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우리 전투 터키 소대장 "한국 발전상 너무 놀라" 

"근 60년 만에 한국 찾아… 후손들 장학금 지급 소식에 다들 고마워 해"

연합뉴스         

"전쟁 끝나고 거의 60년 만인 지난해 한국에 가 봤는데 너무 놀랐었다. 한국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는지 깜짝 놀랐다."

한국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히는 평안북도 군우리 전투에서 터키군 1여단 소속 소대를 이끌었던 알리 젱기스 투르크오울루(Ali Cengiz Turkoglu.84) 씨는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령을 의심케 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손녀딸이 나와 함께 한국에 갔었는데 할아버지가 싸웠던 한국에 대해 엄청난 인상을 받은 것 같았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

투르크오울루 씨는 터키군이 싸웠던 14개 전투를 줄줄 외우면서 특히 군우리 전투와 금양장리 전투는 전쟁 당시 `매우 중요한' 전투였다고 힘줘 말했다.


묘향산 등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인 교통의 요충지인 평북 박천군에 인접한 군우리에서 1951년 11월29일부터 사흘간 펼쳐진 군우리 전투는 유엔군이 중공군의 대공세에 밀린 가운데 싸운 `대혈전'이었다.

미 제2사단과 국군 제3연대, 터키 1여단 병력과 중공군 제38.40군이 맞붙은 이 전투에서 미군은 사단병력의 3분의 1인 4천50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터키 1여단 병력도 엄청난 희생을 당했는데 터키군은 자신들의 분투 덕분에 유엔군 부대의 철수로가 조기에 차단당하는 위기를 모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투르크오울루 씨는 "중공군의 포위를 뚫기 위해 주야로 처절하게 싸웠다"면서 "우리군이 용맹하게 싸워준 데 대해 나중에 미군으로부터 부대표창을 받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참전용사들이 하나둘씩 유명을 달리하고 있지만 80대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참전용사들이 참전협회 사무실 등에서 자주 만나 그때 일을 떠올리거나 사는 얘기들을 나누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에서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참전용사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는 것.

"손녀 손자들 50명에게 장학금을 준다는 통보가 와서 다들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 우리 아들딸들은 받지 못했지만 손녀 손자들에게는 이런 혜택이 온다니 다들 들떠서 장학금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는 대화 도중 한국은 `형제의 나라'라는 말을 수차례 꺼내면서 한국이 터키에 매우 가까운 나라임을 전하려 했다.

"전쟁 당시에도 한국 사람에게 터키어를 가르쳐주면 금방 깨치더라. 그때부터 벌써 형제의 나라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자신처럼 한국전에 참전한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세대에선 서로를 더 많이 배우고 문화적으로 더 가까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서로 많이 왕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한국전쟁 당시 터키가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이유가 궁금해 물었더니 그는 "나도 그렇고 내가 아는 다른 많은 사람도 자원했다. 터키군은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는데 사명감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 `가난한 나라'가 지금 이렇게 발전해 있다는 게 놀랍고 흥분된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국전쟁 당시 터키는 1만5천명의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고 전사 721명, 부상 2천147명, 실종 175명, 포로 346명 등의 인명 손실을 겪었다.

자신이 싸웠던 한국이 아직 분단돼 있는 데 대해서도 그는 "안타깝다"면서도 "그런데 동서독을 보라. 한국도 하나로 합쳐지지 않겠느냐?"라며 희망을 전해줬다.

투르크오울루 씨는 한국이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고 있는데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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