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쓰고있을 시간에도 제 동기들은 오늘 오후에 있을 전공시험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겠죠.
저 역시 적어도 교수님께 제출하면서 얼굴 붉히지 않을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
남은시간 또 준비해야 할 거에요. 다만 요 몇달 찾아온 지독한 슬럼프 때문에 생긴 우울함을
이렇게라도 풀어놓지 않으면 공부가 도저히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주저리주저리 조금 하면서 마음을 추스려야 겠습니다.
고등학교 때, 도데체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지만 참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아요.
집안이 어려워서 학원이나 과외 받고 싶단 말도 꺼내보지 못햇지만, 그래도 매우 열심히 했어요.
무슨 동기에서 무슨 에너지에서 그렇게 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려 해도 떠오르지 않아요.
아무래도 제 존재가치를 거기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줍잖은 목표란 것 때문이었던 것도 같고.
물론 그렇게 열심히 한 덕분인지 지금은 남들 보기엔 남부럽지 않은 과에 학교에...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그렇게 미친듯이 공부했던 그 열기도 근성도 이젠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루하루가 빽빽했던 그 일상들이 이젠 공허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 공허함을 피해서 뭐라도 해보려 해도 아무런 의욕도 동기도 생기지 않아요.
오늘도 학교 수업을 다 빼먹고 잠을 잤더랬죠. 제가봐도 제 자신이 한심하고 거울을 보고 있으면 슬퍼집니다.
예전엔 뭐든 하면 잘 되는 것 같았어요. 과외를 해도 잘 되고, 공부를 해도 잘 되고, 책을 읽어도, 소개팅을 해도, 심지어 술마시는 것도 뭐든지 하면 잘 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이번 년도 들어서 동아리 회장을 했답니다. 그런데 참 벅차더라구요. 한번 뭔가가 틀어지기 시작하니까 그때까지 벌여놓았던 일들이 한순간에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도 안되고 모임에도 나가기 싫고 여자친구랑도 매일 싸우고 그때부터 아무것도 하기기 싫어졌습니다. 매일이 게임에 잠에 저녁엔 혼자 청승맞게 술이나 마시구 어떻게 꾸역꾸역 시험은 쳐서 유급은 면하면서 1학기를 마쳤지만, 여름방학때 동아리 행사를 준비하느라 온몸의 에너지를 다 써버린것 같아요. 욕은 또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그때 한 후배 앞에 앉혀놓고 같이 술마시다가 볼썽사납게 울어 제끼던 기억이 나네요.
이젠 2학기고 1학기나 여름방학때 같이 제 앞에 놓은 짐이 그렇게 많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의 그 기억때문인지 어째선지 아무것도 손에 잡기가 싫어지네요. 아니, 무서워진다고 해야할까? 뭔가를 시작한다는게 싫습니다. 시작을 피해서 그냥 잠만 자고 그냥 게임만 하고 그냥 이러고 있네요.
저도 이런 제가 싫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다잡는게 너무 힘이 드네요.
주위에서도 걱정이 많습니다. 부모님도, 애인도, 여자친구도 항상 우울해하는 저를 보면서
지쳐들 가는것 같습니다.
뭐랄까. 과거로 돌아가고 싶네요. 그렇게 뭔가가 빽빽했던 그 시절로요.
제 마음도 제 인생도 뭔가로 채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럴 힘이 생길지 모르겠네요.
이제 저는 시험준비를 하러 가보아야 겠습니다.
이렇게 뭐라도 말이라도 써제끼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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