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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안에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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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거울을 증오했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 너무도 싫었다. 흉측한 내 모습이 그대로 비춰지는 것이... 너무도 싫었다.
난 거울을 저주했다.
아침마다 보게되는 나의 얼굴이 너무도 싫었다. 흉측한 내 모습에 증오를 느껴 거울을 수없이 부숴야 했다.
그래도 거울은 여전히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었다. 난 그게 너무도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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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어느 새 어두워져 있었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졌던 모양인지, 저 먼 하늘에서는 붉은 노을이 긴 꼬리를 흩날리며 사라져가고 있었다.
다른 날은 이렇게 어둡지는 않았는데... 학교에서 시달리다 보니 몸에 기운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나를 좋게 보지 않는다. 우연히 그들의 뒷담화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성격이 음침하다는 둥, 말이 없다는 둥, 별의 별 말이 다나왔었다.
하지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은 모두 허울좋은 변명들... 내가 이렇게 겉에서 맴도는 것은 모두 다 내 외모때문인 것이다. 난 그것을 확신하고 있다.
나도 여느 아이들과 같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 애는 정말 너무도 멋진 남자애다. 그 애가 밝게 웃는 모습이 너무도 좋았고, 또 농구를 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떠드는 모습이 너무도 즐거워보였다. 그 애가 웃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 비록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지만... 그래도 난 그 애를 너무도 좋아했다.
하지만 내 외모는 흉측했다. 내가 설령 용기를 내어 고백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남자애는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다.
난 그게 너무도 슬펐다. 우울한 생각을 하니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하나 해보지도 못하는 내 신세가 슬프고 원망스럽기만 했다.
힘없이 걷는 내 옆으로 여학생 두 명이 스쳐지나갔다. 나와 스쳐지나가자 마자 수근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보나마나 아니겠는가? 내 외모에 대한 흉일텐데...
정말로 지긋지긋하다. 너무도... 너무도 싫다.
하지만 그 때, 정말로 놀랍고 멋진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거울'을 본 건 정말로 큰 행운이었다. 쓰레기통 옆에 기대어 있던 '거울'을 보게되었을 때...
"아...
내 입에서는 가벼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정말로 아름다운 모습이 '거울'에 비춰져있었다. 검고 긴 생머리에 까만 눈동자. 하얀피부에 갸름한 얼굴은 칙칙한 교복마저도 밝게 비추어주는 듯 했고, 입가에 걸려있는 작은 미소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이끌려 난 '거울'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자 '거울'속의 그녀도 나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나는 오른손을 살짝 들어올렸다. 그러자 '거울'속의 그녀도 왼 손을 살짝 들어올렸다.
난 살짝 웃어보았다. 그러자 '거울'속의 그녀도 살짝 웃었다.
난 기쁨에 겨워 활짝 웃어보였다. 그러자 '거울'속의 그녀도 활짝 웃어보였다.
그 미소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난 그것이 내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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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진다. 못 박는 소리가 너무도 요란하게 울려퍼진다.
이마에서 살짝 흘러내리는 땀을 훔쳐내고서는 못을 다 박은 자리에 '거울'을 집어들어 벽에 걸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너무도 만족스러웠다. '거울'을 통해 비춰지는 내 모습이 너무도 만족스러웠다. 내가 찾아오고 꿈꿔왔던 아름다운 모습이 내 앞에서 활짝 미소짓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아니, 충분하고 남을 것이다. 이 정도의 외모라면 내가 좋아하는 그 남자애에게도 멋지게 고백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그 남자애와 사귀게 되고, 같이 손을 잡고 걷는다는 그 생각만으로도 난 너무 행복했다.
내일 당장 가서 고백해야지. 당장가서 내 마음을 그 남자애에게 전해야지.
마음속으로 행복한 다짐을 했다. 너무도... 너무도 설레인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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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야?? 저리가!!"
"아니... 난 그저..."
이런 반응은 생각치도 못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의 표정은 너무도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보는 듯한...
"난... 그냥 네가 좋아서..."
"그냥 꺼져버려!!"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 말을 잘라버렸다. 이런 반응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직도 내 외모가 부족한 걸까? '거울'속의 나는 아름답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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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의 일은 너무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난 그 충격으로 인하여 멍하니 서서 '거울'만 바라보고 있었다. '
거울'속의 난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난 슬프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거울'속의 나도 슬픈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던 것일까? 내 외모는 아직도 부족했던 것일까? 나는 그냥... 그 남자애가 좋았을 뿐이었는데...
갑자기 머리를 부수는 듯한 두통이 엄습해왔다. 머리가 쪼개지는 듯한 심한 고통이 몰려왔고 그 심한 고통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세수... 차가운 물로 얼굴을 적시면 통증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울'을 보던 몸을 돌려 화장실로 걸어가 문을 열어젖혔다. 난 화장실로 들어서서 수도꼭지로 손을 뻗었고 이내 '끼익'하는 짧은 마찰음과 함게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난 쏟아지는 차가운 물에 손을 뻗어 그 물들을 손에 가득하게 담고서는 얼굴에 문대었다. 차가움이 얼굴로 번지자 통증이 조금은 가시는 듯했다.
난 물이 다 흐르고 나서도 손을 얼굴에서 떼지않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마음으로 멍하닌 얼굴을 가리고 서 있었다.
두통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듯 했다. 그제서야 난 얼굴을 감싸고있던 손을 떼었다. 손을 떼자마자 보이는 것은 화장실 거울...
그 거울에서 비춰지는 것은 너무도 흉측한 모습이었다. 너무도... 갑자기 분노가 마음속에서 솟구쳐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는 꽉 쥐어진 주먹을 거울로 내질렀다. '쨍그랑'거리는 소리고 날카롭게 울려퍼졌다. 손에서는 붉은피가 흐르고, 거울속에 존재하던 내 흉측한 모습은 조각조각나서 부서져버렸다.
손에는 거울 파편이 박혀있는 듯 했지만, 이상하게도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했던 두통만이 더욱더 심해져 다가왔을 뿐...
난 다시 다가오는 두통에 얼굴을 찌푸리며 '거울'앞으로 되돌아왔다.
'거울'속의 나는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두통으로 찌푸려진 얼굴도 밝게 빛나는 듯 했다.
이젠 아무것도 필요없다. 아름답게 내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 이제... 이 안에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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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그다지 좁지도 넓지도 않은 거리에 여자 3명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저 집 이야기 들으셨어요?"
파마머리를 한 여자가 손가락을 들어 어떤 집을 가리킨다. 여자가 가리키는 집에는 무슨 사건이라도 일어난 듯, 폴리스라인(Police-line : 사고현장으로의 접근을 막는 노란테이프)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전 들었어요. 학생이 죽었다지요?"
조금 젊어보이는 여자가 말한다. 그러자 파마머리를 한 여자는 그녀의 말에 대답한다.
"네. 학생이 죽었다지 뭐예요?"
그러자 다른 한 여자가 대화에 끼여든다. 얼굴에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는 듯 하다.
"세상에... 젊은 학생이 죽은거예요? 왜 죽었데요?"
젊은 여인의 말에 파마머리를 한 여자가 대답한다. 왠지 얼굴이 약간 질려있는 듯 하다.
"그냥 앉아서 굶어죽었데요.."
"그냥 앉아서 굶어죽어요? 세상에... 가난하기라도 한건가..."
조금 젊어보이는 여자가 의아스럽다는 듯 말한다. 그러자 파마머리를 한 여자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아까보다 얼굴이 더 질려있다.
"예전에 저기 쓰레기통 옆에 세워져 있던거 기억나세요?"
"이상하게 소름 돋던 그 여자 초상화 말하는 거죠?"
"그거 기분 나쁘던데..."
모두들 한마디씩 중얼거린다. 얼굴이 다들 질려있는 듯 하다. 파마머리를 한 여자는 질린 얼굴을 애써 진정시키려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 그림을 그 학생이 가져갔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앞에서 굶어죽은 채로 발견된 거래요.."
"세상에... 으시시하네요..."
"어린 나이에... 그렇게 죽다니... 무섭기는 하지만 불쌍하네요..."
여자들은 조금씩 이야기를 더 나누며 서 있다가 이내 수다를 다 마쳤는지 하나하나 흩어져 자신들의 집으로 들어간다.
가장 앳되어 보이는 여자가 폴리스라인으로 출입이 통제된 집을 바라보며 안쓰럽다는듯 한 투로 중얼거린다.
"안됐네... 그래도 남자애가 꽤 잘생겼었는데..."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 폴리스라인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대문만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THE END-
출처
웃대 - memorist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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