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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9693
    작성자 : 이상연
    추천 : 3
    조회수 : 344
    IP : 175.202.***.8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09/18 04:48:44
    http://todayhumor.com/?readers_29693 모바일
    [단편] 흡연 클럽
    옵션
    • 창작글
    <div> 지금 쓰고 있는 소설에서 일부분 떼어서 단편으로 다시 써봤습니다.</div> <div><br></div> <div> -</div> <div><br></div> <div><br></div> <div> 포틴브라스 백작의 흡연 클럽은 금요일 8시에 정기적으로 열린다. 고정 멤버는 폴로니어스 볼콘스키 후작과 아나톨리 파블로브나 남작이 있다. 그런 오늘의 흡연 클럽은 항상 그런 것 처럼 리저브 가문 저택의 작고 화려한 정원에서 열렸다. </div> <div><br></div> <div> 작고 아담한 정원에는 일곱 개의 의자와 나무 테이블이 놓였다. 오늘의 참여자는 총 일곱명. 주체자인 포틴브라스와 고정멤버 폴로니어스, 아나톨리, 폴로니어스의 아들 코닐리어스. 그리고 초대 손님인 안토니오와 샤일록, 투발 이 세사람이었다. 세 사람은 시민 계급. 초록색 물감으로 염색한 근사한 외투를 차려입었지만, 멋을 낼 때는 붉은색 옷을 입는 귀족 도시에 어울리는 복장은 아니었다.</div> <div><br></div> <div> 포틴브라스가 씨가를 뻐금뻐금 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그 오른쪽에는 폴로니어스와 코닐리어스, 그리고 왼쪽에는 아나톨리가 앉았다. 약간 반원형으로 둥글게 앉은 그들의 앞에는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대부호 시민 안토니오와 샤일록, 투발이었다. 그들은 굉장히 공손하게 고개를 살짝 낮추고 시선은 바닥을 보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 집사 제시카가 담배가 담긴 고급스러운 나무상자를 두 개 테이블에 놓았다. 그리고 상자 하나를 열었다. 그곳에는 하얀 종이에 얇게 말아놓은 담배가 들어 있었다. 포틴브라스가 두 손을 들어 담배를 권하며 말했다. </div> <div><br></div> <div> "흡연하는데 논리적인 이유가 필요 없습니다. 꼭 이유를 댄다 하더라도 나름대로 이유를 갖다 붙이면 그것으로 충분하죠. 자 드십시오."</div> <div><br></div> <div>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폴로니어스가 담배 한 까치를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코로 킁킁 냄새를 맡더니, 촛불로 불씨를 붙이고 쪽쪽 빨기 시작했다. 그 다음 아나톨리가 담배를 피웠다. 포틴브라스는 폴로니어스의 아들 코닐리어스에게 직접 담배에 불을 붙여서 건네줬다. </div> <div><br></div> <div> "고맙습니다, 아저씨."</div> <div><br></div> <div> "많이 피우거라, 담배는 머리를 맑게 하고 피부를 깨끗하게 하지. 담배가 좋다는 것은 너무 명백해서 좋은 점을 나열하자면, 달이 두 번 떠야 할 거야. 자, 예의 차릴 것 없다. 들어라."</div> <div><br></div> <div> 아기가 젖을 빨 듯 담배를 쪽쪽 빨아댄 폴로니어스가 빵끗 웃으며 한 마디 했다.</div> <div><br></div> <div> "소녀와 담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전부 바보야. 아들아, 너는 그런 어리석고 멋없는 귀족이 되지 말거라."</div> <div><br></div> <div> "네, 아버지."</div> <div><br></div> <div> "하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폴로니어스 형님. 아, 여러분도 어서 피우십시오. 정말... 여기서 눈치 볼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정말로 존경하는 시민 세 분을 모시는데, 혹시 불편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div> <div><br></div> <div> 안토니오, 샤일록, 투발이 깜짝 놀라면서 황급히 담배를 집어 들었다. 촛불에 담배를 피우기전, 샤일록이 굉장히 황송한 표정을 짓고는 포틴브라스에게 말했다. </div> <div><br></div> <div> "이렇게 근사한 모임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작님. 그럼, 잘 피겠습니다."</div> <div><br></div> <div> "저 투발도 정말 감사드립니다."</div> <div><br></div> <div> "잘 피우겠습니다. 백작님." </div> <div><br></div> <div> 그들이 담배를 뻐금뻐금 피웠다. 마당 전체로 서서히 퍼져가는 연기가 주변을 감싸서 창문에서 세어나오는 불빛을 흐리게 만들었다. 저녁 모임에는 와인을 마시지만, 흡연 클럽에서는 술이 아닌, 담배를 마신다.</div> <div><br></div> <div> 그런데 그게 꼭 규정으로 지어진 것은 아니었다. 담배를 한 서너 개피를 피우고 있는데, 제시카가 와인을 한 병 가져왔다. 그녀가 크리스탈 잔에 와인을 붓고는 한 사람 주었다. 폴로니어스가 눈을 빛냈다.</div> <div><br></div> <div> "저거 남은 나무 상자는 씨가지?"</div> <div><br></div> <div> "형님, 마법이라도 전공했습니까? 그게 보이십니까? 하하."</div> <div><br></div> <div> "씨가는 와인 아니겠는가? 자네는 먹고 마시는 것에 있어서 단순한 면이 있지만, 가끔 자리에 어울리는 것을 한 두 개쯤 곁들이는 요리사의 영혼을 갖고 있지. 자네 부인 다음으로 자네 속을 잘 아는 사람이 나 잖는가?"</div> <div><br></div> <div> "형님, 징그럽게 왜 그러십니까? 오해하겠습니다."</div> <div><br></div> <div> "으하하하! 이참에 후작을 첩으로 두는 건 어떠한가? 내가 아우에게 첩으로 가겠네! 그러면 씨가도 마음 것 피울 수 있을 텐데 말야?" </div> <div><br></div> <div> "아버지..., 창피해요. 아버지가 첩이라뇨..."</div> <div><br></div> <div> 아나톨리가 꽁초가된 담배를 바닥에 비비며 고개를 흔들었다.</div> <div><br></div> <div> "아이고 선배님 취하셨습니다. 듣는 제가 다 창피합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 선배님이 가끔 맛이 가버립니다."</div> <div><br></div> <div> "하하하;;"</div> <div><br></div> <div> 세 시민은 어색하게 웃었다.  </div> <div><br></div> <div> 대부호 안토니오는 굉장히 불안했다. 담배란 자고로 불안함을 잠재우고 머리를 맑게 하는 것에 탁월한 효능을 지녔지만,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익숙해 지도록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안토니오는 자신의 불안해 하는 원인이 이 자리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div> <div><br></div> <div> 세 사람이 한 참을 재잘대고 있는데, 집안에서 맬컴 나왔다. 맬컴을 본 포틴브라스가 손짓을 하며 불렀다.</div> <div> </div> <div> "맬컴, 마침 잘됐다. 어서와서 인사좀 하거라."</div> <div><br></div> <div> 맬컴은 탁자위에 와인을 물끄럼히 보고는 걸어왔다. 그러고는 대충 인사했다.</div> <div><br></div> <div> "맬컴입니다."</div> <div><br></div> <div> 폴로니어스가 빵 터졌다.</div> <div><br></div> <div> "크큭,.. 푸하하하하! 이야, 자네 막내 아들말이야. 정말, 정말 대단하단 말이야? 내가 저 나이땐 귀족 어르신 앞에서는 숨도 못쉬었는데. 진짜 상남자야. 코닐리어스야, 좀 보고 배워라."</div> <div> </div> <div> 시민들이 맬컴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샤일록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div> <div><br></div> <div> "막내 아드님이 굉장히 잘생겼네요. 로렌조는 어머님을, 힐다는 아버님을 닮았는데, 맬컴은은 딱 반반씩 닮았습니다. 정말 놀랍네요."</div> <div><br></div> <div> "아직 아이인데도 기세가 숨막 힐 듯 강렬합니다."</div> <div><br></div> <div> "저도 저렇게 총명한 아이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div> <div><br></div> <div> 세 시민이 아들 칭찬을 하고, 칭찬을 할 때마다 지극히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포틴브라스는 아첨을 즐길 줄 아는 사나이. 기분 좋게 웃었다. </div> <div><br></div> <div> "우리 막내가 잘나긴 잘났죠. 의자가 없구나. 아빠 무릎에 앉거라."</div> <div><br></div> <div> "싫어요."</div> <div><br></div> <div> 그러면서 쪼르르 테이블로 걸어갔다. 맬컴이 테이블에 있는 와인병을 집으려고 손을 뻗었다. 포틴브라스가 깜짝 놀라고는 와인병을 먼저 집어서 높게 들어올렸다. 맬컴이 와인병을 집으려고 손을 쭉 올렸지만, 닿지 않았다.</div> <div><br></div> <div> "어허! 술은 안 돼. 애가 벌써 술 맛이 들어가지고 원... 어려서 술 마시는 습관을 기르면 이로울게 없다. 차라리 담배를 피워라. 담배는 정신을 맑게 하고 병든 기운이 빠져나가게 한단다."</div> <div><br></div> <div> 맬컴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div> <div><br></div> <div> "담배가 뭐가 좋다고 피우세요? 숨만 막히게 하고 재만 남는데..."</div> <div><br></div> <div> 그 모습을 보던 포롤니어스가 허허 웃으며 꽁지만 남은 담배를 테이블에 비볐다. 그러고는 담배 하나를 더 집어서 촛불로 끝을 태우고 다시 쪽쪽 빨았다.</div> <div><br></div> <div> "후~ 아직 어려서 세상을 모르지. 그래도 어릴 때부터 좋은 걸 가르치면, 우리 코닐리어스 처럼 모범적인 귀족이 될 수 있을 거다. 포틴브라스, 맬컴이 몇 살이더라?"</div> <div><br></div> <div> "11살 입니다. 그러고 보니 코닐리어스가 이 나이쯤에 담배릴 배웠던가?"</div> <div><br></div> <div> "네, 아저씨. 첫 담배로 씨가 모하드를 주셨죠. 지금도 기억나는데, 처음에는 정말 지독했습니다."</div> <div><br></div> <div> "맬컴아, 이 형을 보거라. 저렇게 늠름하게 성장하려면 담배를 잘 피워야 된다. 외모도 훌륭하지, 머리도 뛰어나지.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했어. 그 뛰어나고 숫자 많은 시민과 귀족을 제치고 말이야. 정말 대단해."</div> <div><br></div> <div> "내 아들이 훌륭하긴 하지. 거참... 내 아들이지만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아카데미 수석? 나도 힘들게 졸업했는데. 나는 말야, 검 아니였으면 졸업도 못했어. 젠장, 나도 어려서부터 이렇게 훌륭한 담배를 피우고 자랐자면 달랐을텐데 말이야. 이럴때면 정말 어리석은 부모님이 원망스러워. 정말 귀족은 가정 교육이 중요해 가정 교육이. 너도 그렇잖아 안 그래?" </div> <div><br></div> <div> "형님, 우리 정도면 훌륭한 거 아닙니까?"</div> <div><br></div> <div> "이자식아, 우린 전쟁과 검밖에 모르잖아. 요즘 검술 학부 애들은 수학도 잘한다고 하더라. 진짜 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귀족정치를 했어야 했는데."</div> <div><br></div> <div> "아이고 형님! 우리 황제파 아닙니까? 설마 귀족파 되고 싶었습니까?"</div> <div><br></div> <div> "그래 이놈아! 그 능구렁이들이 머리쓰는 거 보고 깨닫는 게 없냐? 요즘은 개내들 같이 머리 쓰는 놈들이 귀족이야."</div> <div><br></div> <div> "아버지, 아저씨, 이야기가 자꾸 삼천포로 빠집니다." </div> <div>  </div> <div> "아들아, 너는 소드 마스터고 뭐고 정치를 해라. 위험한 전장에서 몸 구르는 것보다, 황제 아래에서 머리쓰는 게 더 낫다."</div> <div><br></div> <div> "제가 알아서 할께요."</div> <div><br></div> <div> "거 참, 형님은 아들에게 그런 소리 좀 하지마세요.. 똑똑하니 알아서 하겠죠."</div> <div><br></div> <div> "그래그래, 미안하다. 아, 시민 여러분~ 귀족 생활이 본래 이렇습니다."</div> <div><br></div> <div> 안토니오는 상당히 당황했다. 얼마전 만났던 신생 귀족들은 굉장히 격식을 따지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에이나우디 백작 가문과 볼콘스키 후작 가문은 500~600년 된 제국의 전통 귀족 가문이다. 진짜 알짜베기 가문의 주인들이 다 저런 산적같은 말투를 쓰다니,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옆에 앉아있는 샤일록과 투발은 눈치를 보느라 웃지도 못했다. </div> <div><br></div> <div> "그나저나, 씨가는 언제 줄거냐?"</div> <div><br></div> <div> "형님, 참 성격도 급하십니다. 맬컴아, 저기 새상자 열어서 어르신들에게 씨가 한 개피씩 나눠드려라."</div> <div><br></div> <div> 나무 상자를 열자 그 내부에는 씨가 10개피가 있었다. 포틴브라스, 폴로니어스, 아나톨리, 코닐리어스, 안토니오, 샤일록, 투발 순으로 나누어 주었다. 각자 담배를 받자마자 감탄을 하며 냄새를 맡았다.</div> <div><br></div> <div>  "크~ 대단하구만! 냄새가 아주 좋아. 달달해. 이거 하나에 200골드는 하지 않았던가? 자네 봉급 다 날아가게 생겼구만, 하하하!"</div> <div><br></div> <div> "아저씨, 이거 굉장히 귀한건데...!"</div> <div><br></div> <div> "모두들 사양말고 피십시오. 아, 그리고 안토니오씨."</div> <div><br></div> <div> "예, 백작님."</div> <div><br></div> <div> 대부호 시민 안토니오가 빠르게 다가와 겸손히 고개를 숙였다. 포틴브라스가 친절하게 옆에 앉기를 권했다. 굽신거리며 의자를 당겨 앉은 안토니오는 씨가를 만지작 거리며 눈치를 봤다.</div> <div> </div> <div> "신대륙에서 가져온 담배잎 사업 말입니다."</div> <div><br></div> <div> "아! 그거 말이죠."</div> <div><br></div> <div> "그거요. 참... 걱정입니다. 그런 저급한 것을 유통시켜버리면 사람들이 제대로된 담배 맛을 깨닫지 못하게 될 날이 올거에요. 싸다고 막 사는 시민들이 걱정입니다."  </div> <div> </div> <div> 안토니오가 식은 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div> <div><br></div> <div> "안 그래도 이 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훌륭한 담배를 백작님에게 대접받으면서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내가 가져온 저급한 담배잎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말입니다. 담배라고 부르기도 부끄럽습니다. 하하;; "   </div> <div><br></div> <div> "거참... 신대륙에서 힘들게 가져온 것이 금이나 은이 아니라 담배잎이라니 정말 안타깝습니다."</div> <div><br></div> <div> "... 그... 가져온 담배잎을 평민들에게 파는게 옳바른 일인가 생각이 듭니다."</div> <div><br></div> <div> "평민들에게 말이죠. 그게 어쩌다가 시민들에게 흘러들어가지 않겠습니까?"</div> <div><br></div> <div> "그, 그럴 수도 있겠죠. 그래서 큰일입니다. 이걸 어찌 해야 될지... 현명한 누군가의 판단이 필요한 일이라..."</div> <div><br></div> <div> 포틴브라스가 걱정을 한 가득 담은 표정으로 씨가의 머리를 쪽쪽 빨았다. 머리를 자르고는 끝 부분을 촛불로 조금씩 구웠다. 태우듯 말듯 하면서 씨가를 이리저리 검게 그을리더니, 끝 부분에 불씨가 골고루 붙자 쪽쪽 빨면서 연기를 만들어냈다. 무릎에 앉은 맬컴은 코 끝으로 서큐버스라는 씨가의 구수하고 달콤한 냄새를 맡았다. </div> <div><br></div> <div> "스읍, 후~ 현명한 누군가의 판단이라.... 폴로니어스 형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형님이라면 제가 어려서부터 그 현명함을 자주 접했죠. 형님의 판단은 전장에서 목숨을 맡길 만큼 총기와 현명함이 깃들어 있잖습니까?" </div> <div><br></div> <div> 씨가를 피우던 폴로니어스가 뻐금뻐금 연기를 모우더니, 도넛을 세 개 만들어 날렸다. 앞에 있던 도넛이 넓게 퍼지더니, 뒤따라오던 도넛이 그 구멍을 통과했다. 그러다가 안토니오를 보고는 당연하듯 말했다.</div> <div><br></div> <div> "그냥 팔아버리게."</div> <div><br></div> <div> "누구에게...?"</div> <div><br></div> <div> 평민에게? 아니면 저 백작에게? </div> <div><br></div> <div> "그야 당연히 나에게 팔라는 소리지, 이 사람아."</div> <div><br></div> <div> 그 말을 들은 포틴브라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폴로니어스를 보더니,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div> <div><br></div> <div> "하하하! 형님은 거참 아우 뒤통수 거하게 때리십니다?"</div> <div><br></div> <div> "아우, 이 형님같이 담배를 사는 입장이 되보게. 담배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잖는가? 후작 체면에 백작 동생집에 매일 와서 얻어 피우는데 불쌍하지도 않는가?"</div> <div><br></div> <div> 안토니오가 입술을 깨물었다. 안토니오는 대부호 시민이다. 시민의 도시에 집을 한 채 가지고 있었고 실버 카드의 보유자다. 그리고 20톤 가량의 물건을 싣고 큰바다를 건널 수 있는 상선을 5척이나 가졌다. 상선을 가지고 여러가지 사업을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이번에 가져온 물건이 담배잎이라는 것이다. 포틴브라스가 뒷세계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담배 사업이다. 사업이 겹치는 것이다.</div> <div><br></div> <div> 포틴브라스는 개당 200골드까지 씨가를 피우고도 고민 가득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 불쌍한 표정을 짓고는 안토니오에게 말했다.</div> <div><br></div> <div> "이번에 신대륙에 보낸 상선 5척이 담배잎 100톤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담배 한 개피에 대략 1g을 잡고 100g에 100개피. 한 갑입니다. 100톤이면 총 100만 갑을 만들 수 있죠. 제가 수십년간 이 대륙에서 성십것 봉사하는 마음으로 담배 1갑에 10실버라는 싸고 적절한 가격을 정해 놓았습니다. 정말 명백히도 적절한 가격이라서 이보다 더 싸게 팔아버리면 남는 게 없습니다. 어쨌든 100만 개피를 팔아버리면 10,000,000 실버 입니다. 실버와 골드 시세 비율이야 항상 변하는 것이지만, 1:10으로 계산하면 100만 골드죠. 정말... 후..."</div> <div><br></div> <div> 안토니오의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비싼 씨가에 습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 황급히 테이블에 올려놓고 옷에다 손을 닦아냈다.</div> <div><br></div> <div> "대부호님께서, 이렇게 가난하고 불쌍한 귀족을 핍팍 할 생각이신지요?"</div> <div><br></div> <div> "아, 아닙니다. 결코 그럴 생각이 아닙니다!"</div> <div><br></div> <div> "역시, 안토니오님은 자상하신 분입니다. 아차~ 어서 대화는 일단 그만하고 서큐버스나 피워보세요. 정말... 명인의 정신이 깃든 훌륭한 씨가 입니다. 00골드는 큰 돈이지만, 그 담배에 들어간 정성을 생각하면 그 가격은 성인의 봉사나 마찬가지 입니다. 하하, 제가 사실 담배 사업을 하는 이유는 제국의 시민 여러분과 귀족 여러분을 섬기고자 하는 기쁜 마음으로 담배를 만들었습니다. 제 봉사를 받아주십시오."</div> <div><br></div> <div> 안토니오가 손을 달달 떨며 씨가에 불을 붙였다. 그러다가 씨가를 손에서 놓쳐버렸다. 포틴브라스가 잽싸게 그것을 낚아챘다. 초인의 손발력. 빵긋 웃더니, 친절함을 보여주려는 듯, 직접 촛불에 씨가를 대우고 불을 붙힌 뒤 안토니오의 입에 꼬아 주었다.</div> <div><br></div> <div> "가... 감사합니다. 백자님. 저, 정말..."</div> <div><br></div> <div> 그렇게 씨가를 태우던 안토니오는 세 번 정도 씨가를 빨더니, 황홀감에 빠졌다. 정말 굉장한 씨가였다. 아까 느꼈던 현실의 긴장감과 공포가 싹 사라졌다.</div> <div><br></div> <div> 서큐버스가 개니 이름만 서큐버스가 아니었다. 최음 효과가 뛰어난 서큐버스의 체액을 넣어 연성한 씨가였다. 포틴브라스는 안토니오의 얼굴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div> <div><br></div> <div> "안토니오씨, 어떻습니까?"</div> <div><br></div> <div> "아... 아~... 이거 정말... 씨가 맞습니까?"</div> <div><br></div> <div> 담배를 피운 모두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연기만 마신 맬컴도 헤롱헤롱 거렸다. </div> <div><br></div> <div> "제가, 젊은 시절에는 지나가던 시민 어르신들이 무거운 짐을 나르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안타까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럴때면 저는 직접 나서서 그 짐을 대신 들어주곤 했죠. 아아, 지금도 그런 마음입니다."</div> <div><br></div> <div> 그러고는 포틴브라스가 골드 카드를 소환했다. 어두운 밤에도 반짝이는 골드 카드를 안토니오에게 내밀고선 말했다.</div> <div><br></div> <div> "거, 100톤은 너무 무겁지 않겠습니까?"</div> <div><br></div> <div> "무... 무겁습니다. 백작님. 하하."</div> <div><br></div> <div> "제가 90톤을 덜어 드리겠습니다. 90톤에 9천 골드. 수수료는 당연히 구매하는 사람이 내기 때문에 구천구백 골드 내겠습니다. 이야~ 정말 합리적인 가격이죠."</div> <div><br></div> <div> 안토니오가 황홀한 표정을 짓고는 실버 카드를 내밀었다. 서로의 카드를 맞대자, 황금빛과 은색빛이 엉키고는 보이지 않는 계약이 이루어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9,900 골드가 빠져나가고 90톤의 담배잎이 사라졌다. 10초도 걸리지 않는 과정이었다.</div> <div><br></div> <div> "정말, 좋은 거래였습니다. 제시카, 마카로니 아이스크림과 서큐버스 한 개피 준비해줘. 서큐버스는 존경하는 시민 안토니오씨에게 챙겨드리고."</div> <div><br></div> <div> "네, 당주님."</div> <div><br></div> <div> 씨가를 다 피우고 몇기가 걷히자, 제시카가 큰접시에 담은 알록달록한 마카로니 아이스크림을 가져왔다. 모두가 하나씩 나눠먹었다. 폴로니어스는 수십개의 담배를 피우고 씨가를 피우고서도 입가심으로 담배 두 개피를 더 피웠다.</div> <div><br></div> <div> "캬- 아우, 거래는 끝났고... 거 형님에겐 선물 없는가? 그... 아우가 사서 고생을 하는게 마음이 아파서 그래. 아우 좀 무겁잖아?"</div> <div><br></div> <div> "저 무거운 거 잘 듭니다? 하루 이틀 사귄 사이도 아니고... 그걸 왜 묻습니까? 섭섭하게... 당연히 형과 아우의 우정을 생각해서 제가 형님에게 담배잎 1톤 정도는 챙겨 드려야죠. 그런데... 이건 파이프에 말아서 피셔야 할 겁니다."</div> <div><br></div> <div> "뭐? 말아놓은 걸로 안 주고?"</div> <div><br></div> <div> "집에 은 담뱃대 있지 않습니까?"</div> <div><br></div> <div> "거 정말, 담뱃대로 피우가 귀찮단 말이야. 가루도 날리고 번거롭고 말이야."</div> <div><br></div> <div> "씹어 드셔도 될텐데요."</div> <div><br></div> <div> "에잉~ 더러워서. 좀 챙겨줘."</div> <div><br></div> <div> "제시카, 형님에게 담배 10갑 챙겨드려라."</div> <div><br></div> <div> "애? 겨우 10갑? 야 이놈아, 1톤으로 나오는 담배가 1만갑이라며!"</div> <div><br></div> <div> "담배 마는데 수고비가 쬐금 듭니다."</div> <div><br></div> <div> "거, 진짜. 1000개 챙겨줘."</div> <div><br></div> <div> "제시카, 100갑 챙겨서 보내드려라."</div> <div><br></div> <div> "아, 아버지, 그냥 돈 주고 사서 피세요. 쪽팔리게...,"</div> <div><br></div> <div> "아이고, 코닐리어스가 있었네. 제시카, 코닐리어스에게 900갑 챙겨줘."</div> <div><br></div> <div> 제시카가 품속에서 실버 카드를 꺼냈다. 그러고는 폴로니어스에게 100갑, 코닐리어스에게 900갑을 건넸다. 코닐리어스의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div> <div><br></div> <div> "이야, 아저씨... 고마워요. 이거 제 아홉달치 용돈인데... 헤헤"</div> <div><br></div> <div> 포틴브라스가 깜짝 놀라며 폴로니어스를 째려봤다.</div> <div><br></div> <div> "아니, 형님, 아들 용돈이 한달에 100골드 입니까?"</div> <div><br></div> <div> "왜? 그거면 충분하잖아."</div> <div><br></div> <div> "다 큰 장남의 용돈이 100골드가 뭡니까, 100골드가. 맬컴도 한 달에 50골드는 받는데..."</div> <div><br></div> <div> "요즘 귀족은 검소한 것이 유행이라더라."</div> <div><br></div> <div>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나톨리도 혀를 찼다. 분위기 속에서 말도 못 꺼내고 소외된 세 시민, 포틴브라스는 그 가운데 안토니오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언었다.</div> <div><br></div> <div> 안토니오가 굉장히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재적인 재산의 90%가 날아갔다. 그러나, 나머지 10%로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했다. 욕심을 더 부릴 상황이 아니지만, 그래도 90톤에 9천900골드라니, 수지가 안 맞았다. </div> <div><br></div> <div> 포틴브라스가 그런 안토니오를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안토니오에게 말했다.</div> <div><br></div> <div> "요즘 말입니다. 제가 적이 많습니다. 특히 귀. 족. 파 말입니다. 진짜 고약하죠. 아니 글쎄 담배에 세금을 붙이자고 하지 뭡니까? 이건 뭐 저보고 죽으라는 소리죠. 정말 피눈물이 날 것 같더라구요. 시민과 귀족을 위해 봉사한 댓가가 이것인가... 정말 회의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일을 봉사하는 마음으로 섬기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핍박을 받아도 묵묵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말이죠. 그게 진정한 봉사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이렇게 험한 일은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저 하나면 충분합니다. 안토니오씨 같이 훌륭한 인격을 가지신 시민께서도 이런 봉사적인 정신을 가지고 계신다는 거 잘 압니다. 그 순수한 마음을 부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래도 세상에는 다 자신의 자리가 있는 법입니다. 그곳엔 짝이 있죠. 씨가는 와인이고 연필은 공책이고 물반 고기반 이런 것 처럼 말입니다. 집에 돌아가시거든 담배 봉사 사업은 가능하면 잊으십시오. 물론 맛보기로 10톤 정도는 팔아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그런데 아, 글쌔 이 봉사에 맛이 들려버리면 포기 하지 못하고 계속 하게 됩니다. 희생정신이 높아져서 또, 저 험하고 위험하고 머나먼 신대륙까지 목숨을 걸고 가버린다 이 말입니다. 금과 은이 아니고 쓸 때 없는 마른풀을 싣기 위해서 말이죠. 아아, 정말 봉사정신은 눈물이 납니다. 그렇게 목숨 걸고 모험을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파도를 만나 배가 난파되거나 해적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정말 눈물이 납니다. 신께서는 정말 잔혹하지 않습니까? 왜 꼭 좋은 일을, 선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 먼저 대려가시는지. 그렇게 하나 둘 씩 저세상으로 가버리는 겁니다. 저는 안토니오씨가 이 나라에서 오래오래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거 옛날에 이런 말 있잖습니까? 착한 사람 한 명 죽으면 나쁜 사람 두 명이 되는 거, 거 뭐 어떤 성자가 말했던 말입니다. 안토니오씨가 살아 계시는 것만으로도 착한 사람이 한 명 늘어나는 겁니다. 아아, 시간이 늦었네요. 자, 어깨 피고 돌아가세요. 혹시라도 또 담배잎 가져오시거든 저에게 오십시오. 제가 대신 처분해 드리겠습니다."</div> <div><br></div> <div> 안토니오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에이나우디의 저택를 나가야 했다. 마차에 올라탄 그의 얼굴은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미라처럼 비쩍 말라버렸다. 돌아가는 안토니오를 마차까지 배웅한 포틴브라스가 의자에 앉았다. </div> <div><br></div> <div> "스으읍... 후우우.... 아우, 요즘 걱정이야."</div> <div><br></div> <div> 이번에는 폴로니어스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샤일록과 투발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었다. 옆에 앉아있던 포틴브라스가 다정하게 어깨를 두드려줬다.</div> <div><br></div> <div> "아니 글쌔 말이다. 형님 말 좀 들어봐라. 내 유일한 벌이가 선량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이잖냐. 거 진짜 평민과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내 피같은 돈을 위험까지 감수하고 거저 드리는 거야. 그저 한 달에 150%의 이자만 받고 말이지. 정말... 그런데 글쌔 뭐냐? 요즘 누군가 이자를 50%만 받고 빌려주는 큰 사업을 벌인다고 하잖느냐. 그래서... 내 벌이가 정말 시원치 않단다. 물론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돈이야 좀 못벌 수 있는 거 다 안다. 그래도 말이지... 후작으로써 정말 아끼고 아끼고 아껴서 생활하고 있는데, 그 쥐꼬리만한 돈 조차 들어올 구멍이 막혀버리니 정말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단다."</div> <div><br></div> <div> 폴로니어스는 눈물까지 찔금찔금 흘렸다. 울면서 충혈된 새빨간 눈으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던 폴로니어스가 샤일록과 투발을 바라봤다. 샤일록과 투발이 식은 땀을 흘렸다.</div> <div><br></div> <div> "정말... 대부호 시민은 무섭단다. 내가 조금만 따지면 막 귀조파에 붙어버리고 내 숨을 막히게 만들고 말이야."</div> <div><br></div> <div> 샤일록이 헛기침을 하며 투발에게 말했다.</div> <div><br></div> <div> "크흐음~! 아, 그러고 보니 요즘 고리대금 사업이 영 시원치 않던데, 아무래도 다른 사업으로 돌려야 할 것 같아. 자네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가?"</div> <div><br></div> <div> 투발이 고개를 끄덕였다.</div> <div><br></div> <div> "그래그래! 아, 시민이라면 뭐, 여러가지 시업이 있지. 고기를 잡거나, 건물을 짓거나, 지방에서 농사를 짓거나, 그럼그럼."</div> <div><br></div> <div> 폴로니어스의 표정이 서서히 환해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샤일록과 투발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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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18 05:32:18  59.29.***.7  윤인석  721556
    [2] 2017/09/18 10:22:46  122.43.***.29  petrichor  540299
    [3] 2017/09/18 17:48:03  106.247.***.82  celine  4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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