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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작가들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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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8-08-14
    방문 : 4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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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2656
    작성자 : 밤의작가들
    추천 : 1
    조회수 : 369
    IP : 112.185.***.2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8/11/22 19:33:04
    http://todayhumor.com/?readers_32656 모바일
    [초단편 연재] 배 대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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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 보고서, 보고서. 종일 보고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하나가 끝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두 개가 더 들어와 있다. 서너 개 보고서가 겨우 마무리되었을 때 배 대리는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지금 난 뭐 하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

    언제 점심시간이 다가왔는지 주변이 부산스러웠다.

    -김 대리 밥 먹으러 가자…

    김 대리는 자리에 없었다.

    -야! 지… 대… 외근이지… 둘 다.

    오늘은 오랜만에 혼자 식사를 해야 했다. 수없이 많은 메뉴가 머릿속에서 우왕좌왕했다. 누군가 메뉴를 정해준다는 게 고마운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김 대리가 생각났다.


    -야! 오늘 날씨가 맑았다가 흐리니까. 간짜장이다. 가자!

    -음… 오늘 회색 하늘에 구름 잔뜩이니까. 가츠동!!

    -오늘 내 기분이 말이 아니다. 매콤한 낙곱새! 제일 매운맛!!. 불평은 받지 않는다! 특히 배 대리 너! 매운 거 못 먹는다는 말로 빼지 말 것!

    -으! 춥다. 순댓국!! 순댓국!!


    그렇게 메뉴를 선택하면 나와 지 대리는 아무 말 없이 따라갔다. 겨우 식사메뉴로 김 대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배 대리는 김 대리 자리에서 메뉴판을 꺼냈다. 이리저리 넘겨봐도 뭘 먹어야 할지 고를 수가 없었다. 결국 김 대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잘하고 있냐? 점심은 먹었냐?

    그러곤 옷을 챙겨 입고 회사를 나섰다. 찬 바람이 건물 사이를 재빨리 지나갔다. 그때를 틈타 낙엽들이 하늘 위로 떠 올랐다. 

    ‘우~웅’

    ‘잘은 뭐. 따까리지 두더지 먼저 출발하고 나랑 지 대리는 점심 먹으러 간다. 암흑 같아서 짜장면으로 칫!’

    ‘고생했네, 있다가 보자.’

    답장하고 짜장면 전문점으로 향했다.


    책상엔 아직 보고서를 위한 자료가 줄지어 서 있다. 모니터의 메뉴 표시줄엔 빈자리 없이 프로그램이 열려 있다. 점심 메뉴처럼 무엇을 골라야 할지 선택할 수 없었다.

    ‘왜 이러고 사는 걸까?’ 괜한 생각만 늘었다.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야! 배 대리 잘하고 있냐?

    김 대리와 지 대리가 언제 들어왔는지 배 대리 뒤에서 등을 툭 치며 말했다.

    -왔어?

    -이거 왜 이래? 점심 뭐 먹었냐? 너 짜장면 먹었지. 우리 따라서. 맞지! 어휴. 등신. 야! 너는 바람 따라 차가운 냉면을 먹었어야지!! 정신 번쩍 들게! 아니면 냉 짬뽕이나.

    -김 대리가 네 걱정 엄청나게 하더라. 분명 혼자서 쓸데없는 고민 하고 있을 거라며.

    지 대리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소화제를 하나 꺼내 나에게 건넸다.

    -김 대리가 무조건 사야 한다고 하던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네가 꼭 필요한 거라고 사야 한다고. 이건 뭐. 보모가 따로 없어.

    배 대리는 소화제를 받아 들고는 또 멍해졌다.

    -정신 차려! 보고서는? 잘 돼 가?

    김 대리가 물을 들고 오면서 물었다.

    -아니. 모르겠네. 갑자기.

    -아!! 또 시작했다. 이거 이거. 가을 타기 시작했다. 겨울 왔는데 뒤늦은 가을 탄다. 아! 내가 미친다.

    지 대리는 뭐지 하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봤다.

    -아니야. 가을은 무슨.

    -어라? 내가 아는데 무슨.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재재작년에도, 내가 이때쯤만 되면 얼마나 고생하는데!

    나는 김 대리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바라봤다. 지 대리도 김 대리를 바라봤다. 그러자 김 대리는 내가 모르는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해마다 가을이 갈까 말까 하고 겨울이 올까 말까 할 때 내가 미쳐간다는 거다. 세상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사라지고, 소수점 3자리까지 맞추던 놈이 숫자인지 글자 인지도 모를 정도가 되는 날이 온다고. 다행이게도 그게 며칠씩 이어지는 게 아니라 그 기간에만 간헐적으로 일어난다는 거였다. 간헐적으로. 그게 작년에는 꽤 심했다고 했다. 아마 김 과장이 일을 그만두었을 때였다고 했다. 따르던 상사였는데 사직서를 내고 나서 그 후에 병이 있었다는 걸 알게 돼서 더 충격을 받았고 그 이후 조금 더 심각해졌다고 주절주절 떠들어 댔다. 지 대리는 김 과장이 나가고 난 뒤에 옮겨와서 그 일의 내막은 알지 못했다.

    -내가?

    -그래, 네가.

    -그렇구나.

    -그래, 그렇다고. 정신 차려! 그러니 냉면을 먹고 정신 차렸어야지. 차라리 그냥 물어보지 떠보기만 한 건 뭐냐?

    이야기가 끝나자 두더지 과장이 들어왔다. 김 대리와 지 대리는 자신의 자리로 갔다.

    -오늘 수고했어. 그리고 배 대리 정리한 보고서 들고 와봐.

    -네…

    김 대리는 안쓰러운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안다는 표정이었다.



    -야 인마!!!! 이게 뭐야!!!!!!

    두더지 과장의 고함은 조용했던 사무실의 분위기를 평소의 분위기로 돌려놓았다. 배 대리도.



    Written by 마모 / 밤의 작가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8/11/23 01:43:38  121.147.***.206  윤인석  72155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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