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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4252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6
    조회수 : 2040
    IP : 121.170.***.7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1/04/19 21:00:58
    http://todayhumor.com/?panic_14252 모바일
    브금주의]공포의 레이스















    나는 으깨진 시체를 보면서 머리카락을 쥐어 뜯었다.

    찢어진 두피로 박살난 두개골, 그리고 그안에 담긴 선홍빛 두뇌...

    머리주위로 허여멀겋게 퍼져있는 것은 뇌수였다.

    사방으로 비틀린 팔다리와 우악스럽게 벌어져있는 입은 여자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말해주는듯했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가 장기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옅게 만들었다.




    관수는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피워물었다.

    그가 힘들게 구한 마리화나였다. 비싼 대마를 이렇게 허겁지겁 태우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주체할수없을 만치 다가오는 오한에 그는 라이터를 몇차례 떨어뜨릴뻔했다.

    우아하고 날렵한 곡선을 자랑하는 폭스바겐이 말없이 서있었다.

    시체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 전조등을 보고는 허겁지겁 차키를 뽑았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차를 몰래끌고 나온것만 해도 큰일인데, 사람을 치어버렸다.

    물론 관수가 운전을 잘못한것은 아니었다.

    술도 마시지 않았고, 졸음운전도 하지않았다.

    그가 운전하고 있는 산 길 도로는 그의 아버지가 사들인 사유지로써,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기전까지

    주요 도로를 막아버려 다른 차량이 다니지 않는 길이었다. 가끔 한두대가 지나가는 것을 빼면...

    젊은 혈기는 그를 유혹했고, 그래서 그는 규정속도를 위반하고 빠르게 달렸다.

    그래... 그래서였다.

    어둠속에서 갑자기 뛰어나오는 여자를 보지 못한 것은.

    관수는 앞에 튀어나온 여자를 보고는 어설프게 차를 돌렸다.

    그게 더욱 끔찍함을 부가시키게 될지, 그는 몰랐다. 아버지의 폭스바겐을 그는

    요란하게 튜닝을 하고 몰았다. 자동차 앞 부분의 철창을 달아 위압적인 분위기를 내는 튜닝이었다.

    어설프게 돌린 핸들때문에 폭스바겐은 여자를 10m 가량 바닥에 처박아 쓸면서 나아갔다.

    여자의 긴 생머리가 철창 튜닝에 휘감긴 까닭이었을까, 아스팔트 도로가 피칠이 되면서도

    그녀는 날아가지 않고 질질 끌려갔다.

    요란한 배기가스 소리에도 들리는 소름끼치는 비명소리!




    관수는 마리화나를 다 태우고나서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면허도 없는 자신이, 사회에 이름 알려진 기업을 운영하는 회장인 아버지의 차를 면허없이 끌고와

    사람을 치어 죽였다는 소문이 난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는 손을 옅게 떨었다. 금방 피운 마리화나의 몽롱한 기운이 언제그랬냐는 듯 싸악 가시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고개를 흔들면서 자신의 뺨을 몇번 때렸다.

    차가운 빗방울에 젖은 뺨에 짝소리가 나면서 정신이 돌아왔다.

    이 상황을 타계해야했다. 이대로 자신의 인생과 아버지의 명예에 흠을 낼 수 없었다.

    다시 마리화나를 물고서 불을 붙인 그는 차근 차근히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 우선, 이곳은 아버지의 사유지다. 통행차량이 뜸하다는 건 둘째치고, 이 새벽시간에는

    아무도 이곳을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시체를 처리할만한 시간은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음은.. 그래 시체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순간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쪽 도로를 사들여서 대대적인 휴양지를 만들 생각이야. 자연경관이 아주 그만이거든.

    그래서 일단 산을 사들인 다음에 한 오년가량 묵혀두고 건설을 들어가려고 하고 있어.

    그래야 나무든 풀쪼가리든 좀 모양새가 나오지. 안그러냐?"

    그래, 그렇다.

    아버지는 이곳을 매입하신 후 오년을 묵힌 뒤에 관광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셨지.

    주변 가게와 경관을 계획하실겸 말이야.

    그렇다면, 내겐 커다란 무기가 두가지 생긴 셈이다.

    저 시체를 이곳에서 처리하기만 한다면, 향후 오년동안은 난 범죄가 드러날 걱정없이 살 수 있다.

    그리고, 아버지의 재력을 이용하기만 한다면 저깟 시체쯤은 어떤 식으로든 처리할 수 있다.

    지금이 중요할 뿐이다. 절대로 아버지가 아셔서는 안된다.

    나는 결론을 내리고 시체에게 다가갔다.

    비가 거세게 내렸다. 축축한 옷이 자꾸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다.

    끔찍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시체를 들었다.

    아버지의 검소함이 이렇게 도움이 될줄은 몰랐다. 차를 모는 건 모른척해주셨지만,

    나는 감히 차량 내부의 비닐시트를 뜯어낼 수 없었다. 아버지는 항상 그런식으로 절제를 하셨다.

    "시트? 그걸 왜 뜯어! 나중에 내부 의자 천도 갈아야되고, 청소도 해야되고.. 그런 생긱일랑 하려면

    썩 나가서 공부나 해!"

    하지만 지금은 그 비닐시트가 나를 살려주고 있다. 시트를 뜯어낸것을 아시면 불호령이 날아들테지만,

    그런 것은 아무상관없다. 차라리 이 일을 무사히 마친후에 아버지의 불호령이 진심으로 듣고싶다.

    투명한 시트에 칭칭 감겨진 시신은 이제 겉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시트를 만 시체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시체를 차 트렁크에 실으려던 나는 기겁하고 시체를 떨어뜨렸다.

    시트 옆으로 피가 새었기 때문이었다.

    빗방울이 비닐시트에 부딪히면서 요란한 소리를 계속 냈다. 마치 이 우스운 상황의 로고송이라도

    되는 것처럼. 투둑, 투두두두, 투두두둑.

    나는 그 상태로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이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피가 차내부에 묻어서는 안된다. 저 여자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면 일단 수사가 시작될테고,

    경찰내에서 혹시나 이 부근 차량들에게 루미놀 반응 검사라도 한다면 그 즉시 끝장이다.

    아스팔트 도로에 묻은 혈액은 내게 방법이 있었지만, 차 내부의 천에 피가 묻는 것은 절대 안되었다.

    미친듯이 비가 내리고 있었으므로, 도로 위의 핏자국은 거진 씻겨나가고 있었다.

    나는 우선 시체를 안은채로 20m 가량 나아갔다. 그 후에 차를 몰아 시체 옆에 세웠다.

    여자를 끌고온 아스팔트 위로는 피가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다. 비에 씻기고있지만 아직은 티가났다.

    나는 미친듯이 옆 능산으로 기어 올랐다. 옷이 진흙투성이가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비탈위로 올라선 나는 흙을 미친듯이 걷어차기 시작했다. 조금씩 밀리던 흙은 이내 우르르 쏟아지며

    아래 아스팔트 지면을 덮었다. 저걸론 안된다. 좀더-

    삼십여 차례 발길질을 했을까, 이내 아스팔트 도로위의 핏자국이 완전히 씻겼다.

    빗물이 미친듯이 범람하면서 흙을 더 더욱 끌고 내려갔다.

    자, 도로위의 피는 이제 끝났다.

    비에 의해 능선에 흙이 무너진 것으로 보일테고, 내일 부터 즉시 도로를 봉쇠하고

    5년간의 휴산을 선언하면 되는 것이다. 일찌감치 휴산을 하려던 아버지를 차를 몰려는 이유로

    반대하던 유일한 사람이 나였다. 그러므로 철든척 아버지께 말씀드리면 이 산에 인적은 아무도 없어진다.

    남은 것은, 시체였다.









    부우우웅!!

    차가 미친듯이 질주하고 있었다. 엄청난 호우속을 위험하게 질주하는 차는 광기에 사로잡혀있었다.

    아니, 정확히- 광기에 사로잡힌 것은 차가 아니라 운전자였다.

    "우아아아!!"

    관수는 미친사람처럼 신음과 비명을 흘리면서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힐끔 백미러를 보고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비닐 시트에 군데군데 감긴 피투성이의 몸, 박살난 두개골을 한 여자가 그의 차를

    쫓아 오고 있었다.

    이히히히히 비가 차창을 때리는 와중에 들려오는 섬찟한 웃음은 마치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150의 속도로 몰고있는 차를 쫓아오는 그것.

    그는 두려움을 억지로 밀어내면서 다시 백미러를 보았다.


    "어, 없어"

    그는 불안하게 계속 백미러를 흘끔거렸다. 하지만 백미러에는 후전등이 밝히는 어둡고 비오는 거리가

    있을 뿐, 피투성이가 되어 쫓아오는 여자는 없었다.

    묘한 안도감으로 다시 앞을 쳐다보는 그는 다시 공포에 찬 비명을 질렀다.

    운전석 바로 옆에서 '그것' 이 달리고 미친듯이 달리고 있었다.

    무릎이 굽혀지지 않으면서 달리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저리가! 저리가!"

    관수는 실성한 사람처럼 고함을 지르면서 핸들을 옆으로 꺾었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폭스바겐은 가드레일을 뚫고 절벽밑으로 굴어떨어졌다.

    무지막지한 소리와 함께 이내 폭발이 일었다.









    "그래, 어떻게 된 거라고 보지?"

    "그게... 상당히 이상합니다. 판관수라는 이 남자는 밤중에 뺑소니를 하고 도망가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면허도 없었고요. 그런 주제에 사고직후 치밀하게 범죄를 숨기려고 했었던 것으로 사료됩니다.

    피가 묻은 아스팔트 도로를 흙으로 덮었습니다. 비가 오던 와중이라 혼자서도 하기 수월했을것이고..

    문제는 시체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 산 어딘가에 매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데.."

    "그 문제는 그렇다치고, 도대체 그 새끼는 왜 뒈진거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폭이 좁긴했지만 직선도로였거든요. 차의 상태를 보니 급작스럽게

    핸들을 옆으로 꺾은것으로 보입니다만, 자세한 이유는 지금 조사하고 있습니다."

    "별 미친놈이 다있어, 하여튼... 그래, 가봐"

    조사관이 인사를 하고 나가자 검은 양복의 남자는 전화를 걸었다.

    "아, 예! 판회장님. 아 그러믄요! 저희 쪽에서 다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자식이라도 그런 후레자식은 없는 편이 낮지요, 아이고. 이놈의 주둥아리가.. 용서하십시오.

    아이고 아닙니다. 하하하... 그런데, 정말 효과가 좋더군요. ...예?

    아니, 그 있잖습니까. 회장님이 아들이 피우는 담배에 넣는다고하신 환각제요.

    아주 감쪽같았어요!

    ....네? 그럴리가... 시체가 없습니다.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판관수 그놈이

    그냥 자신이 사람을 치인줄 착각한거죠. 아시잖습니까?

    회장님쪽에서 그놈이 잠들었을때 최면으로 상황인식을 시키셨잖습니까. 네, 그랬었죠.

    그런데.. 예?

    ... 환각제는 아직 넣지 않으셨다구요? ...예, 예.. 그, 참.. 뭐가 뭔지...

    하여튼 알겠습니다. 저희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검은 정장의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출처




    웃대 - 초록환타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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