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예스 감독과 장기계약을 맺었던 맨유의 경질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1. 20년넘게 1군선수뿐만아니라 유소년선수, 즉 뿌리 깊은 곳까지 '퍼거슨화' 돼있는 팀입니다.
퍼거슨감독이 처음 맨유에 와서 술퍼먹고 프로답지 않은 스타선수들을 내치는 등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2군, 유소년팀까지 자신이 추구하는 전술로 바꾸려 노력했다고 자서전에도 직접 밝히고 있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이 맨유의 '퍼거슨화'는 20년 넘게 지속되어 긱스, 스콜스, 네빌 등의 선수들을 키워내는데 큰 몫을 차지했죠. 그리고 엄청난 재능을 가진 이 선수들이 프로에 데뷔하고, 퍼거슨 밑에서 110%의 능력을 발휘했던 것도 어릴 때부터 받아온 '퍼거슨의 축구 커리큘럽'이 1군에서 빛을 발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의 맨유선수들은 퍼거슨과 코칭스태프들에게 5년 이상 훈련 받아온 선수들이 대다수입니다. 따라서 이것을 탈피하고 새로운 감독체제(와 코칭스태프)의 스타일로 변화를 주려면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장기계약을 맺었던 이유도 이것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경질은 좀 어이없는 결정이군요.
2. 가까운 예. 리버풀
물론 맨유팬이나 리버풀은 아닙니다만 가까운 리버풀만 봐도 그렇습니다.
로저스감독이 '스완셀로나'를 만들었듯이 리버풀에도 그것을 대입하려 노력했고, 12-13 프리시즌을 통해 알 수 있었죠. 많은 이들이 기대했습니다. 리버풀의 빠른템포의 패스앤무브먼트를요.
그런데 12-13시즌이 끝나고 리버풀은 7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은 로저스를 믿었죠.
지금 어떻습니까?
로저스가 우승에 가까워지기 시작할만큼 명문팀으로 재건한 것은, 본인의 입맛에,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스타일에 맞지 않는 선수들을 방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3. 지금 맨유의 선수들은 퍼거슨의 선수지 모예스의 선수가 아니다.
퍼거슨감독은 자신의 442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탑클래스 선수영입이 아니라 전술에 부합하는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에버튼 시절의 모예스도 자신이 추구하는 좌측면 공격이나 펠라이니를 활용한 공중볼로 떨궈주고 세컨드 볼을 마무리하는 전술 등에 많은 힘을 기울였죠.
그래서 무관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과 높은 명성을 얻었습니다.
마무리하자면 경질은 어이없는 결정입니다. 지금처럼 단기간에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경질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장기계약은 이해할 수 없군요.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또 바뀔 것이고, 노쇠한 선수들을 팔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려면 많은 돈이 소모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성비 좋은 선수를 잘 영입하고 잘 활용하는 모예스가 제격이었다고 판단했는데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