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근 2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지금 일본이라서 잠깐 아버지 생각이 나서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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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머니에겐 문자나 전화를 자주 했는데, 아버지에게는 거의 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대체적으로 연락을 하는 분은 어머니고, 아버지는 같이 겸사겸사 안부를 묻는 식이었죠.
그래서 통화기록이나 문자기록을 보면 어머니의 압승이었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할 일이 있었죠.
아버지는 회사에 있었을 시간이었고, 주변이 웅성거리는 것을 듣고선 아직 집에 들어오시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
".....응."
뭔가 대답이 느렸습니다.
"잘 지내고 계세요?"
"어, 잘 지내고 있다. 넌 밥은 먹었냐?"
"네. 잘 먹고 있어요.(이때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기 때문에 가능한 대화였습니다.)"
식의 안부를 묻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 알았죠.
그러다가 아버지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학교 등록금 납입증명서 떼어오라는 문자를요. 그 기간을 몰랐기에 아버지에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언제까지 하면 되느냐고요. 하지만 답장이 바로 오지 않는겁니다. 그래서 여유있게 하면 되는 건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 며칠이 지나서야 다시 아버지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빨리 떼어오던가, 집에서 뗄 수 있으면 방법을 알려달라던가라고요. 난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답장이 오지 않는 겁니다. 전 전화를 걸었죠. 예전처럼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직 회사인 것 같습니다.
"지금 회사에 계세요?"
"응. 잘 지내냐?"
"네. 잘 지내고 있어요."
뭔가 이상합니다. 왜 대화가 빙빙 겉도는 느낌이 드는 건지... 제가 예민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아버지와 워낙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지냈기에 어색한 느낌이 감도는 건지도 몰랐죠.
"내일 제가 집에 가서 알아서 할게요."
"응? 집에 온다고?"
"네. 그럼 잘 지내고 계세요."
"그래. 너도 잘 지내고 있어라."
기숙사에 살았어도 명절이나 옷이 갑자기 필요해지면 집에 내려가곤 했는데(그리 멀지 않았거든요), 집에와서 아버지를 보자마자 이야기 했습니다.
"아빠? 내 연락 못받았어?"
"응? 무슨 연락?"
"내가 여태까지 문자 보내고 전화도 했잖아."
"응? 난 받은 적 없는데?"
"그럼 내가 여태까지 전화한 사람은 누구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이녀석아."
"아빠 휴대폰 줘봐."
아버지의 휴대폰은 바뀐 것도 없었고, 번호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휴대폰의 2번 단축키에 저장되어있는 번호로는 제 손 위에서 아버지의 핸드폰이 울리지 않았습니다.
"여보세요."
"응? 누구세요?"
"어? 누구세요?"
분명히 그 아저씨뻘(저희 아버지와 말투와 목소리도 비슷했기 때문에 저도 별다른 의심없이 아버지겠거니 했던 겁니다.)되는 사람도 이제서야 뭔가 이상한 걸 눈치 챈듯이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아마 서로 그렇게 누구세요?만 다섯번 정도 이야기 했던 것 같습니다.
번호를 꾹꾹 010 눌러서 연락하면 분명히 지금 아버지의 것으로 연락이 되었지만, 단축키의 것은 제가 생판 모르던 아버지로 둔갑한 사람쪽으로 연락이 된 겁니다. 순간 제 폰이나 아버지 폰이 복제가 되어서 대포폰 같은 걸로 쓰이고 있는게 아닌지 궁금해서 114(skt 물어보는 거죠?)에 연락했습니다.
결론은 그럴리가 없다. 였습니다. 그리고 내린 진단은 제 휴대폰의 고장. 액정에 찍힌 번호는 똑같이 보여도, 내부 회로에서 엉켜서 다른 신호가 전송될 수 있다나 뭐라나.
결국 번호를 새로고침해서 다시 저장을 하니 이제야 제 진짜 아버지에게로만 연락이 되더군요.
하아.. 혹시 그 당시에 안부를 묻던 전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아저씨는 어떻게 지내는지 갑자기 새삼 궁금해지는 쌀쌀한 겨울이었습니다.
아싸~ 그 휴대폰 올 1월에 노예계약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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