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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하다. 좋다면 좋은 줄 알고 괜찮다면 괜찮은 줄 안다. 내가 속이고 있었던가? 혹은 속고 있었던가? 표현의 부재가 사기라고는 할 수 없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직선적인 내 모습은 외양적인 모습과 표정, 몸짓 연기가 완벽하게 병합되어, 상대를 당황케 한다고 전해 들었다. 어지간해서는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너에게 “생각을 단순하게 하지 말라”또는 “너는 나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하고 격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또는 “너는 나를 이용하겠지만 나는 그런 너를 이용하고 있다”그리고 “그건 너의 단순한 착각이다 단순뿐이다 또한 한 숨 뿐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태생이 고독하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갔고, 어머니 젖 한번 물어보지 못하고 자라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어둡고 차가운 50평의 공간에서 살았고 말상대라곤 빛과 어둠과 책뿐이 없게 자라왔다. 그 길고 어두운 시간 속에서 세상의 복잡함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홀로 단순했다. 그것은 지금도 나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남아있다. 나는 바란다. 복잡하게 어지럽게 어떻게든 몰라보게 더욱, 더욱, 더, 더, 괴기스럽게 낮 설게 스스로 나 자신을 발견하더라도 자신마저 낯설어지게 되기를.
  그런 면에서 최근 A의 예민함은 “적절히 나와 온도가 맞는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더 이상 연장하고 싶지도 않았다, 단순하다 다들 참 단순하다. 예전보다 웃는 일이 많아졌다. “나만큼이나 단순한 사람들이야” 라며, 한 바탕 웃어봤다.
 
  11월11일, 남녀가 무언가 주고받는 날인가 보다. 먹을 만 한 것들을 받고 무심한 기분이었지만 문득 작년 이맘 때 의 습기 찬 기억이 번개처럼 들어왔다. 기억이 왜 안개처럼 차분하게 들어오지 못할까? 나 스스로가 징그럽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세상에서 나만이 알고 있는 역겨운 사실들을 떨쳐내고 싶다.
  중요했던 일은 잘 생각이 나질 않고 일방적으로 무시되었던 주변 언저리 기억들이 강렬하게 되살아났다. 정말 쓸데없는 짓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별로 기뻐하지도 않았고, 누군가는 나로 인해 몹시 힘들어 했다.

  이로써 나는 버리거나, 버려지거나, 줍거나, 귀속당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마음 한 켠에 남은 상처는 새벽 네 시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마냥 예기치 못한 순간에 들이닥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불쾌한 사건의 릴레이식 발생으로 감각이 무뎌진 덕분인지 하루의 마감이 썩 나쁘지 않다. 조용한 사람과 조용한 술을 마주치고 왔는데, 혼자 한잔 더 하고 몇 가지 책을 더 읽고 난 뒤에 잠들어야겠다. 오늘은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해뜨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