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font size="2"><br></font><font size="2">모든 직원이 출근한 사무실임에도 조용했다. 아무도 없는 듯. 단지 컴퓨터의 팬소리만 들렸다. </font></div> <div><font size="2">목을 쭉 뻗어 바라본 파티션 넘어는 직원 모두가 모니터에 머리를 밀어넣고 있는 풍경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평상시에도 이런 풍경이었을 것인데 오늘만큼은 마치 다른 세상인듯 느껴졌다. 이상하게 나만 동떨어진 것처럼.<br></font><font size="2">“야! 목 빠지겠다.”<br></font><font size="2">지나가던 입사동기가 툭 어깨를 치며 말을 걸었다.<br></font><font size="2">“아니. 별건 아니고. 이상해서.”<br></font><font size="2">“이상해? 뭐가?”<br></font><font size="2">대답하지 않으니 더 꼬치꼬치 물으려다 포기하고 고개만 갸웃 거리며 자기자리로 간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font size="2">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을때 또 다른 분위기였다. </font></div> <div><font size="2">공허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웅성거림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font></div> <div><font size="2">자리로 돌아와 앉은 나는 서랍을 열고 그 안에 고이 놓여있는 흰 봉투를 꺼냈다. </font></div> <div><font size="2">‘사직서’ 서랍속에 벌써 몇 개월째 있는 걸 몇번이나 꺼냈다가 다시 넣었는지 봉투의 한 귀퉁이는 부드럽게 뭉개져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오늘은 꼭’ 속으로 외치고는 다시 서랍을 닫으려는 찰나, 박과장이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보았는지 나를 불렀다.<br></font><font size="2">“그거 뭐야? 흰 봉투? 가져와봐.”<br></font><font size="2">“아니, 아닙니다. 그냥 흰 봉투에요.” </font><span style="font-size:small;">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span></div> <div><font size="2">“왜? 꽤나 신중하게 보던데 말이야. 가져와봐.”<br></font><font size="2">“아닙니다.”<br></font><font size="2">나는 손사래를 치고는 자리를 빠져 나왔다. 왜 말하지 못한 걸까. </font></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이상한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피식 웃음이 났다. 아침까지만해도 꼭 제출하리라 마음먹고 있지 않았던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점심으로 먹었던 순댓국이 소화가 되질 않았다.</span></div> <div><font size="2"><br></font><font size="2">점점 퇴근시간이 가까워졌다. 30분만 더 버티면 된다. 과장이 다시 나를 불렀다.<br></font><font size="2">“아까 그거 뭐야? 자꾸 신경이 쓰여서 말이지. 그냥 흰 봉투면 가져와 내가 쓸데가 생겨서.”<br></font><font size="2">집요하게 나를 잡아 당겼다. 다시 손사래를 쳐 보지만 과장은 더 집요해 졌다.<br></font><font size="2">“가져와 보라니까. 나 참.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사람을 어렵게 하나!”<br></font><font size="2">“죄송합니다. 그런데 정말 별거 아닌 봉투이니 신경쓰지 마십시오.”<br></font><font size="2">그때였다. 새로 입사한 1년차 사원이 과장에게 퇴근 인사를 건넨다.<br></font><font size="2">“요즘 것들은 사회를 몰라. 어떻게 저렇게 갈 수가 있는거야?. 안그래?”<br></font><font size="2">“네. 그렇습니다. 저도 이만.”<br></font><font size="2">“그래, 가봐…”<br></font><font size="2">또 한 고비를 넘겼다. 오늘은 저 흰봉투를 품에 담고 퇴근을 해야 할 듯 싶다. </font></div> <div><font size="2">옷을 챙겨 입고는 가방속에 봉투를 넣으려고 하는 순간 가방 모서리에 부딫혀 봉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font></div> <div><font size="2">과장이 언제 거기에 있었는지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씌익 웃었다. ‘웃어???’<br></font><font size="2">“알았어. 수리하지.”<br></font><font size="2">“네?. 뭘요?”<br></font><font size="2">“이거 말이야. 이거”<br></font><font size="2">“아닙니다. 그게 아니고. 돌려 주시죠!”<br></font><font size="2">“아니야 내가 꼭 수리하겠네. 결과는 내일 출근하면 알려주지. 내일 보자구.”<br></font><font size="2">김과장은 흰 봉투를 가슴속 주머니에 챙겨 넣고는 자리를 피했다. </font></div> <div><font size="2">‘망했다.’ 분명 그 봉투다. 그 봉투. 기왕이렇게 된거 잘됐다고 생각해려고 했다. 책상 위 모니터로 우는건지 웃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인 사람이 있었다. <br></font><font size="2">정말 내가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font></div> <div><font size="2"><br></font><font size="2">아침에 눈을 뜨자 밤새 잠을 설치게 만든 어제의 일이 다시 떠올랐다. </font></div> <div><font size="2">아내와 아이가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여보 내가 그럴려고 그런게 아닌데....’ </font></div> <div><font size="2">출근길 버스창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이 모두 회색빛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누군가의 웃는 얼굴도, 햇살가득한 날씨도,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나무들의 모습도 회사와 가까워 갈수록 우충충한 빛은 짙어졌다.<br></font><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사무실은 어수선했다. 여기저기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와 분명히 달랐다. </font></div> <div><font size="2">사직서 이야기인가 보다 생각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사무실에서 수근댈 정도로 내가 존재감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font></div> <div><font size="2">웅성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동기가 나에게 비장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font></div> <div><font size="2">무슨 말을 할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손에 땀이 나기시작했다.<br></font><font size="2">멀리서부터 뭔가 말하며 다가오는데 흐릿해 잘 보이지도, 잘 들리지도 않았다. </font></div> <div><font size="2">아주 가까이 도착했다.<br></font><font size="2">“과장 어제 사직서 냈다네. 너 알고 있었냐? 어제 둘이서 이야기 많이 하더만.”<br></font><font size="2">“어!?” <br></font><font size="2">나는 잠시 멍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다.</font><font size="2"><br></font><font size="2"><br></font><font size="2">Written by 마모 / 밤의 작가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