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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4874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1
    조회수 : 2218
    IP : 121.170.***.7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05/01 20: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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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미야, 뭐하니?”

    “혼자 놀고 있어요?”

    “선물 사줄까?”

    “필요 없어요.”

    내 딸 영미는 정말 이상하다.

    태어날때부터 극도로 우울한 상태였다.

    현재 7살. 한창 놀 나이일때도 불구하고 굉장히 차분하고 침착하다.

    웃지도 않는 것이 마치 정신병자 같아 보인다.

    아무리 딸이라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설날, 추석 등 모든 선물을 거부한다.

    친구와의 접촉, 친척과의 접촉도 말이다.

    “여보, 우리 딸 그냥 놔둬도 될까요?”

    아내가 심각하게 말한다.

    나도 처음에는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질 줄 몰랐다.

    “음, 내일 정신병원에 한번 데려가보자.”

    그리고 한가지 더 영미에 대해 덧붙이자면, 최근 혼잣말을 한다는 것이다.

    “후, 저래도 될까.....?”

    난 걱정스러워하며 안방에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곧 부스럭 하는 소리에 난 잠이 깨버렸다.

    옆에 있는 아내는 곤히 자고 있었다.

    난 실눈을 뜨면서 거실로 나가보았다.

    그러자 영미의 방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걸 볼 수 있었다.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상식적으로 어린 아이가 깨어있을 시각이 아니다.

    “영미야, 뭐하니?”

    문을 열자 혼자서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영미가 보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갈 때 불 끄고 가주세요.”

    내가 들어온걸 마치 알고 있었단 듯 너무나도 담담하게 말했다.

    “어........”

    난 조용히 불을 끄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여보, 일어나야죠.”

    모처럼의 휴일인데 아내가 보챈다.

    “음, 왜....?”

    난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영미 병원 가봐야지요.”

    “영미는 일어났어?”

    “아직 모르겠어요. 저도 방금 일어나서.”

    난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폈다.

    아내가 커튼을 치자 상쾌한 아침 햇살과 바람이 날 깨워준다.

    “지금 몇시야?”

    “오전 8시요.”

    난 물을 마시기 위해 방을 나섰다.

    그때, 난 깜짝 놀라서 뒤로 자빠질뻔 했다.

    영미가 밖으로 나갈 외출복을 입고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저 병원 갈거죠? 빨리 준비하세요.”

    너무나도 차가운 목소리를 남긴채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난 그 자리에서 멍하게 있었다.

    어떻게 영미가 알았던거지?

    혹시 엿들었나?



    난 곧 씻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평소에 입던 양복도 오늘은 버리고 가벼운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문을 나섰을 때, 영미는 역시 무표정이었다.

    화나거나 짜증나거나 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단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영미야, 너 괜찮니?”

    “네.”

    역시 어린아이 대답치고는 너무 짧다.

    어린 아이라면

    “엄마, 오늘 어디 가?” “아, 가기 싫어~”

    하면서 주저 앉아서 우는 경우가 맞는데 말이다.

    내가 밖으로 나와서 차로 운전하는 동안 영미는 침묵을 유지했다.

    그 때문에, 아내와 나조차 말을 할 수 없을 만큼 어색해져버렸다.

    “자, 다 왔다.”

    우리가 내린 곳은 근처 유명한 정신병원이었다.

    “영미야, 내려......”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영미는 이미 발걸음을 병원 안으로 떼고 있었다.

    자신이 정신병원 갈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단 듯이.

    난 접수를 하고 잠시 대기를 했다.

    아내는 나에게 커피를 뽑아다 주었고 한 모금 들이켰다.

    뜨거운 커피가 식도를 따라서 배로 넘어가는 기분이 일품이었다.

    “아빠, 나 마셔도 돼?”

    그런데 평생 먼저 해달란 적이 없는 영미가 커피를 보고 마셔도 되냐고 묻는다.

    “어? 어........”

    난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커피를 내주었다.

    그러자 어린아이가 먹기에는 뜨거운 갓 나온 커피임에도 불구하고

    잔이 빌때까지 연신 들이켰다.

    목젓이 꿈틀대는 것이 왠지 소름끼쳤다.

    “여기.”

    “김영미 양.”

    딸의 이름이 불리자 아내가 영미를 데리고 진찰실로 간다.

    난 뒤따라 가면서 커피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직까지도 뜨거운 것이 자칫하면 영미의 목은 데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절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 영미의 표정은 아주 단 것을 느끼는, 엄마의 모유를 먹는 태아의 모습 같았다.

    어린아이가 먹기에는 벅찬, 뜨겁고 진한 커피였는데.

    “어서오십시오.”

    의사의 소리가 날 망상에서 해쳐나오게 해주었다.

    그리고 진찰은 시작되었다.



    “네, 수고하세요.”

    놀랍게도 모든 것은 정상이었다.

    나올때도 영미는 담담하고 무표정이었다.

    난 아내가 잠시 계산하는 동안 영미를 세워놓고 진지하게 물었다.

    “영미야, 무슨 문제 있니? 왜 그렇게 우울해?”

    “난 친구랑 놀거야.”

    친구? 영미는 태어나서 유치원도 가본적이 없는데 친구라고?

    “가자, 영미야.”

    아내의 손을 잡고 가는 영미의 뒷모습은 앞모습과 상반되었다.

    정말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의 모습이다.

    무엇하나 부족한게 없는.



    어느덧 시간은 밤이 되었다.

    난 찜찜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아내와 잠이 들었다.

    하지만 도무지 영미의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오늘은 더욱 심한 것 같았다.

    부스럭.

    뭔가가 뒤척이는 소리가 났다.

    분명히 이 방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영미의 방일터.

    난 마치 다른 집에 잠입한 도둑놈 마냥 살금살금 영미의 방으로 갔다.

    문을 열자 침대에 쪼그려 앉아있는 영미가 보인다.

    “왜 안자니, 영미야?”

    “친구랑 논다고.”

    말을 마치자 갑자기 영미가 웃어댄다.

    4년 만의 웃음이다.

    그 웃음은 너무나도 행복해보였다.

    “왜 웃니?”

    “친구가 절 놀리 잖아요.”

    이제는 마치 숨이 넘어갈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야야, 하지마, 위험하잖아~”

    영미가 앙탈을 부리듯이 말한다.

    눈의 초점으로 봐서는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니었다.

    “왜? 무슨 일있어?”

    “친구가 자꾸 칼을 들고 다니잖아요.”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영미는 정말로 싸이코패스일 수도 있었다.

    “영미야. 영미야, 그 친구가 어디있니?”

    난 당황하면서, 하지만 침착하게 물었다.

    그러자 영미가 아주 쌀쌀 맞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빠 뒤에.”
































    출처



    웃대 - 좆된몬스터作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1/05/06 23:04:44  218.144.***.233  찬희고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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