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파릇파릇한 대학 1학년 신입생의 기분을 한껏 누리며 여름방학이 다가왔을 때였습니다.

"군대는 일찍 가는거다"  "1학년 마치고 샤샥 갔다오는게 정석이다" 

라는 말들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저는 가능한한 빨리 신체검사를 받았습니다.

지병이 있었지만 '검사하면서 알아서 걸러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신검을 받았고

아니나 다를까 완치되지 않은 병임에도 모든 부분이 정상으로 판정이 되어 2급(저체중) 을 받고

현역 입대 대상자가 되어 쓴웃음을 지으며 신검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방학하고 한달 놀고 바로 입대 하는거다" 라는 생각으로 1월 중순경 입대를 신청하고

그렇게 한동안 잊고 지냈습니다.

날짜는 흘러 흘러 어느덧 12월이 되어 종강을 하고 겨울방학이 다가왔죠

기쁨도 잠시 제 뇌리속에는 순간적으로 "입대ㅋ" 라는 단어가 스쳐지나갔고

어느 순간부터 세상 모든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전역한 친척형은 "군대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갔다온 사람한테는"

이라는 말로 저를 옭아매며 쥐어짜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부어라 마셔라 놀며 허승세월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입대까지 남은 날짜가 한자릿수로 줄어들어버렸습니다.

정신은 거의 파괴가 되었고 친구고 가족이며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고

방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컴퓨터나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윽고 입대 전날 저녁이 되었고 저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음날 가족들과 친척형 그리고 저는 102보충대가 있는 춘천까지 출발을 하였고

차 안에서도 형과 아버지는 "군대 까짓꺼 별거 아니다 2년? 별거 아니다 물론 갔다온 사람에게는"

이라며 저를 괴롭혔습니다 (근데 아버지는 외아들로 방위셨습니다.)

춘천에 도착하여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닭갈비를 쑤셔넣고

군악대의 연주를 들으며 우리가 그해 1기 입영자라며 방송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날 입대하는 분의 친형이 친히 군복을 입고와서 "나는 어제 전역했다" 라며 깔깔대는 모습을 보며 

형과 마지막 담배 한대를 태웠습니다 저는 제가 아끼는 지포 라이터를 형에게 건내며 

"형 내가 전역하면 돌려줘 전역하고 이걸로 담배한대 피면 행복할꺼같아"

라며 마지막 말을 남기고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훈련소로 들어갔습니다.

부모님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자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육두문자가 날아다니며 "니들은 군인이야 캠프온게 아니야 XXX" 라며 다시금 우리에게 현실을 일깨워 주었고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동창 친구와 같은 생활관에 배정받으며 그나마 정신적으로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길던 하루가 지나고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그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다시금 제 지병에 관한 검사를 받아보았습니다.

몇일 후 저는 귀가조치를 받게 되었고

진단서를 첨부하여 재신검을 받아 면제를 받았고

형에게 돌려받은 라이터는 버스에서 잃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