갈기갈기 거울이 찢긴 것처럼, 거울 속의 유경이의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는 여러 갈래의 금들.

    그것은 거울 속의 유경이가 마치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느껴져, 너무나도 처량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제는 유경이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거울이 깨졌지만 거울 속의 유경이가 살아있는 이유.

    거울은 깨졌지만 거울 속의 유경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

    그것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최고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유경이는 웃음을 지었다.

    거울 속의 유경이도 웃음을 지었다.

    자, 보라. 저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거울 속의 유경이가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주는 아름다움이다.

    유경이는 방바닥에 떨어져있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주웠다.

    이제 유경이는 최고로 아름다워질 수 있다.

    거울 속의 유경이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다.

    그리고 이 날카로운 무언가는 거울 속의 유경이와 자신을 똑같이 만들어 줄 것이다.

    유경이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역수로 잡은 뒤, 얼굴로 가져갔다.

    이제 그녀는 진정한 유경이, 거울 속의 유경이가 될 수 있다.

    유경이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잡고 있는 양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는…

    찔렀다.

    푹!

    찔렀다.

    푹! 푹!

    찔렀다.

    푹! 푹! 푹!

    찔렀다.

    푹! 푹! 푹! 푸욱!

    이제 자신은

    푹! 푹! 푹! 푸욱! 푹!

    거울 속의 유경이가 되고.

    푹! 푹! 푹! 푸욱! 푹! 푹!

    모든 것이 행복해진다.

    푹! 푹! 푹! 푸욱! 푹! 푹! 푸푸푹! 푹! 푹!
    푸욱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푸욱! 푹! 푹!

    “꺄하하하하하하하. 나는 행복…크륵. 크…크륵. 해…행복…크흑. 해. 꺄하하하하하하하. 쿨럭. 꺄하하.”


    …섬뜩한 소리가 방안에 가득 차오르는 가운데,
    거울 속의 유경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아… 아름답다….

    푸욱!





























    출처



    웃대 - 銀色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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