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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4254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7
    조회수 : 1875
    IP : 121.170.***.7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04/19 21:11:02
    http://todayhumor.com/?panic_14254 모바일
    브금주의]어버이날

    <embed src=http://pds17.egloos.com/pds/201002/04/08/09-precious-hewie.swf>










    후우 … 하는 탄식소리와 함께 담배연기가 도넛형상을 하며 허공속으로 모습을 감춘다.한까치 더 해볼까 하는 생각에 주머니를 뒤적거렸다.하지만 텅 비어있는 주머니는 날 향해 비웃음을 날리는 듯 했다.씨발,내 처지가 아무리 좆같아도 담배하나 내맘대로 못피는 거지새끼라니.난 이 화를 아들녀석에게 풀 생각으로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간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아들은 의자에 앉아 컴퓨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요즘 신발을 자주 보던데 흘끗 쳐다보니 십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신발이였다.그게 하루이틀이 아니였다.일주일 내리 게임도 안하고 그것만 보고 있었다.난 내심 그것을 사주고 싶었다.물론 과거의 나였더라면 그 신발쯤은 수십개라도 사다줄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잘나가던 회사의 사원자리를 포기하고 사업에 손을 댄게 실수였다.그 결과 난 아내에게 얹혀사는 거머리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내 아내,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던,봄날 흩날리던 벚꽃보다 아름다웠던 내 아내는 나에겐 너무 과분한 여자였다.그럼에도 아내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우린 벚꽃날리던 봄에 결혼식을 올렸다.하지만 아내와의 불화도 사업을 시작하고부터 찾아와버렸다.단순히 잠만 다른 곳에서 잤던 우리의 냉전은 결국 별거로 이어졌다.그결과 난 이 좆만한 19평아파트에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는 것이었다.

    아들이 일어난다.역시나 모니터에 비치는 것은 그 신발을 판매하는 사이트.아들은 냉장고 문을 열고 휙휙 둘러본다.요구르트를 하나 꺼내고 다시 의자에 앉는다.화풀이를 하려던 마음은 어느새 진정된다.삼십분여 그것을 계속 둘러보는 듯했던 아들은 의자에서 일어난다.머리도 감고 양치질도 하는걸로 보아 또 외출하나 보다.그 외출할 용돈을 아내가 줄 수 있다는게 다행이다.난 지금 담배한갑 살돈도 없으니..

    난 당부하듯이 아들 뒷전에 대고 말한다.

    "일찍 들어오고 늦게 들어올거면 전화해."

    "응."

    아들은 슬리퍼를 질질 끌며 밖으로 나간다.난 결국 다시 아파트에 혼자 남아버렸다.TV를 켜도 볼것이 없고,컴퓨터를 뒤적거려도 인터넷기사는 자극적인 제목만 달아놓았을뿐 실상적인 내용은 이미 내가 다 봐버린 것이다.하는 수 없이 본걸 또 보고, 그것마저 재미없어지면 책도 보고 ‥ 어느새 시간은 저녁 아홉시를 가리킨다.

    "이새끼.. 내가 분명히 일찍 들어오라고 했을텐데.."

    난 이번엔 단단히 버릇을 고쳐주리라 다짐하며 담배를 피려고 하였다.아 씨발, 다 떨어졌지.결국 난 니코틴이 필요한걸 절실히 느끼며 커피라도 타서 마시는 중이었다.시계가 아홉시 삼십분을 가리키자 아들녀석이 슬금슬금 나타난다.

    "다..녀왔습니다."

    "너,너 이새끼 왜 전화 안해? 집구석에 들어오기 싫어? "

    "미안해,근데 배터리가 꺼진걸 어떻해."

    "내가 그래서 항상 충전해놓으라고 했잖아! 넌 항상 그게 문제야.뭐든지 뒤로 미루고, 뭐든지 내일 할려고 하고.니가 그래서 되는게 뭔 줄 알아? 바로 저 밖에 내다보이는 ‥"

    "난 아빠처럼은 안돼."

    그 말은 총알이 되어 내 가슴에 박혔다.아들은 그 말을 끝으로 방에 들어가 문을 쾅 닫아버린다.난 우두커니 서서 아무것도 ,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내가 왜 이런 말을 내뱉어버렸을까.난 후회하고 또 후회하며 소파에 앉아버렸다.TV를 키기 위해 다가서자 달력이 보인다.5/7, 다음날은 어버이날이다.어버이날 이전에 이런 말을 해버린 내가 너무나도 한심스럽다.

    아들은 그날 단 한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나도 무어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이불을 가져와 깔고 드러누웠다.아들은 분명 새벽에 문을 박차고 나설 것이다.예상대로,내가 이불을 깔고 눈을 감은뒤 다시 떴을때 집은 텅 비어있었다.오늘은 화요일,어버이날.아들이 일찍 오는 날이다.난 어제 그토록 잔인한 짓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여 아들이 장미꽃한송이라도 가져오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세시가 되고 아들이 돌아왔을때 아들은 빈손이었다.난 너무 큰 기대를 했나 싶어 실망감이 든다.아들은 학원이 없다며 컴퓨터 앞에 앉는다.인터넷기사를 보는가 싶더니 아들은 갑자기 내게 대화를 건다.드문일이다.설마, 신발을 사달라고 하는건 아니겠지‥

    "아빠,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언제지?"
    "어 ? 결승 ? 28일이야."
    "박지성 꼭 나오겠지? "
    "음.. 요즘 잘하고 있는걸로 봐선 나올 것도 같은데..안나오면 욕도 많이 먹겠지.저번에도 안보냈고..이번엔 보내줄거야."
    "그렇구나.바르셀로나 하는거 봤지? "
    "봤지.잘하던데‥"
    "심판이 너무 바르셀로나 편만 들었어.그거가지고 말이 많아."
    "솔직히 그러긴 했지."

    이걸로 우리 대화는 끝이었다.아들은 다시 컴퓨터앞으로 몸을 돌린다.난 내심 아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줬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일어났을땐 저녁 열시.놀랍게도 집에는 나 혼자뿐이었다.이건 어제와 같은 레파토리다.또 아들은 늦게 들어올 것이고-이미늦었지만-난 화를 낼 것이다.

    아들은 열한시가 되서야 들어왔다.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지친듯 보이는 아들녀석 면전에 대고 욕설을 퍼붓는다.

    "이런 씨발 좆같은 새끼! 어떻게 중학생이란 새끼가 열한시에 집에 기어 쳐들어와! 난 이런 좆같은 짓 용납안하니까 니 어미새끼한테 가서 붙어살어! "
    "나학원 갔다왔는데."

    다시 실수를 하고 만다.그러고보니 오늘은 아들이 영어학원을 가는 날이다.앞에 까지만 했으면 다시 화해 할 수 있었을텐데,난 결국 아내에 대해 말을 꺼내버렸다.아들은 요새 아내 얼굴도 제대로 못보는데..중학생이 엄마얼굴 못보면서 살 수 있겠는가? 난 내 행동에 대해 사과를 하려 고개를 들었다.

    아들은 울고 있었다.내 말을 듣고 우는건 처음 보는 듯 하다.아들은 천천히 가방을 내려놓더니 밖으로 나간다.그리고 난간 끝에 선다.

    "아빠는 내가 필요없지? 아빠 혼자 살아.그럼 넓은 집에서 혼자 살테니.."

    그말을 끝으로 뒤로 슈욱 하며 아들은 넘어가 버린다.난 아무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곧 퍼억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고 경찰이 들이닥칠 것이다.난 애써 침착하려 한다.이런 씨팔, 아들이 죽었는데 .. 나때문에 죽었는데 무슨 침착이야.

    그럼에도 그 죄책감을 덜어주는 건 있었다.아들은 어버이날 선물을 주지 않았다.그것은 어버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그건 나에게 반항하는 것이었다.하지만 내 귀에서 진실이 속삭이는 것을 무시하지 못했다.

    아들이 나에게 준 어버이날 선물은 대화였다고.































    출처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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