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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청각장애인이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시끄러운 명동 한복판에 있어도
공사장에 있어도
나에겐 모기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한때는 아예 귀를 잘라버릴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진짜 자른다면 정말로 병신이 될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내가 귀를 먹은 것은 22살때.
나름 수능도 잘치고 꽤 좋은 중상위권 대학 들어갔었다.
그런데, 밤에 공부하고 독서실에서 나오다가 한 깡패 놈을 만났다.
난 돈은 있는대로 다 주었지만 그 녀석은 날 패기 시작했다.
그런데 양쪽 귀를 몇 대 맞자 귀가 멍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귀를 부여잡고 울기 시작하자 그 녀석은 당황했는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녀석의 얼굴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어두운 밤길로 사라지는 그 새끼의 모습......
난 그 녀석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
세상이 이렇게 더러운 것이었나 하고......
그 뒤, 의사에게 가보았다.
하지만 의사 녀석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입모양은 확실하지만 귀로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난 크게 소리쳤다.
“귀가 안들려요!”
얼마나 크게 소리친건지 난 모르겠지만 옆의 간호사가 깜짝 놀랐다.
의사는 종이에다가 글을 적기 시작했다.
“수술할 돈은 있나요?”
제길. 좋은 대학은 나왔지만 취직은 안한터라 돈은 없다.
게다가 우리 가족은 거지꼴이다.
나한테 그런 돈이 있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난 크게 없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의사는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간호사는 날 이끌고 문밖으로 데려갔다.
그리곤 문을 쾅 닫아버렸다.
천국의 문이 닫힌 것 같았다.
그 일이 있은지 벌써 3년이 지났다.
나도 취직을 해야하는데 직장에서는 병신이라고 받아주지 않는다.
진짜 이 더러운 세상에 신물이 난다.
아버지 어머니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충격 먹으실까봐.......
이 나이 될 때까지 애인하나 못 만들어봤다.
영화를 보러가도, 절대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난 병신이니까.......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냥 고향 가서 농사나 지어야겠다......”
난 조용히 버스에 타서 고향으로 내려갔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신 고향으로.
뭐, 아버지는 치매지만.......
버스에서 내려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새가 우는 것 같다.
들을 순 없지만 느낄 순 있다.
그렇게 30분쯤 걸었을까.
낡은 초갓집 하나가 보인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조용히 대문을 열었다.
언제나 날 반기던 ‘끼이익’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안방에서 어머니가 코를 골며 주무시고 계신다.
괜히 병신 같은 아들 보여주기 미안해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다른 방에는 아버지가 눈을 껌벅껌벅하고 계셨다.
깨어계신가 보다.
난 아버지의 옆에 앉았다.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지만 대답은 없다.
난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농사만 하시던 손이라 너무 거칠다.
“아버지......이런 귀먹은 바보 같은 모습만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난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제가 귀는 먹었지만 앞으로 열심히 일해보겠습니다.......어릴때 불효한거 이제라도 갚아야죠......”
내 눈에서 두방울의 눈물이 아버지의 손으로 떨어진다.
아버지는 웃고 계셨다.
“알겠다......”
어디선가 정적을 깨고 소리가 들려온다.
난 순간 깜짝 놀랐다.
“우리 아들 왔어?”
뒤에서는 어머니가 날 보며 계셨다.
이럴수가.
분명히 소리가 들린다.
난 귀가 먹었는데?
.............................
.............................
누군가 그랬다.
미치고 싶으면 미치게 되고.
기억을 잃고 싶으면 기억이 없어지고.
안들리고 싶게 되면 안들리게 된다고.
내가 안들리고 싶게된 이유는 뭘까?
매일 꿈 같을 줄 알았던 세상이
나에게 너무 큰 충격을 주었던 걸까?
출처
웃대 - 좆된몬스터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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