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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1348701
    작성자 : SEKAOWA
    추천 : 4
    조회수 : 237
    IP : 27.35.***.24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9/11 15:26:38
    http://todayhumor.com/?freeboard_1348701 모바일
    책장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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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사서 읽는게 취미라 본가에 책이 한가득 쌓여있다.
    돈벌기 시작할 때 집에다 포부좋게 얘기했다.


    "책장 완전 크게 저기 벽만한거 사서 거기에 다 꽂아 넣을거다. 왜 드라마 같은데보면 있자나 부잣집들 쓰는거."
    엄마 아빠는 콧방귀를 꼈다. 그래, 니돈으로 저기 하나 짜여어라. 지저분하게 저게 뭐고? 라는 말만 들었다.


    하지만 쥐꼬리 같은 월급이라도 그렇게 많이 돈버는건 처음이라 이것저것 내고 내 즐길것 즐기느라 책장은 뒷전이 됐다.
    책, 게임기, 기타 문화생활.. 그냥 내 즐거운데 펑펑쓰고 지냈다.
    책은 집에 쌓아놓기만 하고 책장은 나중에 사도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잊고 지냈다.


    정말 가끔 아빠가 물었다.
    "니 저기에 책꽂이 안할끼가. 책 다 갖다 애삐리뿐다."
    그럴때마다 아 할꺼거든. 하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렇게 취직한지 햇수로 4년이 지났다.
    그냥저냥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며칠전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하노. 전화되나."
    "응 왜"
    "니 책장하나 짤라 카는데."
    "아 헐 진짜?? 진짜로?"
    "어 근데 그거 짜는데 삼십만원이라 칸다 껄껄껄."
    "낄낄낄. 뭐그리 비싼데. 가격 장난아니네."
    "좀 좋은 나무로 하고 카니까 그정도 달라카네."
    "아 그럼 내가 결제 할게! 인터넷으로 하나? 내가 살게."
    "돈이 문제가 아이고, 우얄끼고 할끼가 말끼가."
    "아 당연히 해야지!"

    일단 알았다, 하고 아빠가 전화를 끊었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 날은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싱글벙글 했다. 하루종일 웃었다. 물론 동료분에게도 자랑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빠는 전부터 내 책장을 만들고 싶어하셨단다.
    그래서 미리 방 사이즈 다 재어보고 업체랑 전화한것 이라고 한다.
    저녁에 다시 전화를 하며 추석연휴 때 같이 앉아서 만들자고 했다.


    며칠이 지나 오늘 엄마에게 사진과 문자가 왔다.
    다 만들어서 오는건줄 알았는데 정말 나무만 크게 잘라 보내져왔고
    아빠가 이래저래 그리고, 재어가며 자르고 계셨다.
    벌써 만들어? 라는 생각에 엄마가 찍어온 사진을 자세히 보는데 그냥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나무 가루들 사이에 아빠 손과 발이 많이 늙어보였다.


    아직도 나한테는 아빠가 제일 세고 뭐든지 다 잘 만들고 척척 만능인데
    왜 나는 아빠의 시간이 지나감을 몰랐나 싶었다.
    뭉클함과 동시에 내 자신이 싫었다. 짜증이 나고 화가나면서 자기혐오와 비슷하게 복잡미묘한 감정도 돋아났다.
    문득 몇달전 엄마아빠랑 크게 말다툼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나 자신이 얼마가 치졸했던 사람인지 온몸으로 느껴져 미ㅊ년 하고 절로 입밖으로 소리가 나왔다.


    이번 집에가면 돈도 드리고 맛있는거 사드려야지.
    마지막으로 영화 같이보러 간 날이 언제더라.. 같이 영화 한편 보고 와야겠다.
    아빠가 안어울리게 베라에 체리쥬빌레를 좋아해. 그것도 사서 들어가야지.


    크기도 잴 수 없음의 사랑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변명하듯 추석연휴때 계획을 세워본다.




    엄마에게서 추가로 문자가 왔다.


    '너거아빠 열심히 한다 엄마하루일당 오만원받고 일한다 오면 맛나는것 사줄께'


    눅눅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후덥지근 한 날, 엄마아빠는 그래도 내 생각밖에 안한다.


    KakaoTalk_20160911_15000278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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