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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4920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2
    조회수 : 2095
    IP : 121.170.***.7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05/02 20:07:05
    http://todayhumor.com/?panic_14920 모바일
    브금주의]운치





    항상 오유 공게의 무한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구질구질한 손톱의 때가 보인다.

    호주머니에서 작은 바늘을 꺼냈다.

    반대편 손의 검지를 이용해도 되겠지만 매 번 만족스럽지 않았다.

    차라리 조금 날카롭고 위험해도 바늘을 이용하는 편이 나았다.

    손톱 안에 바늘을 집어넣었다.

    민감한 살에 바늘 끝부분이 살짝 닿자 짜릿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손을 움직여 손톱에 박힌 때를 때어냈다.

    두 어 번의 움직임으로 큰 덩어리는 제거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잔해들이 거슬렸다.

    나는 덕지덕지 남아있는 파편들을 향해 다시 한 번 바늘을 움직여 보았다.



    “아얏!”



    따끔 하는 느낌과 함께 손톱 안쪽이 점점 축축해지기 시작한다.

    언뜻 깊숙이 바늘을 넣은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역시나 찌르고 말았다.

    마치 봉선화 물이라도 들인 것처럼 손톱 전체가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한다.

    피가 번지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그것 나름대로의 운치가 느껴졌다.

    운치라 함은 번지는 과정이다.

    그러니까 살점 끝부분에서 시작 해 서서히 손톱으로 퍼져나가는 색의 향연을 말한다.

    손톱 전체가 피로 물들어진 후에는 그 운치도 중단 되었다.

    나는 또 다른 황홀경을 찾아 다른 손가락에도 바늘을 들이댔다.



    - 쿠욱.



    검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 쿠욱.



    중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 쿠욱.



    약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 쿠욱.



    소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마지막 손가락이라 그런지 조금 깊이 집어넣었다.

    하지만 느껴지는 고통 이상의 운치가 있다.



    운치가 사라지고, 욱신거리는 고통만 남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1분여.

    하지만 이 고통까지도 행복하다.

    비싼 돈과 발품이 없어도 절경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것은 지속적이다.

    피가 멎으면 살이 아물 것이고, 다시 손톱은 원래의 색을 찾을 것이니까.



    “얌마. 너 손에서 피나잖아!”



    P의 시선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 약지 쪽으로 고정 되어 있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휴지 몇 장을 꺼내 내게 건 낸다.



    “야, 야. 뭐 한거야 너!”



    이 녀석이 과연 내가 느낀 운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너 왜 산악인들이 목숨 걸고 등산을 하는지 아냐?”



    내가 말했다.



    “올라가고 싶으니까 하겠지. 내가 어떻게 알아.”



    P가 딱 자신의 수준 정도로 말했다.



    “사람에겐, 때론 목숨을 걸 정도로 느끼고 싶은 운치가 있는 거야.”



    P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래서 그 말을 왜 하는 건데?”



    P에게 받은 휴지로 약지를 감쌌다.



    “내가 지금 그 마음이거든.”



    “야. 병신 같은 소리하지 말고 피나 닦아.”



    시선을 P의 손 쪽으로 옮겼다.

    이 녀석도 손톱의 때가 덕지덕지 껴 있다.

    잘 설득하면 또 다시 운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야 내가 좋은 거 하나 알려줄까?”



    “뭔데?”



    P에게 바늘을 내밀었다.



    “이걸로 손톱의 때를 벗겨내라.”



    “등신아 이것 때문에 피 흘리고 지랄한 거야?”



    P가 내 손을 무색하며 말을 이었다.



    “손톱에 때가 껴있으면 어때. 나중에 집에서 씻으면 되지.”



    식상한 반응이었다.

    나의 거룩한 목적을 전혀 예상하지 못 한 모양이다.

    나는 조금 더 단도직입적일 필요성을 느꼈다.



    “그럼 때는 냅둬. 대신에 이걸로 손톱 안쪽을 찔러봐. 내 손톱 보이지? 이렇게 될 정도로 말이야.”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새끼가.”



    P가 꽤나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해 보면 분명히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해봐. 해보고 말 해.”



    “지랄 하지마. 손톱 안 쪽 살이 제일 민감한 거 몰라?”



    “아픈 건 잠깐이야. 정말 기가 막힌 운치를 느끼게 해 줄 테니 한 번만 해봐.”



    그러자 P가 방금까지와는 다른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씨발. 작작해라.”



    잔뜩 찌푸린 P의 얼굴을 주먹으로 크게 한 방 먹이고 싶다.

    운치의 운 짜도 모르는 저질 같은 놈.

    단지 살이 뚫리는 그 잠깐의 고통이 두려워서 회피하는 것인가.

    겁쟁이 같으니.

    병신 같은 놈.

    등신.

    개새끼.

    씨팔놈.

    나도 모르게 점점 감정이 고조 되고 있었다.

    그리고는 급기야.



    -퍼억!



    P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P가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는다.



    -퍼억! 퍼억!



    주저앉은 P에게 몇 번의 발길질을 더 가했다.

    약지에서 떨어진 핏방울이 P의 얼굴에 닿는다.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점점 P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이것 또한 적절한 운치가 아닌가.



    “으, 윽, 씨발 너. 너 이 개새끼.”



    P가 몸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얼굴은 내가 흘린 피로 범벅이 되어 있다.

    마치 자기가 흘린 것 마냥.

    얼굴은 때린 적도 없는데.



    “잠시만 그대로 있어줘. 부탁이야.”



    내가 말했다.

    하지만 P는 내 부탁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씨발새끼. 넌 죽을 줄 알아라.”



    눈앞이 번쩍한다.

    P의 주먹이 내 얼굴 한 가운데에 박혔기 때문이다.

    곧 있어 다른 여러 곳도 번쩍한다.

    아프다. 진심으로 아프다.



    “개새끼가 친하게 지내주니까 내가 호구로 보이디? 씨발.”



    P의 주먹은 매섭다.

    정신없이 내 온 몸을 두드리고 있다.

    다리가 후들거려 넘어질 것만 같다.

    그런데 아프면서도 즐겁다.

    이곳저곳 피가 튀는 광경 또한 운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씨발새끼가 쳐 맞으면서 웃네?”



    P가 잠시 주먹을 멈췄다.

    숨을 고르며 매섭게 나를 노려보고 있다.

    얼굴 전체에서 끈적이는 느낌이 난다.

    피가 엉겨 붙어 얼굴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겠지.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운치 있는 모습일 것이다.

    오늘 내 몸 안에 운치를 대체 몇 개나 발견한 건가.

    행복한 일이다.



    “고마워.”



    P에게 말했다.



    “무, 뭐가 고맙다는 거야!”



    내 말이 그렇게 의외였나?



    “고맙지. 덕분에 즐거웠으니까.”



    P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딱히 대답할 말이 생각이 안 나는 모양이다.

    나의 즐거움을 P도 이해했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나와 유일하게 이야기 하며 지내는 녀석이니까.



    “아까 내가 말...”



    “야.”



    P가 말했다.



    “이제 말 걸지 마라. 아는 척도 하지마.”



    일방적인 절교선언이었다.

    뭐 이상할 것도 없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이런 식이었으니까.

    나를 이해한다는 듯 말을 걸고, 시간이 흐르면 언제나 내게 상처를 준다.

    P도 그 사람들과 똑같은 것뿐이다.

    그렇다면 똑같은 대우를 해 줘야겠지.



    “그래. 알았어.”



    P가 몸을 돌렸다.

    운치 없는 P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무방비상태는 아니었다.

    힐끗힐끗 거리며 내 쪽을 경계하고 있었다.



    “내 뒤에 있지 말고 꺼져.”



    P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는 따를 수 없었다.



    “그건 안 되겠는데?”



    P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힐난하는 눈빛으로 힐끔거릴 뿐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닥, 천장, 창문, 책상 등등에 나의 영역이 각인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운치의 향연, 내가 뿜어낸 황홀경의 극치라고 할 수 있었다.



    “변태새끼.”



    P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등신새끼.

    나는 P를 노려보았다.

    저 뒤통수를 어떻게 하면 다시 때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그 때마다 주위에 그럴듯한 둔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작은 바늘 뿐이다.

    과연 이걸로 P를 제압할 수 있을까?

    나는 P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쳐다보지마. 병신아.”



    P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살폈다.

    열심히 몸을 살피고는 있지만 사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눈을 찔러야한다.

    이 작은 바늘로 사람을 제압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눈을 찌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도 했다.

    위험을 인지하고 살짝만 고개를 돌려도 시도는 불발이 되고 만다.

    내게 재도전이란 없다.

    단 한 번으로 P를 제압해야만 한다.



    결국 멀뚱히 서서 수십 초를 보내고 말았다.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귀를 파고들었다.

    여전히 뚝뚝 떨어지고 있는 핏물이 운치 있다.

    그리고 그 운치가 내게 영감을 주었다.

    P의 눈을 찌를 수 있는 영감을 말이다.



    “야 이 씨발놈아!”



    P에게 소리를 질렀다.

    자포자기가 아니다.

    나에겐 엄연히 계획이 있었다.

    곧 있어 P가 의자를 끌며 일어났다.



    “말 걸지 말랬지 개새끼야.”



    P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 퍼억.



    선빵을 먹이는데 성공했다.

    기묘하게 틀어진 P의 턱이 눈에 들어온다.

    정말 통쾌한 한 방이었다.

    하지만.



    “이 미친새끼. 반병신으로 만들어주마.”



    P가 이내 자세를 바로잡았다.

    쓰러뜨리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 퍼억, 퍼억



    확실히 아까보다 주먹이 맵다.

    거기에 발과 무릎까지 사용하니 숨 돌릴 틈도 없었다.

    눈앞이 번쩍 번쩍 하다가, 얼마 안 있어 컴컴해지기 시작한다.

    만에 하나 정신을 잃으면 계획이 틀어진다.

    정신 줄은 꼭 붙잡고 있어야 한다.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좆 만한 새끼. 하악, 하악. 병신아 뒤져라, 뒤져. 허억, 허억”



    P의 동작이 더욱 격렬해졌다.

    하지만 지쳐가는 것이 역력하다.

    이대로 조금만 더 견디면 된다.



    -퍼억, 퍼억, 퍼억



    아프다.

    하지만 아픈 만큼 운치도 있다.

    얼굴 곳곳이 터지고 찢어질 때마다 절경을 연출하고 있으니까.



    “허억, 허억, 허억. 개, 개새끼. 허억, 허억. 이제 허억. 입 닥치고 있어라. 허억, 허억.”



    P의 움직임이 멈췄다.

    나는 비틀비틀 거리며 P에게로 다가갔다.

    기침을 할 때마다 피가 나온다.

    운치 있다.



    “허억, 허억. 등신이 그러니까 왜 지랄은 떨어서 허억, 허억.”



    주먹을 쥐기 힘들어서 차라리 손바닥을 쫙 폈다.



    -짜악.



    숨을 고르고 있는 P의 뺨을 때렸다.

    P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맞은 얼굴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런 P에게 내가 해 줄 말은 하나뿐이었다.



    “씨발놈아.”



    P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제 더 이상의 자비란 없다’라는 표정으로 달려온다.

    내가 원하던 바였다.



    -우당탕.



    이번에 P는 다짜고짜 나를 가격하지 않았다.

    대신 내 허리를 부여잡고, 발을 걸어 나를 넘어뜨렸다.

    그리고 내 상반신 위로 올라타더니 소매를 걷기 시작했다.

    뭔가 본격적으로 해 볼 마음인 것 같다.



    -퍼억, 퍼억, 퍼억.



    누운 채로 맞는 것은 몹시 괴로운 일이었다.

    방어기재가 확연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점점 견딜 수 없는 어둠이 눈앞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덩달아 감각도 무뎌지고 있다.



    “야. 야!”



    주먹이 잠시 멎은 듯싶더니, 나를 부르는 P의 소리가 들린다.



    “일어나 등신아. 더 맞아야지.”



    내가 정신을 잃은 걸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일어나라고. 야!”



    나는 일부러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곧 P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 야. 야! 이, 일어나라고!”



    P가 내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 이 씨발.”



    P의 숨결이 얼굴에 와 닿는다.

    이것은 P가 내 얼굴 쪽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자, 기회는 이번 한 번 뿐이다.

    P가 눈치 채지 못하게 천천히 오른손을 움직였다.

    여전히 P의 기분 나쁜 숨결이 내 코와 입 주위를 때리고 있다.

    오른 손을 어깨 높이까지 올렸다.

    그리고 눈을 떴다.

    P가 놀라서 움찔한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P가 손으로 눈을 감싼다.

    그리고 나는 환희의 미소를 지었다.

    P의 눈에 바늘을 꼽는다는 계획은 성공했다.

    성공하다 못 해 바늘을 거의 반 이상 찔러 넣었다.

    고개를 들어 P의 모습을 보았다.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이 몹시 운치 있다.

    이제 녀석도 운치에 대해 조금은 깨달았을까?



    “으아악! 으아아악! 씨발. 으아아악!”



    비명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마치 고급 미술관 안에서 초딩들이 뛰놀고 있는 느낌이다.



    “야. 닥쳐. 닥치라고.”



    “으아아아악. 끄으으, 끄으윽.”



    손으로 P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그를 넘어뜨려 양 팔을 속박한 다음, 눈에 박혀있는 바늘을 잡아 뽑았다.



    “으으으으으으읍!”



    손가락 사이로 강렬한 온기가 느껴진다. 입을 막지 않았다면 몹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P의 눈가는 그야말로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피눈물 흘린다는 게 이런 거거든. 한 번 흘리면 돌이킬 수가 없는 거야.”



    소매로 바늘에 묻은 핏방울을 닦아냈다.

    이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P의 손을 붙잡았다.

    덜덜 떨면서 뭔가 반항을 해 보려는 것 같지만 터무니없었다.

    나 역시도 온 몸에 힘이 빠져 있었지만 P의 손을 내 쪽으로 고정시키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만큼 나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둔기가 있었다면 더 편했겠지만 말이다.



    -쿠욱.



    엄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쿠욱.



    검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쿠욱.



    중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쿠욱.



    약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쿠욱.



    소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자 이번엔 반대편 손이다.



    -쿠욱.



    엄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쿠욱.



    검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쿠욱.



    중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쿠욱.



    약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쿠욱.



    소지 손톱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아 그러고 보니 내 손도 아직 하나가 남았었네.


    오늘은 참 운치 있는 날이다.

































    출처




    웃대 - 건방진똥덩어리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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