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타결한 자유무역협정(<span class="word_dic en">FTA</span>) 개정협상은 우리측의 방어 전략이 효과를 거둔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미국측에 충분한 명분을 주고 철강과 자동차 수출 부문에서 실리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br><br>자동차 부분에서 일부 양보했지만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반면 철강 고율관세를 면제받고 농산물 추가 개방을 막았다는 점은 큰 수확이다. <br><br>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 1월 초 개시한 한미 <span class="word_dic en">FTA</span> 개정 협상에 대해 미국 측과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br><br><strong>◇자동차 양보 불구 실제 영향 거의 無</strong><br><br>미국에 양보한 부분은 한국산 화물차(픽업트럭) 수출 관세 강화, 미국산 수입 쿼터 확대다. 한국산 화물차 관세를 20년 더 연장하고, 미국산 자동차는 한국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해도 업체별로 연간 5만대까지 국내 판매를 허용했다. 대신 철강 관세 면제와 농업·차부품 등 시장개방을 막았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br><br>철강 관세 부문에서 우리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받는 조건으로 철강 수출 물량을 이전 3년간 평균의 70%로 제한하는 쿼터 설정을 수용했다. <br><br>하지만 우리 대미(對美) 철강 수출은 전체 철강 수출의 11% 수준에 그쳐 쿼터 설정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쿼터에 따른 물량 제한은 지난해 기준 약 3%에 불과할 것으로 통상 당국은 분석했다. <br><br>우리 측 요구사항이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span class="word_dic en">ISDS</span>) 개정 문제를 집중 제기해 결국 투자자에 의한 남소방지 등 개선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br><br>당초 미국이 자동차 시장 개방과 함께 추가 개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농업 분야 역시 통상 당국의 약속대로 레드라인(금지선)을 지키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다.<br><br>다만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에 수출될 때 자국과 다른 우리 안전 규정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내수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물량을 종전 제작사별 2만5000대에서 두 배 늘려 5만대로 확대한 것은 우리가 양보한 부분이다. <br><br>이 역시 우리 자동차 수출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협상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 제작사별 수입물량은 포드 8107대, <span class="word_dic en">GM</span> 6762대, 크라이슬러 4843대 등 1만대 미만에 불과하다. <br><br>김현종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5만대'라는 숫자는 실제 수입량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말씀을 드린다"며 "실제 제작사별 미국산 수입물량은 1만대 미만인데 이것은 중요한 팩트(사실)다"라고 강조했다. <br><br>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화물차 관세(25%)는 20년 더 연장하기로 합의한 부분도 현재 우리가 미국에 픽업트럭을 수출하고 있지 않아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br><br><strong>◇산업계 "사실상 현행 유지" 호평 잇따라</strong><br><br>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관심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면서 우리의 핵심 민감 분야는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평가했고, 청와대 역시 농업을 보호하면서 양국의 이익균형을 확보한 좋은 협상 결과로 평가했다. <br><br>산업계도 이번 협상 결과를 호평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날 '한미 <span class="word_dic en">FTA</span> 개정협상 결과에 대한 자동차업계의 입장'을 통해 "사실상 현행 유지를 위해 힘쓴 정부의 협상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br><br>한국철강협회는 "철강 수입을 일방적으로 규제하려 했던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은 다행한 일"이라며 "철강업계는 그동안 한국의 국가면제를 위해 정부가 기울여 온 전방위적인 노력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전했다.<br><br>한국무역협회도 26일 논평을 내고 "한미 <span class="word_dic en">FTA</span> 개정협상의 신속한 타결로 불확실성이 조기에 제거됐다"며 "우리 기업들은 이제 대미 무역·투자 전략을 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br><br>통상학계나 자동차 전문가들의 평가도 좋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원하는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하지 않고 한미 <span class="word_dic en">FTA</span>를 개정하기에는 어려웠다는 점에서 대응을 잘 한 협상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br><br>성 교수는 이어 "철강 수출량 쿼터 설정 등에 따라 개별 산업에 미칠 피해는 있지만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다"라며 "(중국-미국 무역전쟁 등) 이슈들이 남아 있는데 추가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br><br>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선방했다"며 "미국산 부품 의무사용 부과 등을 열어주지 않았고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자국 픽업트럭 관세연장에 우리가 합의해 준 것도 협상에서 잘 활용한 것 같다"고 짚었다. <br><br>김 교수는 다만 "미국산 수입자동차에 대해 우리가 안전·환경 규제 완화 쿼터를 두 배로 크게 열었기 때문에 이게 단초가 돼서 더 큰 것을 요구하거나 환경·안전 기준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 등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