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11/1479564235512a04f0e43244df8fd41d61195adf85__mn838__w540__h366__f39221__Ym201611.jpg" width="540" height="366" alt="1.jpg" style="border:none;" filesize="39221"></div><br></div><b><br></b></div> <div><b>(전혀 보편적이지 않은 마스크)</b></div> <div><br></div> <div><b>1. </b></div> <div>봉사활동 하다가 번호 따였다.</div> <div><br></div> <div>번호를 따간 분은 90년생 여자였다. (본인 89)</div> <div>모 봉사활동에서 대화를 나눌 짬이 생겨 이야기 하다 종료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div> <div><br></div> <div><b>"다음에 봉사활동이나 같이해요" </b>하면서 폰을 건네길래 </div> <div>속으론 '헐...' 했지만 겉으론 쿨한 척</div> <div>"그러죠ㅎㅎ" </div> <div><br></div> <div><br></div> <div><b>2.</b></div> <div>단언컨대 보편적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번호 따일 일이 전혀 없다.</div> <div>'이상한 사람으로 보진 않을까?'</div> <div>'거절 당하면 어쩌지'</div> <div>'망신 당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들.</div> <div><br></div> <div>게다가 번호 따는 주체가 여성이라면 안전에 대한 위협도 느낄 수 있다.</div> <div>'이상한 사람이면 어쩌지?' 같은.</div> <div>아니, 사실 그것 때문에라도 여자가 번호 딸 일은 별로 없지.</div> <div><br></div> <div><br></div> <div>번호를 묻고 말고도 전에 살갑고 호의적으로 대하는 일도 많지 않다.</div> <div>혼자 겉도는 것 같아서 웃으며 챙겨줬는데</div> <div>자기 혼자 망상 결혼식까지 올리고 노후까지 걱정하다</div> <div>부담을 주거나, 어장관리다 뭐다 욕하는 경우도 있고 관계가 어색해질 때도 있다.</div> <div><br></div> <div>남자가 당하면 부담이지만 여자가 당하면 위협이 될 수도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3. </div> <div>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div> <div><br></div> <div>인터넷 쇼핑몰 하시는데 취미로 봉사활동 하신다는 분.</div> <div>본인이 비슷한 처지에 있던 적이 있어서 돕고 싶은 마음에 정기로 하시는 분.</div> <div>졸업을 위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는 분들. 등등.</div> <div><br></div> <div>그리고 가끔은</div> <div><b>'저 따위로 할 거면 왜 신청했고, 왜 왔지?'</b></div> <div><b>'너무한거 아니야?' </b>싶은 분들도 있다.</div> <div><br></div> <div>나에게 번호를 물어본 분이 그러했다.</div> <div>대화를 나눴는데도 딱히 공통분모 없고 화제가 마땅치 않아도</div> <div>계속해서 웃고 대화를 이어갈 의지를 보여 '그래도 착한 사람인가보다' 싶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다음 날 커피를 마시자 하길래 알았다. 고 했다.</div> <div><br></div> <div>이성적 매력이나 인간적 호감을 느끼진 않았다.</div> <div>이성이 나에게 번호를 물어보고 만날 의사를 보인다는 게 신기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4. </b></div> <div>처음에는 교대에서 만나자 하길래 그러자 했다.</div> <div>그러다 당일 20분 정도를 남기고 내가 약속 장소를 강남으로 바꿨다.</div> <div>장소는 강남, 카페는 강남역 출구 바로 옆, 장소는 문과 가깝고 열린 공간으로.</div> <div><br></div> <div>불안했기 때문이었다.</div> <div><br></div> <div>"약속장소를 정하거나, 직전에 장소를 조금 바꿔서 가보니 이미 포섭된 사람들이 있었다." </div> <div>"물리적 위협에 억류되어 갔더니 옥장판을 강매 시켰느니~, 굿을 보고 복채를 냈느니" 하는 이야기는 흔하다.</div> <div>사실 왠 만한 물리력은 다 뿌리치고 도망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div> <div>인터넷 괴담을 접하다 보니 조금은 무서워서.</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11/14795642504225b953ecfd423695ca303d6ad85270__mn838__w600__h329__f28403__Ym201611.png" width="600" height="329" alt="2.png" style="border:none;" filesize="28403"></div><br></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b>(2+2*2= ?)</b></span></div> <div><br></div> <div>■ 내게 호감을 표했는가? → O</div> <div>1) 먼저 말을 검</div> <div>2) 의식해서 웃으면서 호응하는 게 보임</div> <div>3) 공통분모를 찾고 대화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보임</div> <div>4) 번호를 먼저 물어 봄</div> <div>5) 약속을 먼저 잡음</div> <div><br></div> <div>■ 내가 호감을 살 인물인가? → O</div> <div>1) 깔끔하게 면도하고 깔끔하게 입고 감</div> <div>2) 봉사활동에 성실하게 참여하고 원만하게 지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11/1479564257f299c1e2739248d3ace451ea1920566a__mn838__w300__h168__f11239__Ym201611.jpg" width="300" height="168" alt="3.jpg" style="border:none;" filesize="11239"></div></div><b><br></b></div> <div><b>(....)</b></div> <div><br></div> <div>■ 내가 이성적 호감을 살 인물인가? → (...)</div> <div>글쎄다</div> <div><br></div> <div>■ 내가 번호를 따일 정도의 사람인가? → No.</div> <div><br></div> <div>나는 나에게 대체로 호의적이고 나를 옹호하지만 주제파악 할 줄은 안다.</div> <div><br></div> <div><br></div> <div>■ 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인가? → 아닌 것 같은데?</div> <div><br></div> <div>그래도 한 번 스스로 용기를 내거나 변화를 주고 싶은 시도가 아닐까?</div> <div>이렇게 어색한 게 일반적이고 능숙하게 번호 물어보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div> <div>그래도 카톡이나 전화 같은 것도 없이 바로 다음 날 약속을 잡는 게 일반적인가?</div> <div>그래도 이야기 보니까 이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div> <div><br></div> <div>별 생각을 다했다.</div> <div><br></div> <div>일단 겪어보자는 생각에 만났고 이야기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5.</b></div> <div>의심이 미안 할 정도로 그냥 평범한 이야기를 나눴다.</div> <div><br></div> <div>자기는 중국어를 전공했는데 요즘은 학원 강사로 일을 하고 있다.</div> <div>성인 중국어는 아니고 중고등학생 혹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초급을 가르친다.</div> <div>뭐 이런저런 이야기.</div> <div><br></div> <div>역시나 공통분모는 희박했고 더 이상 나눌 이야기가 마땅찮았다.</div> <div>내가 아는 중국어야 던파에서 중국인 작업장 유저 죽이면서 내뱉은 육두문자거나</div> <div>wo xiang mai ni de dongxi(니꺼 아이템 사고싶어!) 같은 문장일 뿐...</div> <div><br></div> <div>여자는 책을 좋아하지도 자전거를 타지도 게임을 하지도 영화를 좋아하지도 않았다.</div> <div>커피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여행을 다니거나 블로그를 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거나</div> <div>웹툰을 보거나 운동을 좋아하거나 옷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div> <div><br></div> <div>분위기가 조금 서먹해질 쯤 대강 이런 분위기를 예상하고 가져온 타로카드를 꺼내려 했다.</div> <div>그러자 여자가 먼저 자기가 중국어를 하고, 동양학 쪽에 관심이 있다 보니 사주풀이 같은 걸 할 줄 안다며 종이를 꺼냈다.</div> <div>타로카드가 서양의 점이라면 사주는 동양의 점이기 때문에 나름 흥미가 생겼다.</div> <div><br></div> <div>한자이름과 생년월일과 이런저런 것들을 적다가 이런저런 풀이를 해줬다.</div> <div>금金이 불에火 둘러싸인 상황이다.</div> <div>금은 단단해서 쉽게 녹지 않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금도 녹고 만다.</div> <div>당장은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더 늦기 전에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11/1479564266f9604fdc841d47168b4d36895bb81f04__mn838__w300__h518__f29827__Ym201611.jpg" width="300" height="518" alt="4.jpg" style="border:none;" filesize="29827"></div><br></div><br></div> <div><br></div> <div>'이 풀이는 타로카드 마이너아르카나 sword 8번 카드와 비슷하구나' 생각했다.</div> <div><br></div> <div>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너의 주위에 화(火)가 있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div> <div>근데 평소에 너는 원만하고 둥글둥글한 성격이기 때문에 원한을 사진 않았을 것 간다.</div> <div><br></div> <div>그렇다면 화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div> <div>혹시 전생이나 업보에 대해서 들어봤느냐.</div> <div><br></div> <div><br></div> <div><b>6. </b></div> <div>혹시나는 역시나.</div> <div><br></div> <div>나는 그런 걸 믿지 않는다 말했고 여자는 믿어야 한다며 설득했다.</div> <div>프로이트가 나오고 주지학이 나오고 명리학이 나왔고 화학과 물리학이 나왔다.</div> <div>제임스 랜디와 원론수준의 심리학으로 후려치고 연역법의 명제와 귀납법의 추론을 내리갈겼다.</div> <div><br></div> <div>* 제임스 랜디 "국가 혹은 개인이 초자연현상을 믿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위이자 사이비입니다.", 전직마술사로 자칭 초능력자나 영능력자들을 때려잡고 다닌 분. "누구라도 좋다. 그 어떤 초자연현상이라도 내 앞에서 입증한다면 100만 달러를 상금으로 주겠다."며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100만 달러를 받아 간 자는 그 누구도 없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보편적 상식이나 몇 가지 명제를 세우고 상대의 동의를 얻는다</div> <div>그 다음 명제들로 상대를 옭아 핀치에 몰아세우는 화법은 그럴 싸 했지만...</div> <div>레퍼런스는 커녕 근본 희박한 증거나 논리비약 심각한 주장에 끄덕일 얼치기가 아니었다. </div> <div><br></div> <div>초짜였는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div> <div><br></div> <div>그제 서야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div> <div><br></div> <div>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이라 이야기 한 뒤 그렇게 들락달락 했던 건 요의가 아니라 대답이 궁했기 때문.</div> <div>(전화로 조언을 구하는 듯 했다)</div> <div>계속해서 중국어나 동양철학 이야기를 꺼낸 건 부자연스러움을 숨기기 위해.</div> <div>번호를 받아간 건 포교활동(?)을 하기 위해. 봉사활동 역시 포교대상을 찾기 위해.</div> <div><br></div> <div>화장실에 간 사이 짐을 챙기고 자리를 떴다.</div> <div>커피 값은 교육비라 치고.</div> <div><br></div> <div><br></div> <div>7.</div> <div>평소 이쪽 계통 사람들은 아예 상종 자체를 하지 않는다.</div> <div>차라리 스타크레프트1에 나오는 중립생물(Kakaru)과 대화하는 편을 택하겠다.</div> <div>말을 걸어도 시선을 두지 않고 듣지 않으며 길을 막으면 치고 간다.</div> <div>처음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얘네도 사람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br></div> <div>한편으로는 <b>"얘네는 이런 걸 왜 하지?"</b></div> <div><b>동기(motivation)</b>가 뭘까? 진짜 <b>믿나(faith)</b>? <b>돈</b>이 되나<b>(incentive)</b>? </div> <div>그 이야기를 듣고 끝까지 따라갔으면 무슨 일이 있었을까.</div> <div>얘네 조직도는 어떻게 되어있고 어떤 활동을하고 있을까..</div> <div><br></div> <div>그것도 잠시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div> <div>내 할 일과 관심사 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세상이었다.</div> <div>나는 불쾌했지만 동시에 나름 신기했던 경험을 금방 잊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8.</div> <div>최근에 보장구(전동휠체어) 청소를 돕는 봉사활동을 했다.</div> <div>유난히 나한테 호의적인 여성분이 계셨는데 쉬는 시간에 말을 걸어왔다.</div> <div>"다음에 봉사활동이나 같이해요." 폰을 건네면서.</div> <div><br></div> <div><br></div> <div>(2편 계속)</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