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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5216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0
    조회수 : 1765
    IP : 121.140.***.101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1/05/09 21:10:49
    http://todayhumor.com/?panic_15216 모바일
    브금주의]비염





















    재채기는

    인간의 속에있는 악마가 밖으로 빠져나오려다가 실패하여 지르는 비명소리다.

    그렇게 악마는

    매 시간시간마다 우리를 노리고있다.

























    내이름은 한석현, 전직 축구선수다.

    실력을 인정받아 고등학교때부터 선수로 뛰기 시작했는데, 젠장맞을 비염이란 병이 내 인생을 망쳐버렸다.

    의사들마다 전부 진단이 다르고, 재채기를 할 때마다 아련한 고통이 밀려온다.

    시발.. 차라리 암같은걸 걸리면 스포츠 뉴스에도 뜰텐데

    지랄같은 비염이 걸리니까 그냥 휴가를 간 걸로 기제되어 있었다.




    축구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은 젊은 선수는 절대 휴가를 안간다는것을 잘 알것이다.

    아니, 축구 선수들은 휴가를 잘 가지 않으니까. 매일 혹독한 훈련을 해야하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감독이나 코치에게 휴가를 가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비염기가 나와 슛을 과감하게 넣지 못하는 난,

    형식적으론 휴가를, 실질적으론 퇴짜를 맞았다.

    축구선수로써, 아주 치명적인 병이 걸린것도 아닌데 왜 이래야 하는지...








    이제 내가 축구선수 '였던' 시절로부터 석달이 지났다.

    비염은 점점 심해지고, 콧물이 아니라 코피가 나기 시작한다. 심하면 각혈도 한다.

    재채기는 한번 하면 그칠줄을 모르는것이 한번 하면 열번은 능히 넘었다.



    이럴게 아니라 병원을 찾아봐야겠다.



    많은 병원을 찾아가봐서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의 유명한 이비인후과에 예약을 해 놓았다.

    삼일 후로 예약되었고, 나는 삼일 후에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아니라

    삼일이나 버텨야 한다는 우스운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아아. 축구공을 차고싶다.




















    내가 그 환자를 만난것은 일주일 전이었다.

    그는 비염환자라고 보기에는 너무 초췌해져 있었고,

    내 계열이 아니지만서도 약간의 정신분열증이 있던것 같았다.

    십수년간의 갈고 닦은 의사의 감으론, 이사람은 절대 비염따위로 찾아온것이 아니다.

    만약 비염이 걸렸다 쳐도 다른 병도 합병이 되어, 악화될만큼 악화된 것일것이라고 추측하였다.

    그의 귀신같은 모습에 약간은 긴장을 하고, 그에게 말을 건냈다.



    "그러니까... 심한 비염에 걸렸다고요?"

    "예.. 선생님"


    불행중 다행인지 그의 목소리는 살아있었다.


    "음...언제부터 앓아왔나요? 혹시 부모님이나 조상이 같은 증세를 보이기도 하셨나요?"

    "아니요.. 제가 첫번쨉니다"


    그는 이렇게 한번 말하고는 약간 허탈웃음을 지었다.

    웃을 힘도 없는것 같아 그저 웃었다고 추측만 가능했지만 말이다.



    "...아, 그럼 혹시 어렸을때부터 앓고계선던거에요?"

    "아니요.. 석달 전에.."

    "석달 전에요?"

    나는 안경을 조금 추켜세우고는 작게 중얼되는 그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집중을 했다.



    "석달 전에.. 서부터 시작됬던것..같은데...에.."

    "예?"


    "아... 언제였더..라.."



    그는 이렇게 말꼬리를 흐리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에엣취!!'


    그리고선 재채기를 한번,


    '에취!'

    두번,


    세번 네번... 열번을 넘게 숫자를 셀 엄두를 내지 못할정도로 하였다.

    대략 스무번정도 했을때 그의 코에서는 검붉은 코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이건 비염증상이 아니다. 그렇게 판단하고는 119를 불러 환자를 데려가게 시켰다.

    그는 매우 고통스러운지 바닥을 기었다. 깨끗했던 병원바닥은 금방 피로 물들었고

    그는 조금 참으려다가 이내 각혈을 해대었다.



    바닥에 흘린 피의 양이 너무 많아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빈혈로 죽었을 것이다.


    재채기가 좀 진정이 되었을때, 그는 잠들었는지 기절했는지 말이 없었다.


    곧 119대원들이 들어오고는, 환자를 데려갔다.

    한 대원이 '의사가 환자를 못고쳐..'라고 중얼거리며 나갔지만,

    이내 곧 바닥에 흘린 피의 양과 환자의 부들거리는 팔다리를 보고는 아무말도 없었다.




    한바탕 소동이 진정되고는 바닥에 흘려진 피를 닦으려고 걸래를 빨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니까.. 사흘 전일것이다.

    우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그가 탈출해 버린것이.

    그냥 심한 비염인줄 알고 이비인후과를 찾아갔을때 이미 그의 몸상태는 초토화 되어있던 것이었다.

    장기도, 뼈도 근육도 모두 바람이 들어가 있어 제 구실을 못했고, 힘을 낼 수 없었다.

    이런 증상은 전 세계적으로, 지난 수십세기동안 일어나지 않은 증세였기 때문에 촬영을 했다.

    하지만 곧 그는 병원에서 탈주를 했고.. 나는 탈주한 그는 얼마 살지 못하고 죽을것이라 판단했다.

    전직 축구선수 한석현.. 몇번 축구장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되버릴줄이야.

    내가 기억하던 미드필더 한석현은 공을 빠르게 드리블하여 골든골을 성공시키는 슈퍼 루키였다.

    근데 어느날서부터 서서히 득점률이 줄어들더니 석달 전에는 아예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개인적인 팬으로써는 참으로 안타깝지만.. 의사로써 나는 그의 진단서를 들춰보았다.

    아아, 진단서에 적혀있던 그것은...











    허억..헉...


    병원에서부터 탈주한지 삼일이 지났다.

    장기가, 근육이, 뇌가 자유의지를 빼앗아 어디론가로 간다.

    몸이 생각과 따로 놀고있다. 제기랄...

    병원 쇠창살을 뜯으면서 손가락이 베여 가죽이 덜렁덜렁해도 비명하나 지르지 못하였다.

    내몸에는 악마가 들어있는것이 틀림 없다.

    한참을 달려 몸이 지쳤을때, 다시 발작과 같은 비염증세가 일어났다.

    그리고선 한바탕 코피를 쏟았다.

    젠장... 제기랄!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냐고!

    몸은 나의 생각을 모르는지 발작증세가 멈추자 다시 뛰기 시작한다.

    제기랄, 지친다... 힘들어. 이러다가 죽는게 아닐까.



    신이시여..만일 계시다면 저를 도와주소서..




    아. 눈앞에 불빛이 보인다.

    성경책에서만 보던 주님의 구원인가.

    반가운 마음으로 뛰쳐들어갔다.

    나는...나는 이제 살 수 있어!!!











    아, 방금 전 일어난 일이 꿈이길 바란다.

    방금 피로 뒤덮인 사람을 한명 친것같다.

    트럭운전사 김정훈, 토끼같은 자식들이 한창 창창한데 살인을 저지르다니.

    어쩌면 좋지..

    일단은 그를 자세히 살펴보자.

    어? 그런데...

    이거 사람 맞나?

    코가 심하게 문드러져 있고, 가슴에는 큰 구멍이 뚫려있다.

    온몸의 근육은 경직되어 있었고... 사인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재채기를 하고 있었다.

    참으로 호러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아. 이게 어떻게 된거야!!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코가 간지럽고.. 나도 시체를 따라 재채기를 하기 시작한다.

    공포가 온몸을 엄습한다.











    "감독님"

    "응?"

    "그..석현이 있잖아요."

    "응.. "

    "왜 자르셨나요? 그리고 연락이 안오는걸 보면 무슨 수를 쓰신거 같은데.."

    "아무일도 안했어"

    연륜이 있어보이는 그는 담배연기를 씁슬하게 들이마셨다.


    "비염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둔다는건 있을 수 없는일이라고요."

    그는 젊은 코치를 빤히 쳐다보고선, 담뱃불을 끄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네, 내가 전쟁터에 다녀왔던거 알고 있지?"

    "네, 제가 헌역일때 들려주셨어요. 아프리카지방 치안 최하위인 곳에 군의관으로 파병을 가셨다고.."

    "...그때, 나라가 흉흉에서 뉴스에 뜨진 않았지만,
    요즘같은 때라면 큰 이슈가 될만한 일이 일어났어."

    "네?"

    "아프리카 지방에는 병이 많이 돌지..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진 않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한 병을
    앓고 있었다고.
    근데 그곳에 가 보니까. 모든 주민들이 비염에 걸린거야. 너나 할것없이 다.
    약간 전염성이 있는것 처럼 보였는데.. 그들의 말로는 피로만 감염되니 괜찮다고 하더군."


    그는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는 괴롭다는듯이 이야기를 계속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건 비염이 아니었다는 거였어."

    "예?"

    "미국이 전 세계의 화학자들과 함께 신 생화학 무기를 개발했는데, 마땅히 실험할 곳이 없었던거야.
    그래서 미국이 파병가있던 지방에 백신되신 바이러스를 투입했다는거지.
    나도 그당시에는 몰랐지만 그 지방이 내가 파병보내졌던 그 곳이라는거야."


    "미국의 기술력은 대단했지. 우리가 온 바로 다음날 사람들은 피를 토하며 픽픽 쓰러졌어.
    약간 감기기운이 있던것 같은 내 동기도 두려워했지.
    바로 다음날.. 그가 죽어버리자 우리는 혼비백산 했어, 본부에서 연락이 끊겨졌거든,
    우리는 짐을 싸고는 안전지대로 피난을 가기 시작했는데, 글쎄 가는곳마다 사람들이 죽어있는거야."


    "결국엔... 모두가 죽고. 나와 몇명만이 살아남아 가까운 간의 의료시설로 보내졌어.
    어이없게도.. 내 많은 선임과 후임, 동기들의 사인은 '바이러스 중독' 이 아니라,
    '전염병' 으로 표시되고, 가볍게 무마되었지."


    "그게 석현이랑 무슨상관이죠?"

    "그 이후 소련이 망하고... 미국은 경쟁상대가 없어졌어.
    강력한 화학무기도 넘쳐나게 된거야.화학자들도 모두 억대의 요금을 받고는 입막음을 해버렸지.
    모든 화학자들은 실태를 알고는 다시는 개발을 하지 않겠다며 다른 직업을 찾아나섰어.
    그래서 미국은 아주아주 안전한 곳에다 폐기를 하고, 그 바이러스는 이제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렸겠지."

    "저... 감독님은 그것을 어떻게 아세요?"

    "잘 들어봐.. 근데 바이러스는 변이에 변이를 계속해 사람 몸속에 무해한 물질로 바뀌어졌지.
    그리고선 지구를 한바퀴 돌아 전 인류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됬어.
    그때의 기술력이 지금보다 뛰어나서 그런지 절대 발견이 되지 않아."


    "너도..나도 그 바이러스에 걸렸다 이말이야."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세요..."


    그때. 젊은 코치는 재채기를 시작했다.

    아주 갑작스럽고 고통스러운 재채기였다.

    눈의 핏대가 서고 코에서는 코피가, 입에서는 각혈이 나왔다.

    그리고선 살벌하게 늙은 감독을 쳐다보았다.




    "근데, 이제 더이상 무해할것이라 생각됬던 바이러스가.. 이제와서 한번더 변이를 시작하는거야."

    "석현이.. 아쉬웠는데..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있어서 어차피 모두 시한부 인생이라면 우리 축구 애들과
    잠시라도 더 있고싶어서 한명을 희생시킨거지."


    "크윽...그런... 말도 안되는.."


    "그럼 당신은 이걸 어떻게 아는거냐고..."


    "나? 당연히 알지." 감독은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왜 선수경력도 없이 축구 감독이 됬겠어?"


    "아..."






    "미국, 돈 꽤 많이주더군"































    출처


    웃대 - 굼군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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