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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과 긴장에 경직된 몸으로 어색한 미소를 짓는 그의 결혼식 사진이다. 친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여성으로 태어나 가장 행복했을 시간을 담은 추억. 하지만 이제는…그저 쓸모없는 종이쪼가리에 지나지 않는다. K는 앨범을 덮는다. 아마도 이건 가져가봐야 좋을 일 하나 없을 것이라는 스스로의 판단 때문이리라. 휑한 집안을 잠시 둘러보던 K는 몇 주 전 동일한 환경에서 느꼈던 한적함을 속으로 그렸다.
담담한 표정으로 노란 서류봉투를 내밀던 H의 모습은 K의 뇌리에 박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금슬 좋은 부부라는 허울 좋은 타이틀 뒤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가. 입버릇처럼 떠나야지, 떠나야지 읊조려도 그런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지도 않은 그녀다. 여자에게 있어 이혼은 인생에 그어지는 빨간 줄이나 다름없는 것을 알기에 과거의 일을, 과거의 H를 생각하며 참고 또 참아왔다. 그 인내의 대가는 참혹한 최악이었다.
당시 울분에 찬 외침에도 불구하고 신물이 난 표정으로 변호사를 통해 연락하라며 떠나간 H의 뒷모습에 어찌나 많은 욕을 했던가. K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H가 떠나가서? 아니다. 피멍이 들 정도로 혹사시킨 허벅지에게 미안해서 울었다.
K는 덩그러니 놓여있는 거실 소파에 누웠다. 원래 이맘때 쯤 이면 밥을 새로 짓는 것부터 조찬과 오찬 두 차례에 걸친 설거지, 그것을 마치면 청소와 빨래까지. 온갖 집안일과의 사투로 진이 쏙 빠져있어야 하는데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할 것이 없다. 지금도 새하얀 천장에 먼지가 묻어 거뭇거뭇해진 부분에 시선이 가며 닦아야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 자신이 뼛속까지 주부가 되었나 하고 K는 한숨을 뱉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자신도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었는데.
지잉, 징. 유리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시어머니로부터의 전화였다.
“…….”
“…….”
유리컵에 맺힌 물방울이 흘러내리며 손을 적신다. 한참을 말이 없는 상대는 몇 해를 걸쳐 보아도 적응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아들에게 이혼을 권유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일 텐데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어 유감이다, 하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이 없는 K의 시어머니. K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삼키고 컵을 조금 소리가 나게 내려두었다. 그제야 건너편의 사람은 입을 연다.
“K야. 5년 동안 내 며늘아기로 살아줘서 고맙다.”
“이런 말씀 하시려고 부르신 거 압니다.”
K는 일종의 반항을 시작했다. 당신이 그런 거 다 알고 있으니 본심을 털어놓으라고. 몹쓸 년, 패륜이라는 말을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 삐딱 선을 탄다. 순종적인 며느리로 살아오길 5년, 몰아치는 고함에 움츠러들기만 하던 지옥의 5년. K의 손끝이 타들어가듯 아려와 그녀는 손을 오므렸다. 정적이 찾아왔다. 상대의 동공이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처럼 흔들린다. K는 상대방이 말을 꺼내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K는 유아용품점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옷장 한 구석에 곱게 개어둔 배냇저고리와 우주복을 생각했다.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녀에겐 무용지물인 것이나 그녀는 버릇처럼 유아용품점이 눈에 뜨일 때마다 유아용품을 몇 가지나 사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더욱 비참해 지는 것을 모르고.
K는 한 손엔 종이 가방을 들고 집으로 돌아와 불이 켜지지 않은 암흑 속의 거실에 작은 옷들을 펼쳐놓았다. 여기에 있을까, 어림짐작으로 아랫배에 팔을 두른 K는 주저앉아 울었다.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댄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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