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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의 줄거리]
조선시대 어느 유복한 양반 집안의 가장, 김춘추는 어느날 대취하여 실책으로 만삭의 아내를 살해하게 되고
죄범을 숨기고자 송장을 산에 묻으려 한다. 춘추는 송장을 묻고 내려가는 도중 우연히 송장 묻은 곳에서 '첫울음'소리를
듣게 되고, 땅을 파서 송장의 복부를 갈라보니 남녀쌍둥이 둘이가 부둥켜 안고 떨고있었다. 춘추는 이를 괴이하게 여겨
차마 버리진 못하고 여태껏, 일생의 고락(苦樂)을 함께나눈 죽마고우 이상주에게 여아의 양육을 손에 맡기고
형편이 잠연해지면 재회하자고 권약(券約)을 하고 헤어진다. 그리고, 남아의 이름을 강샘이라 짓고 사내종으로 삼는다.
이상주는 여아의 이름을 자련(慈憐)이라 짓고, 양녀로 삼아 정성들여 키운다.
20년 후 춘추의 죄범이 끝끝내 드러나게 되고 춘추는 교형에 처해진다. 집안에 있던 노비들은 길거리에 내앉게 되었는데
이상주가 이를 보고 불쌍히 여겨 전부 거두어 들인다. 그리고 강샘은 노비의 속박을 풀고 집안의 호적으로 들여
명의는 유지시키고 성씨만 바꾸어 양자로 삼는다.
한편, 자련은 노비신분 이었던 강샘을 처음에는 불편히 여기나 시간이 흐르면서 친분을 쌓게 되고 곧 주위의 눈을 피해
둘만의 정분을 싹틔운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레 강샘은 자련을 살해하게 되고 강샘에게는 목을 베어 죽이는 참형이 내려진다.
때는 정오시.
포도청 큰마당 앞이 살벌하게 따스하다. 즐비한 말발굽들 사이에서 늦장부리는 민들레의, 멋모르는 하품소리 역시
살벌하게 따스하긴 매한가지다. 태양이 내리쬐는 살기어린 햇볕은 민들레의 앞날을 조소하는듯, 한없이 살벌하고 또한 따스하다
처형대 위에는 강샘이 쇠밧줄에 포박당해 엎드려있고 옆에는 망나니가 우두커니 서있다. 그 주위를 종사관과 서원 등을 비롯한
많은 군관들이 둘러싸고있다. 포도대장이 들고 있던 두루마리 상자를 열고 안에 말려져있는 양피지를 펼친 뒤 경언하게 음독한다.
"죄인은 고개를 들어 경청하시오. 죄인 '이강샘'은 자신의 누이 '이자련'을 살해한 파렴치한 폐륜을 저질렀음에, 그에 걸맞는
법령으로 죄를 다스릴지어니, 형벌은 '참형' 이라."
포도대장이 종사관에게 눈짓을 준다. 이어 종사관이 사령에게 눈짓을 한다. 곧이어 사령이 큰소리로 외친다.
"죄인의 목을 베어라!"
망나니가 칼을 치켜세우고 입고 담고있던 물을 칼날에 뿌린다. 잠시후 그로인해 곱게 피어난 무지개가 한치의 미련도 없이 자신
에게로 달려드는 칼날을 보고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즐비하게 줄서있던 말들은 그 소리에 놀라 움찔하며 굽들을 서로 맞부디친다.
칼날이 강샘의 살껍질과 마주 닿기 직전, 강샘이 회상한다.
정자나무 기둥밑에서 서로 기대어 다정하게 앉아있는 강샘과 자련이 보인다. 태양은 그들의 불허한 사랑을 축복하는듯 따스한
햇볕을 한없이 내리쬔다. 둘은 훗날의 계획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방금전 강샘과 자련은 내일 밤에 산중으로 도피하여 강호를 함께
누리며 영원히 살아가자고 백년권약을 맺었다. 자련이 갑작스레, 안색에 엄정한 빛을 띠며 옅게 미소를 짓고 강샘에게 앞으로 자식
계획에 대해 질문을 한다.
그 순간!
강샘이 자련의 목을 팔뚝으로 휘감는다. 한사코 자련의 목을 죄어버린다. 햐얗고 고운 자련의 얼굴은 서서히 자색빛을 발하며
좀스럽게 연방 부르르르 떨어댄다. 자련의 어여쁜 눈가엔 의문을 머금은 눈물이 가엾게 흘러내린다. 자련이 눈물짓는 이유는
죽임을 당한 서러움에 있는게아니라 이젠 더이상 강샘과 함께 살아 갈 수 없는게, 분명 죽어서 한이 될 것이 확실함에 있으리라.
또한, 미간을 찌푸리는 이유는 목이 조이는 데서 오는 아픔에 있는게 아니라 눈망울에 비친, 사랑하는 강샘의 질투심 가득찬 눈빛이
왜 피어나는지에 대한 의구심에 있으리라.
사실, 그날 따스하게 내리쬐던 햇볕 역시 살벌하게 따스하긴 매한가지였다.
춘추일기
내일 참형을 앞두고 생애 마지막 일기를 쓰노라
이십년 전 대취하여 저지른 나의 죄범에 대해 적어보자면
내가 대취에서 깨났을 때는 이미 부인을 살해한 후로다
죄범을 숨기고자 주위의 눈을 피해 송장을 뒷산으로 업고가, 땅에 묻고 돌무덤을 만들고나니
이루말 할 수 없는 서러움과 창피함에 하늘이 부끄러워 눈물이 나노로다
마저 못 다흘린 눈물을 무덤에 적시고 내리오는데, 위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 올라가보니 송장 묻은 곳에서 들리는 소리로다
땅을 파해보니, 그 울음소리가 송장안에서 남에 틀림없으랴
복부를 갈라 안을 확인해보니, 쌍둥이 둘이가 부둥켜앉고 있음에, 괴이하게 여겨 집으로 들고 오려하다,
들기 편하게 둘을 갈라놓으려 하는데 자세히보니 부둥켜안고 있는게 아니라 남아가 여아의 목을 휘감고 조이고 있어,
이 또한 깨닫으니 방금전 들은 아기울음소리는 오로지 여아가 울부짖는 소리였도다
남아의 표정의 보아하니 분명, 질투에서 오는 감정의 표정이 확실하로니
내 이렇게 생각해볼매, 아마 그 연유는 지 애미가 아이를 밸 쩍 만삭전까지 내내 오로지 오른손으로만
오른쪽 배를 쓰다듬어 왼쪽에 자리잡은 태아가 오른쪽에 자리잡은 태아를 향해 질투심어린 복수를 한것이 아닐까하여라
또한 왼쪽에 자리잡았던 남아는 여아에 대한 질투심이 태아 때부터 형성되어 이미 본능이 되어버렸음에, 확신하매
훗날의 여아가 남아한테서 겪게 될 심신의 아픔이 걱정되어 남아와 여아 둘은 떨어져서 살게 하노라
또한 이렇게 생각해볼매, 남아는 절대 지 애미가 왼팔이 없는불구자 였음을 알지 못하리라
출처
웃대 - 메귀리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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