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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14297
작성자 :
계피가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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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회수 : 1563
IP : 121.170.***.74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1/04/20 21:55:14
http://todayhumor.com/?panic_14297
모바일
브금주의]'망상가'의 주마등
"그러니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까…"
말문을 연 소년은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그런 소년의 반응이 우습다는 듯, 안쓰럽다는 듯, 두렵다는 듯 소녀는 말했다.
"괜찮아. 천천히 말해. 원래 말이라는 게 생각하기는 쉬워도 꺼내기는 어려운 법이니깐"
"음… 그럼 나에 대해 말해볼까?"
"응."
"난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야. 아니, 평범하지는 않은가? 뭐, 아무튼 간에…"
"글쎄? 내가 보기에는 넌 '평범'. 그 자체인걸?"
"평범하다는 것, 그 자체가 인간이 만들어낸 고정관념일 뿐이야."
소년의 말에 소녀는 인상을 지었다.
"어려운 말 하지 마. 이해하기 어려워."
그 소녀는 소년의 이마를 툭툭 건드렸고, 소년은 웃었다.
"후훗. 뭐… 그러니깐 재작년 여름부터일 거야…"
"뭐가?"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소년은 중얼거렸다.
"내가 변한 것."
그러니깐 재작년 6월, 2007년 6월이지.
변한 건 중 3이었지.
아! 그럼 일단 내가 초 4일 때 이야기부터 해야겠네?
그때 난 성과 비정상적 엽기에 대해 너무 일찍 알게 된 아이였어.
그렇게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웃긴 대학'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어.
네이버에 '엽기'라는 단어로 검색해서 나온 사이트 중 하나였지.
뭐랄까… 체계적이랄까?
그래. 다른 사이트에 비해 좀 더 웃긴 걸 찾기 쉬웠어. (DC가 지금은 인기 있는데 그땐 눈에 안 띄었어.)
그렇게 2년을 보내고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무서운 걸 보기 시작했어.
아냐, 아냐. 귀신을 본다는 게 아니야.
솔직히 그랬으면 좋겠지만 난 정말 평범하거든.
공포물을 보게 되었다는 거야.
물론 신비주의 같은 것은 좋아하지만…
아무튼, 웃긴 대학을 돌아다니던 도중에 한 코너가 내 눈에 띄었지.
'공포' 게시판 말이야.
처음엔 별로 안 무서웠어.
근데 이게 참 오묘하더라.
내가 직접 겪은 일이라고, 내가 직접 실행하는 일이라고 상상하면서 보잖아?
그러면 그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운 거야!
추천수가 3개밖에 안 되는 허접한 글도 말이지!
그게 참 놀라웠어.
그렇게 내가 중 2가 되었을 때 글 하나를 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병신 같아. 큭큭
꼴에 실화라고 시골집을 배경으로 썼는데 참 우스운 거야.
소가 전등에 맞아 죽었다느니, 어두운 곳에서 그 소가 보인다느니…
뭐, 그다지 인기는 없었으니 상관은 없다고 봐야 되겠지.
당연한 일이겠지만 글을 쓰는 건 1년간 포기했지.
내가 중 2가 되었어.
글쎄… 그때부터였을 꺼야. 내가 사람을 싫어하게 된 게…
게이 같았던 유XX도 그렇게 싫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뭐, 내가 게이라는 건 아냐.
그 자식은 나름대로 착한 녀석이었으니…
아니… 찌질하다고 봐야 되나?
키도 180이 넘던 녀석이 실실 웃어대니…
정XX랑은 정반대이지.
처음엔 친하게 지냈지.
상당히 재미있는 녀석이었거든.
근데 문제는 그 녀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
난폭해지고, 더러워지고, 사나워지고…
아니 쉽게 말하자. 내가 찌질해보였나봐.
날 걷어차고, 욕하고, 깝치지 말라고 하면서 귀싸대기를 갈기고…
내가 초등학생 때는 상당히 개구쟁이에다가 유쾌한 성격이라고 자부했거든?
근데 그때부터 바뀌었어.
음침하고, 농담도 많이 안 하고…
그리고 결국 계획을 세웠지.
정XX 죽이기!
일단 집에서 큰 사이즈의 식칼을 준비하고 잡지를 한쪽 찢어서 식칼을 감쌌어.
모자랑 어머니가 가져다준 낡은 점퍼도 챙겼지.
그리고 시작했어.
그날은 평소보다 일찍 끝났지.
겨울인데… 글쎄. 지금은 잘 기억이 않나.
아무튼, 미행을 하려고 했는데…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진 거야!
웃지 마. 그 옆에 있던 녀석들도 실실 쪼겠으니깐.
그래서 결국 정XX를 놓쳤어.
그리고 포기했지.
'아~ 난 누구 하나 못 죽이는 놈이구나!'하고 느꼈어.
그리고 중 3이 되었어.
음… 바뀐 게 있다면… 성적이랄까?
사실 나한테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 김XX가 있었어.
녀석과 어울리게 되면서 조금씩 타락했지.
사실 난 전형적인 은둔형 외톨이가 될 뻔했는데
김XX이 아무 때나 불러서 담배나 피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싸돌아다녔지.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어.
그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지.
사실 그 중간에 같은 교회를 다니는 박XX를 덮칠 생각을 했긴 했는데 그건 실패했으니 말하지 않을 거야.
뭐? 알고 싶다고?
조금 말하자면…
집이 같은 방향이기에 테이프로 입을 막고 칼로 위협해서 덮치자고 계획했던 게 무산되었다! 이거지.
이유는 간단해.
그 근처에 갑자기 순찰차가 늘어났기 때문이지.
젠장.
아무튼, 김XX랑 다른 학교가 되었어.
녀석은 농업고등학교인 J고. 난 지역에서 3번째 정도하는 인문계열 K고.
내가 공부는 조금 했거든.
사실 미달(입학을 요하는 학생들이 너무 적어서 아무나 다 받아들이는 것)로 들어갔거든 큭큭.
그렇게 지내면서 내 취향은 처녀 귀신 -> 미스터리 -> 좀비를 거쳤고
결국 '살인'에 이르렀지.
사실 너도 궁금하지? 살인이라는 것.
난 웃대의 공포게시판에 글도 몇 개 썼는데 장편은 못 쓰겠고…
뭐에 대해 썼냐고?
살인과 좀비에 대한 단편을 몇 개 썼어.
몇 개는 눈 뜨고 못 볼 정도로 쪽팔리지만 몇 개는 추천수가 높게 나오더라고…
그 중에 옆집 사는 누나를 덮치는 야설을 보면서 생각한 '살인 계획서'도 있지.
사실 그건 내가 2가지 이유 때문에 쓴 거야.
하나는 공게(공포게시판)에 글 하나 정도 써야겠다고 느껴서이고…
또 하나는 가만히 있으면 내가 진짜 해버릴 것 같았거든.
그래서 쓴 거야.
사실 놀란 여지가 많은 게 당연하지.
아무튼, 그러던 중에 생각을 하게 됐어.
부모를 죽이면 어떨까?
우리 부모님은 상당히 '짜증' 나.
아빠는 백수고 엄마는 일하거든?
근데 아빠는 뭐 하나 잘난 것도 없으면서 욕하고, 짜증내고, 손찌검하지,
엄마는 일한다고 집안일은 안하고, 만날 술 퍼먹고 들어오지.
그래서 항상 시끄러워.
이런 부모 옆에서 자란 내가 올바르게 자란다는 건 말도 안 되지!
그래서 아마 이런 글을 쓰게 된 걸 거야.
그래서 실행에 옮겼어.
단순해.
아빠가 술 처마시고 잠들었을 때, 이불을 얼굴까지 덮게 하고 망치로 내려치는 거지!
물론 이때 중요한 건, 망치가 집에 있었던 것이어야 할 것과 지문을 묻히지 말 것.
사람의 힘이란 건 은근히 굉장한 것이지.
단 한방에 즉사였어.
머리가 완전히 깨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불이 피로 번지는 것만 봐도 사망은 거의 확실했지.
그다음은 엄마.
술 마시고 새벽 3시쯤 들어오더라?
그래서 난 기다렸지.
역시 나랄까… 소파에 눕더라.
그리곤 자.
평소랑 똑같아.
저번 달에는 이런 상태로 다음날에 소파에다 오바이트를 해서 아빠랑 대판 싸웠지.
뭐, 내가 말려서 이혼은 안 했지만 말이야.
엄마를 눕히고 식칼로 손목을 깊숙이 찔렀어.
엄마는 일어나려 했지만, 술이 떡이 된 상태이니 말할 것도 없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움직이려는 걸 내가 막았어.
그리고 손에 칼을 쥐여주며 속삭였지.
"잘 가."
그러자 엄마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중얼거리더라.
"아아… 젠장…"
얼마 전에 배운 욕이야.
내가 어릴 때는 참 착했는데 요즘 아빠랑 싸우면서 몇 마디 배운 것 같더라.
아무튼, 그렇게 하고 다음날 경찰을 불렀지.
난 몇 마디만 하고 울었어. 아니, 우는 ‘척’을 했지. (사실 연기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어.)
그 몇 마디는 간단해.
"엄마가 아빠를 망치로 죽이고, 소파에서 자살. 막으려 했으나 불가능."
물론 준비는 확실히 했어.
망치에다가는 엄마의 지문을 확실히 찍어 놓았지.
물론 그 외에도 몇 가지 있지만 말이야.
당연히 사건은 그렇게 종결되었어.
내가 공게에 글을 쓴다는 것도 경찰이 어찌 알았지만, 뭐라 하지는 않더군.
그리고 난 이모네 집에서 살게 되었어.
거기다 3층에 사는… 그 뭐더라… 강XX라는 여자애가 있는데, 그 애 번호도 땄다?
나름대로 예쁜…
마치 일본 하렘 애니에 나오는 듯한 소꿉친구? 그래. 그런 느낌이었지.
화장을 해서 청순함은 떨어졌지만… 호감이 가는 애였어.
그렇게 또 다른 삶이 시작되나… 생각했지.
근데 내가 고 2가 되고 나서부터 뭔가 이상해졌어.
뭘 해도 기쁘지가 않아.
공게에 글을 쓰려 해도 생각나지 않고….
공부도 잘 안 되고…
심지어 사귄지 1달밖에 안 된 여자친구랑 성관계를 맺었고…
음, 사실 좀 아까운 여자애야.
처음 목표가 성관계였기에 사랑 같은 감정은 없었지.
그저 예쁘고 말 잘 들을 만한 애였기에 고른 거였어.
확실히 말은 잘 듣더라.
조금 분위기타서 키스하고 조금씩 옷을 벗겼는데도 아무런 말도 안 해.
그렇게 애x도 좀 하고, 할만한 것, 야동에 나오는 건 다해봤다. 큭큭.
그런 내가 왜 기쁘지 않을까?
그리고 난 알았어.
아아. 그렇구나.
난 끝난 거였어.
왜 그런 거 있지?
노인들이 자살하고 그런 거.
그런 거랑 같은 거야.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것.
그래. 사는 이유가 없어.
여기서 다른 녀석들은 그 이유를 찾으려고 발버둥치겠지.
하지만, 난 아니야.
하고 싶은 게 없어.
랍스타도 먹어 봤고, 성관계도 해봤어.
사실 성관계라고 해봤자 한 20분 동안 3번 정도 했지만…
거기다가 사람까지 죽여 본 내가 뭘 하겠어?
소년은 말을 끝맺었다.
"그렇지?"
소녀는 조금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흠… 정말 삶의 일대기로군. 정말 두려울 정도야… 그런 삶을 살았다니…"
"뭐, 어쩔 수 없지. 자. 니 차례야. 너에 대해 말해봐."
"나?"
"응."
소녀는 자신의 팔로 몸을 감쌌다. 마치 무언가 두렵다는 듯, 무언가…
끔찍하다는 듯…
"난 지금 너랑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신기해. 아니, 미칠 지경이야. 그래… 미칠 지경…"
"어째서?"
소년의 물음에 소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나직이 말했다.
"넌 방금 나한테 전화해서 자살한다고 말했어. 아니, 넌 자살하는 '중'이야."
"뭐?"
"여긴 아파트 3층 베란다거든."
출처
웃대 - 누워서떡먹다사망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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