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전 별내IC 진입로에서 이씨와 차주 박모(41·설비기사)씨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 콘크리트로 된 도로를 지나면서 차가 약간 흔들리자 술에 취해 보조석에서 자고 있던 박씨가 이씨에게 시비를 걸었다. 차주는 이씨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서너 차례 가격했고, 이씨가 항의하자 박씨는 차를 세우라고 했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별내IC 근처에서 실랑이를 벌였다. 뒷자리에 동승한 박씨의 후배 김모(23)씨가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다 박씨가 갑자기 운전석으로 가더니 차를 급하게 후진시켰다. 차량 후미에서 약간 비켜서 있던 박씨 후배는 차에 받혀 넘어졌고, 이씨는 차 밑에 그대로 깔렸다. 박씨는 이씨를 차량 밑에 깔고 10m 가량 후진한 뒤 다시 전진해 그대로 도주했다. 이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건 다음날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박씨를 긴급체포해 살인 및 뺑소니, 음주운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박씨는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민감한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의정부지법 관계자는 "워낙 특이한 사안이라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말했다.
숨진 이씨는 '기러기 아빠'였다.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가구공장을 했지만 2005년 부도가 나자 부인(32)과 각각 열한 살과 다섯 살인 자매를 남겨두고 홀로 귀국해 대리기사로 살았다. 부인과 두 딸은 비행기삯이 없어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리시의 10평짜리 옥탑방(월세 30만원)에 혼자 살고 있던 이씨는 동료들보다 열심히 일한 덕에 한 달에 300만원 정도를 벌었다. 그 중 150만원을 중국의 가족에게 보내고 나머지는 빚을 갚는 데 썼다. 이씨 여동생은 "성공해서 재기하기 전엔 식구들에게 연락도 않겠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산 오빠"라며 "유품 중에 돈 씀씀이를 세밀하게 적은 가계부를 발견하고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이씨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대리운전기사들은 분노했고, 이들은 숨진 이씨를 위해 추모 운동을 벌이고 있다. 추모협의회를 구성하고 서울 경기 부천 등 일곱 곳에 분향소를 마련한 대리운전기사들은 시민들의 추모 서명을 받아 법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대리운전기사의 인권 개선을 위한 청원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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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007/h201007201655022195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