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선수의 유종의 미.
K리그의 관중 수를 높일 수 있는 선수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사우디에서의 활약을 뒤로 하고 포항에서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질 못했다.
경기 템포를 늦추는 선수이지만, 그만큼의 ‘임펙트’가 있는 선수로서 힘이 느껴지는 슛팅력과 크로스 능력을 갖춘 선수였다. 때문에 월드컵에서 또 다른 옵션을 가져달 줄 선수로 적합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월드컵 출전은 좌절 됐지만 이탈리아 극적인 동점골의 주인공, 한국인도 유럽에서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그가 21세기 해외파 ‘초석’이 됐던 기억은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로이 호지슨 감독曰 “설기현은 윙 보다는 스트라이커가 더 잘 맞는다.” 상당히 공감가는 말이다.
레딩시절의 윙어 설기현은 팀에 녹아들었었다. 레딩의 스타일 자체도 그랬고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설기현과도 궁합이 너무 잘 맞았다.
(“프리미어 리그는 챔피언쉽 보다 거칠지 않아서 플레이 하기가 비교적 편하다”-설기현 인터뷰 중)
윙어로서 공격포인트를 쌓고 팀 돌풍의 주역 중 한 선수로서 활약을 이어갈 때 즈음. 도일과 킷슨의 부상으로 스트라이커로 출장하였는데, 보란듯이 곧바로 골을 넣으며 공격수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그러나 12월 박싱데이 전 후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오른쪽 윙 자리 경쟁자 글랜리틀에 대한 감독의 신뢰, 득점왕 경쟁까지 했던 도일의 부활과 더불어 조커 리타까지 있었기에 주전 경쟁에서 뒤에 밀려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왼쪽 윙에는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큰 보탬이 된 바비컨베이가 부상을 당한 틈을 타고 치고 올라온 헌트가 너무나 굳건했다.
그러나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 했는가. 시즌 막바지에 오른쪽 왼쪽을 오가며 주전자리를 꿰차더니 골까지 성공시켰다. (당시 시즌 4호골로 기억하는데 마지막 경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당시 인터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레딩은 강등 당할 것 같다. 지난 시즌 같은 불타는 열정과 승리에 대한 열망이 없어졌다.”
그의 경험 섞인, 위험 할 수도 있는 이 발언은 현실이 됐고 실제 레딩의 플레이에서도 ‘특유의 조직력’ ‘끈끈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레딩은 자금이 없는 가난한 구단으로 유명했고 EPL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팀으로서 선수 영입도 팬들이 기뻐할만한 영입 건은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설기현은 산체스감독의 부름으로 이적시장이 끝나기 직전 풀럼으로 이적했지만 시즌 중에는 자신을 영입한 감독이 바뀌면서 그나마 간간히 출전했던 설기현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그렇게 시즌을 마쳤다.
로이호지슨의 선수 보는 안목 덕분이었을까. 08-09 시즌 개막전 공격수로 선발로 출장 한 설기현은 멋진 헤딩골로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다.
이 골이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시즌의 앞날은 밝아 보였다. 그리고 보란 듯이 골의 여세를 몰아 연이은 선발출장. 그러나 직접 영입한 바비자모라와 존슨이 부상에서 복귀하며 자연스럽게 투톱을 형성했다. 이로인해 주전경쟁에서는 완전히 밀렸고 헝가리의 에이스 게라, 왕성한 활동량과 활발한 플레이를 펼치는 데이비스의 존재는 주전이라는 벽이 더욱 높아보이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불행하게도 감독과 팀과의 궁합은 레딩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서브에서도 제외되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다른 팀을 물색하던 중 사우디로 임대 이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출전 기회와 활약을 얻는 목적을 성공시켰고 더불어 대표팀에도 승선하는 등 월드컵에 대한 꿈을 이어갔다.
그러나 임대 복귀 후에도 풀럼에서 자리를 잡기는 힘들었고 풀럼이 리그에서 유로파 진출권을 따내는데 설기현선수의 업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는 포항으로 돌아온다.
유럽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하면서.. 이제는 파란만장한 축구인생에 마지막 종지부를 찍을 K리그로 돌아왔다.
유럽에서의 마지막 모습은 운이 따라주지 않아 아쉬웠다. 그러나 포항에서 윙어로서의 설기현이든 스트라이커로서의 설기현이든 마지막 ‘유종의 미’를 멋지게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마지막이 될 월드컵은 무산되었어도 그가 이룬 업적과 유럽진출의 초석이 된 점은 그가 영원한 태극전사라는 칭호를 주기에 충분하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