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게시글은 이전에 이슈가 되었던 글을 다시 업로드 합니다.</div> <div><br></div> <div>제 글이 불편하신분은 차단기능을 활용하시기 바랍니다.</div> <div><br></div> <div>틈틈히 신규 게시글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div> <div>------------------------------------------------</div> <div>그는 내 말을 듣고 있는지 안듣고 있는지 부릅 뜬 누 둔의 초점을 여전히 나에게 맞춘 채 괴상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절대로 혼자 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 오전에 말입니다..... 웁!!!"</div> <div><br></div> <div>나는 들고 있던 세제 묻은 수세미를 그의 얼굴에 던져 버렸다.나도 한 성질 한다. 지금 졸병이라 이러고 있지 사회에서는 나름대로 싸움 좀 한다는 놈에 속했다."이 X발놈이... 오냐오냐 하니까 별 X친 소리를 다 하네. 너 무당이야? </div> <div>니가 내 고참이야? 니가 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div> <div>너 내가 같은 이등병이라고 만만하게 보이냐? 응? </div> <div>한 주먹감도 안되는 새끼가..."</div> <div>그제서야 그는 정신을 차렸는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목소리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시정하겠습니다!!!!!!"</div> <div><br></div> <div>순간 텅 빈 세면장이 그의 목소리로 쩌렁 울렸다."X발놈아 목소리 안 낮춰?? 고참들 듣잖아!"순간 돋았던 소름 때문인지 아니면 갑작스런 분노 때문인지 세제 묻은 두 손이 부르르 떨렸다.</div> <div><br></div> <div>난 그가 왜 이 부대에 전입오게 되었는지 조금은 감이 오는 듯 싶었다.</div> <div><br></div> <div>그 날 밤 저녁에 있었던 소름끼치는 그의 행동과 말 때문에 잠을 뒤척였다.'X발 재수없는 새끼....'</div> <div><br></div> <div>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나는 내 스스로를 진정시켰다.</div> <div>오늘 밤도 역시 X친 놈들이 행동을 개시한 것 같았다.</div> <div>한 쪽 구석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삐쩍 골아서 밤마다 중증 환자처럼 신음한다는 그 녀석이다.</div> <div>계급은 상병 3호봉인데 저대로 나머지 군생활이 가능할까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약하다.</div> <div>게다가 무지하게 게을러서 고참들에게 거의 매일 처맞기 일쑤다.</div> <div><br></div> <div>내가 생각해도 정말 답답하고 행동이 느릿느릿하다.</div> <div>웬만한 할아버지가 해도 그 보다는 더 빨랐을 것이다.</div> <div>어디선가 잠 못든 병장 한명의 욕설이 들렸다."아...저 X새끼...공포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으이 X발!!"모포를 얼굴에 확 뒤집어 쓰며 병장이 짜증을 냈다.</div> <div><br></div> <div>처음엔 그를 깨워 병장들이 구타를 앞세워 고쳐보려고도 했지만 한 대 맞은 날은 신음 소리만 더 커질 뿐이었다.</div> <div>솔직히 병장들은 잘못 때렸다가는 그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앞섰는지도 모른다. </div> <div>어쨌든 모두들 그를 포기하고 잠드는 연습에만 충실했다.</div> <div>그런데 나만의 느낌일까? </div> <div>오늘은 소리가 좀 달랐다.</div> <div>진짜 아픈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끄으..응..끄으..응..."</div> <div><br></div> <div>보통은 이랬다.</div> <div>그런데 오늘은 자장가처럼 들리던 그 소리가 아니었다.</div> <div><br></div> <div>"아아...아....아....악........으..으..윽."</div> <div><br></div> <div>정말 아픈 것 같았다.</div> <div>나이 30살 먹은 애 아빠 병장이 불침번을 불렀다."어이.. 불침번. 윤상병 좀 살펴 봐...진짜로 어디 아픈가 보다."근무를 서고 있던 불침번이 취침등 아래에서 조용히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div> <div><br></div> <div>이리저리 살피던 불침번이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윤상병님!!!!!!!!!!!!!!!!"불침번의 거친 외침소리에 모두들 벌떡 깨어났다.</div> <div>실내 조명이 켜지고 모두들 윤상병의 상태를 확인하러 몰려들었다.</div> <div>뭔 놈의 분비물을 입으로 쏟아냈는지 매트리스와 배개가 물을 쏟은 듯 흥건했다.</div> <div>옆으로 누워있던 그를 바로 눕히자 그의 신음소리는 부글거리는 거품소리로 바뀌었다.</div> <div><br></div> <div>간질병 환자처럼 그의 몸은 뻣뻣하게 차렸자세로 굳어 있었고, 눈은 뒤집힌 채 연신 입에 거품이 뿜어져 나왔다."이 새끼 뭐야..간질병이야? 야!! 일직사관 불러!!!!!!!!!!!"</div> <div><br></div> <div>병장들의 외침에 불침번은 후다닥 행정반으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div> <div>일직사관인 선임하사 도착했지만 그도 몇 개 알고 있는 응급처치만 취할 뿐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div> <div>상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고참들이 급히 윤상병을 등에 업고 수송부 차량을 이용해 의무대로 달렸다.다음 날 아침 우리는 그가 국군통합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div> <div>나는 제발 완치되기를 바랬지만 완치가 안되더라도 거기서 치료받고 그냥 전역하기를 바랬다.</div> <div><br></div> <div>간밤의 소동으로 오늘 일과에 어떤 변화가 생길 줄 알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그런데 점심시간이 다가올 쯤이었다.</div> <div><br></div> <div>갑자기 부대에 집합명령이 떨어졌다.</div> <div>집합을 명령한 것은 중대장이었다.</div> <div>내무반 앞 공터에 모두 집결한 우리는 열중쉬어 자세로 중대장을 기다렸다.</div> <div><br></div> <div>그런데 행정반에서 걸어오는 중대장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div> <div>뒤따라 걸어오는 소대장, 선임하사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부대원들 앞에 선 중대장은 우리를 한 번 천천히 둘러보더니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윤ㅇㅇ 상병이 오늘 오전 국군통합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그 말에 너무나 충격을 받은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느라 바빴다.</div> <div>당시 군대에는 사고사례 전파라는 것이 있다.</div> <div>사고사례 전파란 그 날 있었던 전 군의 사고 중에 인명 피해가 있는 사고의 내용을 각 부대에 전달하여</div> <div>저녁 점호시간에 모두 듣도록 하는 조치이다. </div> <div>일종의 사고예방프로그램이다. 이렇게 하면 다치거나 죽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다.</div> <div><br></div> <div>사고사례 전파에서나 듣던 군인의 사망이 우리 부대에서 일어난 것이다.</div> <div>"사망 원인은 정확하게 아직 전달받은 게 없다. 심장쪽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대대장님께서 통합병원으로 가셨다. 오늘은 오후 모두 일과를 취소한다. 대신 부대 막사를 깨끗이 정리하고 임시 분향소를 설치할 것이다.그리고 내일 쯤 헌병대에서 구타나 가혹행위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조사관이 올 것이다. </div> <div>그래서 말인데 어제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모두 말해 주기 바란다."잠시동안 아무런 대답이 없자 병장 중의 한 명이 입을 열었다.</div> <div><br></div> <div>"어제는 특별한 일이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윤상병의 작업 내용이 뭐였지?""오전에 싸리나무 채취하러 갔었고, 오후에는 윤상병하고 밑에 애들이 싸리나무 말리는 작업을 했었습니다.진지 보수 작업 나간 애들에 비하면 힘든 일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이에 중대장은 뭔가를 확인해야겠다는 듯 다시 물었다.</div> <div><br></div> <div>"어제 싸리나무 채취하러 간 사람들 손 들어 봐!"</div> <div><br></div> <div>여기 저기서 10여명이 손을 들었다.그 중에 일병 두 명과 이등병 한 명이 섞여 있자 중대장은 그들을 앞에 불러 다시 물었다."정말 아무 일도 없었나?"</div> <div><br></div> <div>"네. 그렇습니다!!""내 눈을 보고 얘기 해.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나? 고참들이 괴롭혔다거나 그런 일 없었나?"</div> <div><br></div> <div>"네. 그렇습니다!!"</div> <div>거리낌없는 그들의 대답에 그제서야 중대장은 안심한 듯 말을 이었다."일직사관 얘기를 들어보니 어제 일과 후에는 별 다른 사안이 없었던 같다. 게다가 일과 중에도 특별한 일이 없었던 걸로 보인다. 내일 헌병대 조사관이 오면 나한테 말한 그대로 얘기하면 된다. 알겠나?""예. 알겠습니다!!!"중대장을 등지고 돌아서서 자리로 돌아가는 이등병 한 명..... 이강수......</div> <div>사람의 죽음이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는 듯 지나치게 침착한 그의 표정을 보는 순간 </div> <div>나는 전날 저녁 세면장에서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div> <div><br></div> <div>그가 뒤돌아서 자기 자리에 돌아갈 때까지 나는 계속 그에게 시선을 맞추었다.</div> <div><br></div> <div>갑자기 그가 무서워졌다.'싸리나무..뒷산.....저 X새끼 지금 뭔가 감추고 있어'</div> <div>-계속-</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