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게에 올렸다가 너무 반대를 받아 논의 자체가 이루어지질 못하여 자유게시판에도 올려봅니다.
http://todayhumor.com/?car_55277 이 글을 보기 전까지는 저도 '김여사'라는 단어가 갖는 언어적 폭력성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이 단어는 보통명사로 쓰기엔 적절하지 못한 단어임에는 확실합니다.
이 단어의 사용에 있어 배경이 되는 이미지가 무엇입니까?
비꼼과 경멸, 성차별, 여성운전자는 운전을 못한다는 인식, 등이 있습니다.
수많은 이 단어의 사용례를 볼 때 제가 거론한 이 예는 틀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랫 글 덧글에서 어떤 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단어는 운전을 엉망으로 하는 일부 여성 운전자를 지칭하는 용도로 쓰는 것이지 성차별적인 용도 같은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말입니다.
굳이 모욕의 대상이 되는 여성 운전자를 지칭하는 용도라 할지라도 굳이 그 운전자를 지칭하고 거론함에 있어 여성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까?
굳이 '김여사'라는 단어가 아니라도 '불량 운전자'라는 아주 적절한 조합어를 만들 수 있기도 하고요.
불량 운전자를 지칭함에 있어 불량 운전자라는 단어보다 더 적합한 것이 있겠습니까?
어떤 분께선 대일밴드나 스카치 테이프 같은, 이른바 대명사 격으로 이 '김여사' 단어가 사용된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단어가 공론화되게 된 과정 자체는 비슷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 단어가 정착이 된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선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일밴드나 스카치 테이프 등의 경우, 그것들은 애초의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만든 '브랜드'가 해당 상품군을 선점하여 대명사화 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안에서 이름이 '대일'인 사람이거나 '스카치'인 사람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피해보는 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하게도 그 단어들 자체는 전혀 경멸이나 성차별,편견 등이 담겨있지 않은 단어이니까요.
그러나 '김여사'는 다릅니다. '김'이라는 접두어 자체가 보편적인 경우라는 의미를 담아 우리나라에서 제일 흔한 성씨인 '김'씨를 붙인 것이고 여사는 중년 여성을 예의바르게 부르던 용어를 비꼼으로써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어를 온갖 엉망운전 케이스에 적용하여 '흔한 (운전을 엉망으로 하는)중년 여성'으로 지칭한 거죠.
태생부터가 대상을 정해놓고 만들어진 말이란 것입니다.
완벽하게 모욕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고 이 단어 자체가 반쯤은 폭력성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단어의 지속적인 사용은 곧 어떠한 중년여성이든 운전을 하게 될 시 언제든 '김여사'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단어가 만드는 이미지가 곧 단어에 따라 연상되는 이들에게 모두 중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왜 이런 안 좋은 단어가 나왔을까요?
그동안 운전은 남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남성우월주의적 심리에서 발현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여성이 운전을 능숙하게 하는가 하지 못하는가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여성이 운전을 '잘'한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 것입니다.
운전이란 작업에 있어 성별이 그렇게나 중요한 문제가 아닌데도 굳이 단어를 만들어서까지 성차별적 의미를 담아 비난하는 것은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올바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 아닐까요?
'정치적 올바름'이란 말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설명하기엔 살짝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언어 속에서 단어 사용에 있어서 어떠한 특정인,집단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자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살색'이란 단어는 그동안 우리나라 문화 안에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던 단어입니다.
우리 동아시아 인에게 이 단어가 지칭하는 색은 곧 살색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현대처럼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하게 된 이상 '살색'이 지칭하는 색은 '살색, 즉 skin color로 지칭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피부색은 '살색'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면서 '살색'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들을 향한 무배려이자 그들에게 상대적박탈감을 부여하며 그들을 향한 '살색'피부를 가진 사람들의 배타성을 나타내는 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경우 '살색'은 정치적 올바름에 맞지 않는 단어가 됩니다. 그렇다면 해결법은 무엇일까요?
세가지 보기가 있습니다.
1.피부색 다른 이들 따위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냥 현행대로
2.'살색'을 '동아시아 인 살색'으로 이름을 바꾼다.
3.'살색'을 대체할 단어를 찾거나 만든다.
아랫 글에서 반대를 주신분들은 그냥 간단하게 1번을 택하셨습니다.
왜냐면 자신은 '김여사'가 아니기도 하고 '김여사'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니까요.(남성이거나, 아니면 매우 능숙해서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지 않거나)
그러나 법적으로 성인일 경우(면허를 소유했다는 전제 하에) 나이와 성별을 차별하지 않고 운전을 할 수 있는 우리 사회에서 그런 차별적인 단어사용을 지속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글쎄요...
참고로 사회 전체적으로는 '살색'에 대한 세가지 보기 중 3번을 택하여 언제부턴가 '살색'크레파스는 없어지고 '살구색'크레파스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해에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PS: 굳이 '김여사'가 아니더라도 '김사장' 같은 남성을 대상으로 한 용어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됩니다.
PS2: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 위키 링크를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