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일기를 본 것은 내 나이 스물세 살, 엄마가 돌아가신 지 3년째 되던 해였다.
"00년 0월 0일, 딸아이를 입양했다. 부모님이 반대하셨지만...." 그날은 바로 내 생일이었다.
어린 시절 동생과 차별당해 속상하던 일, 할머니가 나를 안 좋아하신다고 느낀 일, 친척들 사이에서의 소외감등 여러 일이 한꺼번에 이해되었다. 충격과 원망으로 하루 종일 울었다. 그러나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줄 알았던 출생의 비밀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무뎌졌다. 묻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아빠 마음을 아프게 할 것 같아 쉽게 꺼낼 수도 없었다.
핏줄도 아닌 나를 키워 주신 부모님이 참 훌륭한 분이라고 깨달은 건, 내가 결혼해 아이를 키우면서였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부쩍 외로움을 타시고, 얼굴에 주름도 가득해진 아빠에게 진심 어린 편지를 썼다. "혈육도 아닌 저를 키워 주셔서 감사해요. 이제는 아빠의 인생을 누리며 사시면 좋겠어요." 편지를 받은 아빠는 울면서 전화하셨고,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던 나는 "괜찮아요."라며 얼른 전화를 끊었다.
그날 이후로 다시는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가끔 친부모님이 궁금할때도 있지만 신이 내게 가장 좋은 인생을 주셨으리라 맏는다. 부족한 딸이지만 아빠에게 전하고 싶다. "존경하고 사랑해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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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생각 9월호 이진주 님(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