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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일년 전 이곳에 들어왔어.
여기는 나에겐 좀 맞지않은곳같았어.
갑자기 낮이되었다가 밤이되고, 어쩔 땐 밤낮이 뒤바뀌어
밖은 밤인데 안은 환한 대낮이 되는경우도있지.
그 땐 무척 혼란스러웠고, 배고프고, 추웠어.
내가 쉴 보금자리같은것은 없었지.
하지만 지금은 뭐,
한 한달 동안 지내다보니 적응이되더군.
왜냐구?
밥을 주기 때문이지.
움직이지않아도, 알아서 음식물이 내 몸으로 들어왔지.
아주 편해.
근데 요즘 움직이지를 않으니 내몸이 점점 무거워지는것같기도 해.
난 어떤 나무로 된 판판한곳 위에있는 책더미 위에 자리를잡았어.
그나마 가장 따뜻하더군. 딱딱하지만 거친 이 느낌이 내가 살던곳과 비슷해서일까?
아,
참고로 말하자면 난 혼자가 아니야.
옆에 여러명의 사람, 동물들이있지.
난 그것들을 아주 좋게생각하고있어.
한달 전에 처음 이곳에 왔을때, 웃으면서 날 반겨주었거든.
지금도 가끔 대화를 나누곤해.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내가 좋아하는건, 주인님이야.
주인님은 나에게 항상 밥을 가져다주시지.
꼭 밥을 가져다주시기때문에 좋아하는건 아냐.
가끔 나를 들어 흔들며 놀아주시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어주시니까.
그 미소는 꼭 내가 살던곳의 푸근함같아서 좋아.
밥은 항상 양이 다른데,
어쩔땐 아주 많은량의 밥을주고, 어쩔땐 아주 적은량의 밥을주셔.
적은량의 밥을줄땐 항상 난 이맛살을 찌푸리곤하지.
그럴때마다 주인님은 미안하다고, 나중엔 더 많이 주겠다고 말씀하셔.
아 맞다,
이 곳에 온지 9일째 되는날 이었나?
나를 위해 주인님은 건강식을 만들어주셨어.
얇고 보들보들한 느낌의 건강식이었는데, 꼭 내가 자리잡고있는 책더미와 비슷해서
아주 맛있게 먹었지.
그 건강식을 주인님은 한달에 한번씩 주셨어.
가만히있어도 밥을가져다주고, 옆에 친구들이있는데 나만큼 편한놈이있을까?
그런데 요즘에 주인님이 나를 싫어하는것같아.
왜냐구?
밥의 양이 줄었기때문이야.
예전엔 건강식도 챙겨주시고, 적은량의 밥을주실땐 미안하다고 사과까지하셨던 주인님인데,
이제는 뭐 나는 신경도 안쓰는것같아.
어쩔땐 밥도 안줘.
아 배고파.
배고파 미칠것같아.
하지만 몸이 둔해서 움직일수가없어.
너무 몸이 무거워.
어?
주인님이 들어오셨어.
그리고 뜨거운 햇살이 나를 반겼어.
주인님이 밥을가져오셨어.
어라? 이번엔 건강식까지 있어.
그러고보니 나 오늘이 생일인것같아.
주인님이 깜짝 이벤트를 해주시려고 하셨나봐.
이런 주인님의 마음을모르고 주인님을 원망했던 내가 바보같군.
주인님은 밥을 나에게 먹여주셨어.
건강식도 먹여주셨지.
그리고 잠시 주인님은 골똘히 생각하더니,
나를 들고 흔들며 놀아주셨어.
히히 지금 너무 기분이좋아. 이렇게 무거운 나를 주인님은 무슨힘으로 들어올리시는걸까?
주인님은 나를 놓더니, 잠시 다른곳으로 가셨어.
행복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나의 등을 간지럽히고있고,
아주 배부르게 먹은 내 몸은 무거울대로 무거워졌어.
기분좋아.
이 기분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어.
어?
주인님이 들어오셨어.
근데 손에 무엇을 들고계시네?
지금까지 못봤던 물건이야. 저것도 내 먹이인가?
꼭 건강식을 처음봤을때만큼 설레는 기분이군.
주인님이 내 앞으로 다가오셨어.
그리고 손에 들고있던 물건을 내 코앞에 가져다댔지.
이건 밥냄새야.
밥 먹은지 몇분 되지도않았는데 또 밥을 주신다니?
뭐 난 아무리 먹어도 좋아.
배고픈거보단 배부른게 좋잖아?
와~
주인님이 나를 들어올려주셨어.
행복한 기분이야. 이제 또 밥을 먹겠고, 주인님은 날 사랑하셔.
'푸욱'
'찌익'
'파팟,'
'착착착착착...'
난 버려졌어.
지금까지 먹어왔던 밥들을 모조리 다 뱉어냈어.
건강식까지도.
나에겐 내장이없었어.
그래서 먹어도먹어도 배부른감을 못느낀것같아.
주인님이 날 먹은건아냐.
그저 심심해서 날 기른것같아.
날 잘 보살펴준건 그저 심심해서일까.
하지만 난 주인님이 밉진않아.
절대 원망스럽지않아.
난 짧고도 풍족스러운 인생을 살았으니까.
난 그저 돼지저금통이니까.
괜찮아. 주인님이 밉지않아.
출처
웃대 - 이런호구년이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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