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당신의 가게를 맛집으로 만들어 드립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오늘로 개업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div> <div><br></div> <div><br></div> <div>개업당시는 사람이 붐비다 못해 대기하는 사람까지 생기곤 했다.</div> <div><br></div> <div>그로 인해 민원도 자주 들어왔고, 비록 잦은 민원에 짜증은 났지만 그 피로감과 행복감은 늘 반비례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TV에 우리 집이 맛집으로 선정 되기 전까지만 해도 동네에서 꽤 잘나가던,</div> <div><br></div> <div>블로그나 SNS로 알아서 술술 퍼져나가던 그런 집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맛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우릴 취재하러 왔고</div> <div><br></div> <div>우리 집의 주 메뉴인 탕수육 레시피를 몹시 궁금해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창고 한켠에 있던 한약재와 몸에 좋아보이는건 뭐든지 때려넣어서</div> <div><br></div> <div>평소보다 더 과하고 멋지게 만들어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결과는 성공적이었는지,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탕수육이란 이름하에</div> <div><br></div> <div>문정성시를 이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또 다른 TV프로그램이 우리를 비추기전까진 말이다.</div> <div><br></div> <div>TV로 흥한자 TV로 망한다고 하던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위생이 어쩌고저쩌고.. 우리가게는 처절하게 털렸다.</div> <div><br></div> <div>약 2개월여 간의 영업정지기간 동안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깨끗하다고 늘 자부하고 있었지만</div> <div><br></div> <div>주방장이 종종 뒤로 나가서 담배를 피고 발로끄던게 화근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결국 오염도가 높아서 영업정지가 되었지만 주방장을 탓할 순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웃으면서 다시 힘내보자고 외쳤지만 주방장은 돌연 일을 관두겠다고 해버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떠나가는 이를 어찌 붙잡을까.</div> <div><br></div> <div><br></div> <div>가는 이에게 월급과 더불어 퇴직금과 함께 미처 챙겨주지 못했던 위로금까지 건네어가며 다음을 기약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오픈을 하루 앞두고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던 나는 문득 독특한 플랜카드를 보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당신의 가게를 맛집으로 만들어 드립니다.-</div> <div><br></div> <div>빨간글씨로 적힌 궁서체의 큰 현수막 아래엔 휴대폰 번호가 자그마하게 써져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또 보나마나 바이럴마케팅 따위로 돈이나 받으려 하겠지..'</div> <div><br></div> <div>그래도....한번 가볼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플랜카드에 적힌 전화번호를 재빠르게 눌렀다.</div> <div><br></div> <div><br></div> <div>벨소리가 두어번 울리자마자 친절한 여성의 목소리로 화답했고 곧 나에게 주소를 문자로 보내주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문자가 찍혀진 주소지로 가니 적막함이 감도는 골목길 끝 쪽 우측에 작은 유리문이 하나 보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창고로 써도 무방할 수준의 건물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사람의 왕래가 많이 없는 건지.. 문을 열고 닫음에 끼기긱 소리가 들렸고</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소리에 사무실에 앉아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 전화주고 오신 분이시죠? 앉으십시오."</div> <div><br></div> <div><br></div> <div>한눈에 봐도 허름해 보이는 -갈색으로 된 쇼파는 여기저기 가죽이 찢어지고 늘 앉는곳은 푹 패어 보이기까지 했다.- 쇼파를 가리키며</div> <div><br></div> <div>나에게 무엇 마실 거냐고 물어보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아무거나 달라고 한 뒤 나는 자리에 앉아 초조하게 그를 지켜봤다.</div> <div><br></div> <div><br></div> <div>책상에서 이런 저런 서류를 빼고, 손에는 리모컨과 밀가루 봉지를 갖고 나에게 다가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 가게는 다시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사람들은 신들린 듯이 음식을 먹어치웠고, 이젠 내가 주방장이 되어 손님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개발한 특제 소스는 이전과는 확연이 달랐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손님들이 많아진 탓에 쉴틈없이 움직여온 내 몸은 여기저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도저히 견딜 수 없을 즈음 나는 아르바이트생을 한명 고용했고, 자잘한 일들부터 시켜나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특제소스만큼은 오로지 내 손으로 만들어야 했기에 절대 손을 대지 못하도록 신신당부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단체손님 30명의 예약이 잡혔다.</div> <div><br></div> <div>일이 꼬이려면 또 이렇게 꼬이나 싶게도, 홀 서빙 직원이 잠수를 타버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결국 주방과 홀을 왔다 갔다 하며 직접 음식을 날랐고,</div> <div><br></div> <div>아르바이트생은 내가 하던 일의 보조를 넘어 직접 조리까지 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 않았는가.</div> <div><br></div> <div>하지만 특제소스만큼은 반드시 내 손을 거쳐야 했다만.. 오늘은 도저히 눈코 뜰세 없이 바쁘다보니 </div> <div><br></div> <div>내가 반쯤 완성시켜놓은 소스를 가리키며</div> <div><br></div> <div><br></div> <div>"거기 왼쪽 케찹통에 들어있는 가루 한 숟갈 넣어."라고 멀리서 외쳤다.</div> <div><br></div> <div>아르바이트생의 오케이 싸인이 떨어지는걸 듣고 </div> <div><br></div> <div>소스에 추가 데코를 하고 통에 담아 갓 튀겨진 탕수육과 함께 가져나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5분도 되지 않아 비명소리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있던 60대 손님이 젓가락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여기까지 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햐~ 이사람보게. 사람이 죽을 뻔했습니다!! 고작 그딴 얘기로 합리화하지 말고!!"</div> <div><br></div> <div>-죄송합니다만....저도 정말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그 마케팅업체가 주의사항 몇 가지만 알려주고.. 이 주소를....</div> <div>저는 정말 요리밖에 한게 없고 의심이 가는건 그 뿐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아니!! 그럼 그 주소지에 그 가게가 있어야 될 거 아닙니까."</div> <div><br></div> <div>-여기 찍혀진 주소대로 갔을 뿐입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div> <div><br></div> <div><br></div> <div>"하물며 그 사람이 그런 가루를 줬다고 그걸 믿고 씁니까?"</div> <div><br></div> <div>-저도 의심은 됐습니다만... 정말 장사가 잘되니 저도 모르게 그만...</div> <div><br></div> <div><br></div> <div>조서를 꾸미는 과정에서 나는 빠짐없이 전부 실토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받았던 문자의 주소지를 토대로 경찰은 이미 다녀온 뒤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허름했던 가게 안은 이미 모든 짐이 빠져나간 뒤였고, 내가 들었던 설명들은 모두 내 상상쯤으로 치부해버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분명 설명과 함께 밑져야 본전이라며 금액을 지불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게.. 나노칩이라는건데... 여기 이 리모컨을 드릴게요. 리모컨이 본체역할입니다. 패턴은 단순해요.</div> <div>초록색 버튼. 이걸 누르면 5분마다 한 번씩 반경 5km내에 칩을 먹은 사람에게 신호가 가요.</div> <div>그 신호를 받으면.....귀소본능알죠? 꼭 그것처럼 뇌에다 신호를 전송해요, 이쪽으로 가야한다. 라는 식으로요.</div> <div>빨간 버튼은 정지버튼이니까, 꼭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이걸 누르셔야 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내 앞에 놓인 리모컨 한 개와 나노 칩이라고 말하는...500g 사이즈의 가루 한 봉지를 건네받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나노 칩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그냥 신호를 일정주기마다 리모컨으로 쏘아대요. 칩은 몇 개를 먹어도 상관은 없는데, 이게 아무래도</div> <div>주파수를 쏘는거다보니까 다량으로 먹어서 좋을 건 없으니, 아껴서 조금씩 티스푼으로 음식에 투입 해봐요.</div> <div>이틀정도는 열심히 신호를 보낼 건데, 그 뒤로는 액체 같은 것엔 녹아서 없어지니까 뭘 먹었는지도 몰라요.</div> <div>가급적 5km내에 사람이 많은 번화가에 가게를 차리시고 요 가루를 음식에 투입하다보면 배고픈 시간대에 사람들이 모여들거에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케찹통에 들어있는 가루를 넣으라 지시했으나</div> <div><br></div> <div>아르바이트생은 어떤 통인지 제대로 듣지 못하고 항상 뒤에서 '내가 가장 조심스럽게 다루고 감춰놓는' 그 가루를 꺼내서</div> <div><br></div> <div>골탕이나 먹어보란 식으로 한숟갈 크게 퍼서 집어넣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공교롭게도 내 음식을 먹은 환자는 인공심장을 이식한 환자였고</div> <div><br></div> <div>내가 리모컨을 찾으러 갈 시간도 없이 그 손님은 심장의 오작동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뒤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경찰은 피의자 아무개씨의 진술을 토대로 조서를 꾸려나갔으나,</div> <div><br></div> <div>부검 진행에서 <b>유가족들의 맹렬한 거부</b>로 인한 증거불충분.</div> <div><br></div> <div>피의자의 일관된 진술. 조사과정에서도 딱히 식중독과도 결부 짓기 어려워</div> <div><br></div> <div>조사는 진전이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신문의 1면을 장식할 뻔도 했던 이 사건은 결국 흐지부지하게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마무리 지어져버렸고</div> <div><br></div> <div><br></div> <div>다른 기사만이 1면을 장식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oo대학병원. 인공장기 메커니즘이 담긴 연구기록 일부 유출로 당혹"</div> <div>"유출은 시인. 내용은 지극히 일부. 중요한 것은 아니야."</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