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가물가물한 몇 년 전 1월 1일, <div><br /></div> <div>어려워진 환경에, 몸의 고통보다 집안 분위기가 더욱 무거웠기에</div> <div><br /></div> <div>아픈 이를 두고도 치과 가기를 차일피일 미뤘다.</div> <div><br /></div> <div>하지만 이리저리 번갈아 누워봐도 잠잘 때 사라지지 않는 통증으로 지옥 같은 연말을 보내고서, 이듬해 신정 날 결국 치과로 나서게 되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나에게는 원래 다니던 치과가 있었다.</div> <div><br /></div> <div>그 치과는 나름 유복했던 시절, </div> <div><br /></div> <div>가벼운 마음으로 제집 드나들듯이 드다들던 곳이었고,</div> <div><br /></div> <div>대략 2~3개월의 긴 치료과정 동안 병원 내 모든 분과 친해져서 의사 선생님과 함께 회식자리까지 같이할 정도였다.</div> <div><br /></div> <div>특히 20대 초반의 나에게, 너무나 예뻤던 간호사 누나 두 명과의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었던 곳이기도 하여</div> <div><br /></div> <div>예전보다 힘들어진 내 모습이 안타까워 가기가 꺼려졌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결국, 집 근처 신정 날에 문을 연 치과로 발걸음을 향했고,</div> <div><br /></div> <div>의사는 명쾌하게 진단하였다.</div> <div><br /></div> <div>"사랑니 때문에 통증이 생겼네요"</div> <div><br /></div> <div>안심했다. </div> <div><br /></div> <div>신경치료, 아말감, 금, 레진, 브릿지, 크라운 등등... </div> <div><br /></div> <div>당시의 몇 년 전만 해도, 부모님의 은덕으로 아무 고민 없이 치료를 결정했었을 테지만, </div> <div><br /></div> <div>그때에는, 돈과 부담이라는 무거운 꼬리표가 항상 뒤에 숨겨져 있었던 그런 단어들이 나오지 않았다.</div> <div><br /></div> <div>나의 마음은 온갖 비용 걱정으로 도배되어있었는데 너무나 다행이었다.</div> <div><br /></div> <div>'그냥 사랑니만 빼면 되겠구나...'</div> <div><br /></div> <div>하지만 우리나라 말은 끝까지 들어야만 한다고 누가 말했던가...</div> <div><br /></div> <div>집안 걱정만큼이나 나를 앓음 앓음 갉아먹었던 사랑니는 역시 보통 놈이 아니었다.</div> <div><br /></div> <div>그 의사에게서 이어지는 뒷이야기는 걱정의 구렁텅이에서 겨우 팔 하나 걸쳐 올라오고 있던 나를 사정없이 걷어찼고,</div> <div><br /></div> <div>나는 그전보다 더욱더 깊은 수렁으로 추락했다.</div> <div><br /></div> <div>"이 사랑니는 그냥 안 빠져요. (어쩌고저쩌고~~ 구시렁구시렁~~)</div> <div> </div> <div> 그래서 사랑니 앞에 있는 어금니를 빼고</div> <div><br /></div> <div> 그다음에 사랑니를 뽑고,</div> <div><br /></div> <div> 뺀 어금니를 대신할 임플란트를 해 넣어야 해요."</div> <div><br /></div> <div>청천벽력이었다.</div> <div><br /></div> <div>사랑니 하나 빼기가 이리도 어렵단 말인가...</div> <div><br /></div> <div>아니, 돈이 이리도 많이 든단 말인가?</div> <div><br /></div> <div>물었다기보다는 여쭈었다.</div> <div><br /></div> <div>"그럼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div> <div><br /></div> <div>의사는 기분이 상한듯이 말했다.</div> <div><br /></div> <div>"저는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아니고요, 저기 간호사가 안내해 줄 것입니다.</div> <div><br /></div> <div> XX씨~ 이 환자분 상담해 주시고, 비용은 최대한 저렴하게 해주세요!"</div> <div><br /></div> <div>나를 탁자로 안내한 간호사는 각종 치료비와 할인을 말하면서 최대로 친절한 비용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하였다.</div> <div><br /></div> <div>나는 거리로 나왔고, 내 몸에 불친절하게 대하기로 결심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며칠이나 지났을까? 턱이 얼얼해질 정도로 입을 꽉 깨물어봐도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div> <div><br /></div> <div>턱이 통째로 뽑혀나간 것만 같은 통증 때문에 입을 벌리고 있으면 침이 계속 고였고,</div> <div><br /></div> <div>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나는 결국 예전에 다니던 치과로 흘러갔다.</div> <div><br /></div> <div>예전에 있던 간호사 누나 중 한 명은 결혼, 한 명은 이직...</div> <div><br /></div> <div>남은 누나 한 명이 내 전화를 받고 다른 간호사들과 함께 나를 반겨주었다.</div> <div><br /></div> <div>거의 4년이 지나서도 의사 선생님은 나를 기억해주셨다.</div> <div><br /></div> <div>진단을 마쳤고, 드디어 신경 치료하는 것보다도 겁나는 순간이 찾아왔다.</div> <div><br /></div> <div>"이 사랑니 좀 어렵네..."</div> <div><br /></div> <div>물론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망은 크지 않았다.</div> <div><br /></div> <div>단지 걱정되고 난처했던 것은 당시 임플란트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div> <div><br /></div> <div>어떤 핑계를 대야 창피하지 않게 치료비 상담 탁자에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그동안 어떻게 참았어?</div> <div><br /></div> <div> 사랑니가 이상하게 나오고 있어서 많이 아팠을 텐데...</div> <div><br /></div> <div> 너의 사랑니는 이래~~ 저래서~~ 좀 빼기가 어려워.</div> <div><br /></div> <div> 좀 아플 거야. 잘 참아봐."</div> <div><br /></div> <div>머지않아, 조각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단단한 바위를 사정없이 내려치고 깎는 조각가처럼 </div> <div><br /></div> <div>의사 선생님은 내 사랑니를 지렛대 같은 것으로 쑤셔서 밀고, 펜치 같은 것으로 잡아당기고, 망치와 정 같은 것으로 조각조각 내었다.</div> <div><br /></div> <div>내가 봐도 정말 힘들어 보이는 작업을 땀 흘리며 성심을 다 해주신 덕에</div> <div><br /></div> <div>첫사랑만큼이나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랑니는 그렇게 나와 이별을 하였다.</div> <div><br /></div> <div>치료받기 전, 치과로 가던 길에 무거운 근심이 어깨에 앉아서 나를 내리 누른 탓이었을까?</div> <div><br /></div> <div>흰 눈이 앉은 도로에 내 몸무게보다 그렇게나 깊이 새겨졌던 발자국은</div> <div><br /></div> <div>그 사랑니 무게만큼 가벼워져 나를 뒤따라오고 있었다. </div> <div><br /></div> <div>이후 며칠 동안 이별을 경험한 여느 때처럼 고통이 계속되었다가, 역시 여느 때처럼 상처는 곧 아물고 통증은 없어졌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2백만 원에 가까운 대가를 지급했어야만 했던 내 사랑니는</div> <div><br /></div> <div>단돈 몇만 원의 의료비로 그렇게 사라졌고,</div> <div><br /></div> <div>사랑니 앞에 있었다는 죄목만으로, 어쩌면 싱싱한 채로 뽑혀 나갈뻔했던 그 어금니는 </div> <div><br /></div> <div>건강하게 그 역할을 다하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div> <div><br /></div> <div>그리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환자의 건강한 생니를 뽑고 임플란트를 넣어서 자신의 배를 채우려 했던 그 치과는</div> <div><br /></div> <div>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성업하고 있다.</div> <div><br /></div> <div>지인의 부모가 그곳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는데, 그 연유가 의심스러운 것이 단지 내가 겪었던 과거의 쓰디쓴 기억 때문만이길 바란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 <div><br /></div> <div><br /></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