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안녕하세요.</div> <div>비도 오고 해서 문득 군대에서 겪은 일들이 여럿 떠올라 그 중 하나를 풀어보려 합니다.</div> <div> </div> <div>저는 당시 강원도 화천의 모 포병대대에서 복무하였고 포병대대인 만큼 부대 부지가 엄청나게 컸습니다.</div> <div>게다가 주위가 전부 산으로 둘러쌓여있어서 전후좌우 모두 산으로 막힌 천혜의 요새 지형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포병 부대는 보통 중대의 개념을 포대로 지칭합니다.</div> <div>따라서 본부포대, A(알파)포대, B(브라보)포대, C(찰리)포대의 4개 포대가 1개 대대를 구성하죠.</div> <div>저는 당시 B포대에서 복무하였고, 오늘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장소는 부대 후문입니다.</div> <div> </div> <div>앞서 언급했다시피, 포병부대인 만큼 부대 부지가 엄청나게 커서 정문에서 후문으로 가려면 도보로 20분정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div> <div>물론 구보로 가면 10분내외로 끊는 거리이기도 했죠.</div> <div> </div> <div>부대는 산- 사격장------------탄약고-----------------------------산</div> <div> 후문------------------뒷길-------A연병장 ---본부포대</div> <div> -----C포대--------포상----------------본부연병장 --정문</div> <div> -식당------앞길----B포대------A포대---PX-------- </div> <div> 하천---------------------------------------------------하천 순으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물론 부대 시설은 구막사였죠.</div> <div>TV에서 자주 나오는 침대가 들어서 있는 신막사가 아닌, 건물 가운데에 행정반이 있고 양 옆으로 생활관이 있는 그런 구조의 건물말입니다.</div> <div>가운데에 복도가 있고 양 옆에 마루가 있어서 그 마루에서 잠을자고 생활도 하는 그런 구조였죠.</div> <div>그리고 포대 내의 각 포반(보병 중대의 소대 개념)들이 가림막 하나 없이 딱 붙어서 한 생활관에서 3개 포반씩 생활했기 때문에</div> <div>같은 생활관을 쓰는 포반끼리는 친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div> <div>다른 포반끼리도 그렇게 친해지니, 같은 포반끼리는 더할나위없이 친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div> <div>물론 제가 생활한 포반도 굉장히 친하고, 당시 막내였던 저를 선임들이 잘 챙겨주어 별 탈없이 군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때는 눈이 한참 내린 겨울이었습니다.</div> <div>실제로 눈이 쌓인 모습이 장관이었고, 발이 푹푹 빠지는 경험을 난생 처음 해보았기에 부대에서 보낸 첫 겨울은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날 정도입니다.</div> <div>당시 우리 포대가 경계근무하던 근무지는 후문 경계초소였고, 앞서 설명드린 부대 구조를 보면 B포대에서 후문까지 가려면</div> <div>느긋한 걸음으로 10분정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div> <div>근무 시간이 12시~1시 근무인데다가, 주말근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div> <div>보통 주말에는 야간에 연등이라고 해서 행정반 옆 작은 쪽방에서 공부를 하든지 아니면 생활관에서 TV를 시청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div> <div> </div> <div>저와 같이 근무에 나가는 사수인 김상병은 당시 상병 5호봉으로 소위 말하는 '꺾인' 상병이었습니다.</div> <div>부사수인 저는 당시 일병 3호봉으로 이제 한창 일을 열심히 할 때였습니다.</div> <div>둘이 같이 TV를 보면서 낄낄대고 있다가 11시 반쯤부터 슬슬 근무준비를 시작했습니다.</div> <div> </div> <div>밖에는 눈이 엄청 쌓여있었는데,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습니다.</div> <div>근무준비를 모두 마치고, 행정반에서 탄까지 인수받은 후에 당직부사관의 인솔을 받으며 근무지인 후문 초소로 가면서 김상병이 말을 걸었습니다.</div> <div> </div> <div>김상병 : 야 주말인데 졸라 짱나지 않나. 날씨는 뭐이래 지랄같이 춥노. 하 시발. 눈도 내리네 염병.</div> <div>글쓴이 : 일병 XXX, 예. 진짜 춥습니다. 김XX상병님. 강원도 날씨가 이런 줄 몰랐습니다.</div> <div>김상병 : 카카카, 여름엔 정글 겨울엔 북극, 진짜 이동네 사는 사람들 대단하데이. 안그렇슴까 박뱀?</div> <div>박병장 : (당직부사관이라 인솔중) 야 이건 아직 추운거도 아녀 아직. 날씨 영하 10도여. 시벌 한 18도 찍고 체감온도 20도 넘겨야 아~ 좀 춥구나 허지.</div> <div> </div> <div>이런 잡담을 주고받으며 어느새 근무지에 도착하여 수하를 하고, 무사히 근무교대를 했습니다.</div> <div> </div> <div>후문 초소는 계단을 조금 올라가서 건물 2층높이에 있었는데, 여기를 신초소라고 부르고 예전에 사용했던 신초소와는 길건너 반대편에 있는 </div> <div>1층짜리의 작은 초소를 구초소라고 불렀습니다.</div> <div>원래는 구초소에서 근무를 섰는데 그것도 벌써 한참 전 이야기이고, 진지공사때 신초소를 지은 후론 쭉 신초소에서 근무를 서게 된 것입니다.</div> <div>앞서 언급한 내용대로, 후문 초소에서는 저 멀리 있는 A연병장까지 한 눈에 보였습니다.</div> <div>근무를 설 때 사수는 부대 바깥방향을 보면서 근무를 서고, 부사수는 부대 안쪽을 보면서 서로 등을 마주하고 경계를 서게 됩니다.</div> <div>그래서 서로 반대편을 돌아보지 않는 이상은 서로 보고있는 상황을 잘 파악하기 힘들죠.</div> <div> </div> <div>근무교대할 때 조금 흩날리던 눈이 어느새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살을 에는 칼바람까지 불어 어느새 눈폭풍이 불고 있었습니다.</div> <div>당연한 얘기지만 초소에는 그 어떤 난방장비도 없거니와, 불도 다 꺼놓고 근무를 서기에 열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div> <div>그나마 입구 반대편 벽에 뚫린 창문을 아크릴로 대놓아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겨울 바람을 맞바람으로 다 맞을 뻔 했습니다.</div> <div>어쨌든 그렇게 시계가 제한된 상태로 근무를 서고 있는데, 김상병이 말을 꺼냈습니다.</div> <div> </div> <div>김상병 : 니, 밑에 구초소가 와 폐쇄된 줄 아나?</div> <div>글쓴이 : 일병 XXX, 잘 모르겠습니다.</div> <div>김상병 : 그거 귀신 때문이라 안카나.</div> <div>글쓴이 : 진짭니까?</div> <div>김상병 : 그래. 그 여름에 와 C포대 아들이 여서 근무 서다가 귀신봤다 아이가.</div> <div>글쓴이 : 아 그거 혹시 5대기 출동한 거 그거 말입니까.</div> <div>김상병 : 맞다. 웬 허연 옷입은 사람이 저짜 언덕위에 사격장에 어슬렁거리가 근무서던 아들 깜짝 놀라가 빨리 나오라 케도 말도 안듣고 케서</div> <div> 5대기까지 출동했는데 막상 와보이 아무도 없었다 아이가.</div> <div>글쓴이 : 와.... 그거 동네사람 아니었습니까?</div> <div>김상병 : 모르지 뭐. 누군지도 모른다. 글고 그때 근무한 아가 내 알동긴데 금마 카는 말이 그 사람이 사격장 초소 뒤로 가가 안보이는데</div> <div> 갑자기 그짜서 여자 비명소리가 나서 5대기 부른거라 카더라. 근데 웃긴게 5대기가 와가 가보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안카나.</div> <div>글쓴이 : 허.... 갑자기 소름돋습니다. 여자 비명소리까지 났습니까?</div> <div>김상병 : 그래. 그냥 쉬쉬 하고 있는데 C포대 아들도 그거 들었다 카더라.</div> <div> 근데 그 전에도 그런일이 몇 번 있어가 아예 낮은 데 있는 구초소말고 신초소를 좀 높게 지어가 지금 우리가 요래 근무하는 거 아이가.</div> <div>글쓴이 : 아... 네.</div> <div> </div> <div>이렇게 말을 시작해서 그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를 그 하얀 옷 입은 여자의 정체가 무얼까 하고 얘기 하면서 계속 근무를 섰습니다.</div> <div>그리고 저는 제쪽에서 보이는 구초소쪽으로 눈을 둘 수가 없어서 저 멀리 A연병장 쪽을 보면서 근무를 섰습니다.</div> <div>원래 12시쯤 되면 많이 졸릴 시간이라 슬슬 졸음이 오는 것을 꾹 참아가며 연병장을 보는데</div> <div> </div> <div>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그 연병장에 웬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난 것입니다.</div> <div> </div> <div>정확히는 시계가 흐려서 언제 나타난지 모를 정도로 불쑥 나타난 겁니다.</div> <div>게다가 거리가 아주 멀어서 희미하게 사람 형체만 확인할 정도라 그 형체를 보는 순간 잠이 확 달아나면서 형체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div> <div> </div> <div>그런데 그 형체가 조금씩 또렷해지면서 커지는 것이 분명히 이쪽으로 오고있는 것 같았습니다.</div> <div>형체가 A연병장을 지나 탄약고 앞을 지나치면서 더욱 뚜렷하게 보이게 되었습니다.</div> <div>그것은 완전히 사람 형태로, 이상하게도 상반신만 하얗고 하반신이 보이지 않는 형태였습니다.</div> <div>아직 후문 초소에서 탄약고 앞 길까지의 거리도 꽤 되었기에 간신히 사람 형태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div> <div>이것을 보고 저는 완전히 정신이 번쩍 들어 얼른 사수를 불렀습니다.</div> <div> </div> <div>글쓴이 : 김XX 상병님, 저, 저, 저기 귀, 귀신!!!!</div> <div>김상병 : 야가 뭐라카노, (뒤를 돌아보며) 헉....</div> <div> </div> <div>그 형체는 계속해서 조금씩 후문초소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div> <div>그 형체가 C포대 포상 근처쯤 왔을 때부터는 '끼익 끼익'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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