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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6-07-29
    방문 : 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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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comics_16638
    작성자 : Verso
    추천 : 3
    조회수 : 481
    IP : 58.140.***.140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6/07/29 22:28:45
    http://todayhumor.com/?comics_16638 모바일
    [신입인사 재중]누가 우리의 통수를 쳤나

    가입 후 첫 작성이라 이렇게 올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가끔씩 눈팅만 하다 세월로는 10년 넘게 들락거렸네요. 
    요새 부쩍 자주 찾게 돼서 차제에 가입했습니다. 사실 뉴스룸이 통수친 날 가입하려 했더니 휴대폰 인증 이후 갑자기 막히더군요. 
    그 다음날 '내부사정' 해소된 거 확인하고 겨우 가입신청 하니까 확인메일이 오지않고.
    역시나 눈팅만 했으나 아이디를 파둔 근근웹에 일단 작성을 했습니다. 
    누군가 들어줄 거라는 확신 속에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올려보니 뭐라지는 않는데 오유에 더 어울리겠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오늘 결국 가입한 김에 최초 올리려 했던 글을 옮기며 인사를 대신합니다.

    가입 첫글로는 좀 장문인 데다 민감한 시기에 신입주제에 시건방진 내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조금 걱정됩니다. 

    처음 보는 자가 '우리'를 강조하는 글이라 당신이 누군데 갑자기 그러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번 사태 이전부터 직접참여는 없었지만 눈으로 마음으로 함께해왔다 여깁니다.
    특히 여기서의 '우리'는 꼭 오유저, 웹갤러, 루리웹 유저가 아니라 이번 사태를 접하고 분개한 사람들 모두  
    '이번만은 한편(물론 '그... 들'은 빼구요)'이지 않나 싶어 한덩어리로 묶어 사용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또한 스스로 이 '우리'에 속하는 다수의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쓴글입니다.
    저는 자까님들과 키배를 뜬적도, 모 당에 당비를 낸적도 없습니다. 
    다만 그랬던 분들의 현재 분노에 공감합니다.

    어젯밤부터 깝깝한 마음을 풀어보려 쓰다보니 넋두리가 삼천장이 됐습니다. 
    그냥 가소롭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내용도 길고 해서 본문에서는 경어를 생략한채 옮깁니다. 한번 더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릴 적 읽었던 '탈무드 유머(그땐 유모아였나? 그래 나 아재다)' 중 대충 이런 내용이 있었다.

    두 유태인 노인이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오, 일주일만인가? 그런데 자네 안색이 아주 밝아졌네?"
    "그런가?ㅎㅎ"
    "저번엔 자네 딸년이 사위놈한테 두드려맞고 집에 와있다면서 그렇게 죽을 상이더니..."
    "아, 내가 그 사위자식에게 똑같이 복수를 해줬거든. 이젠 속이 후련~하네!ㅎㅎㅎ"
    "허허 이사람, 그래 그 녀석을 흠씬 패주니 그리 좋은가?"
    "아니, 똑같이 해줬다니까?

    그 자식 마누라년을 아주 시원~하게 두들겨줬지ㅎㅎㅎ."


    -
    내가 읽은 것도 수십년 전이고 그 책의 주장이 맞다면 수천년 역사의 탈무드와 함께 전해내려온 이야기다.
    우매한 자의 헛짓을 비웃으면서 '네가 때리는 내딸은 결국 네 마누라다', '복수라고 해봤자 네딸만 아프다'라는,
    요샛말로 '일침'을 가하는 풍자다. 
    그야말로 바닥이던 전근대 여성의 인권상황에서 가장 가까운 남자들의 등신짓에 결국 여자만 피를 보는 결론이 주는 씁쓸함은 덤. 
    여기에 '여자'와 '남자'대신 거의 모든 종류의 '약자'와 '강자'를 넣어도 같은 결론이 난다는 부분도 놓치면 아까운 감상포인트다.


    그런데. 풍자와 교훈을 위해 각색됐을 이 옛날이야기 속 저 등신짓이, 
    예수가 왔다가고 2000년이 훌쩍 넘게 지난 오늘날, 
    OECD회원국이며 문화로 세계를 어쩐다고 설레발치는 이 나라에서,
    여성 찾고 인권 찾는 무리들에 의해 지지 내지는 최소 암묵적 동의를 받고 있다는 것. 

    이 부분이 이 유모아의 진정한 클라이막스이자 백미가 돼 버렸다.

    저 탈무드유모아의 최초 저자가 구천에서 "캬~ 고건몰랐네!" 하고 마빡을 치다 그 관성에 하계로 환생할 일이다. 


    사실 그게 여성주의네 아니네, 니네가 뭔데 진정한 여성주의를 논하네 마네, 여성주의는 원래 그런 거네 아니네, 방법이 옳네 그르네 하는 이야기들
    은 이 모든 악다구니의 불쏘시개 중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사상과 언론의 자유고 아니고, 소비자 권리 행사고 노동권 수호고 하는 것도 비슷하다.


    화재에서 착화점이 어디였는지 살피는 것, 최초 불씨를 갖다 댄자가 누군지를 따지는 건 물론 중요하다. 
    허나 화재가 재난급으로 발전했을 때는 그 이상으로, 지금 신나게 타고 있는 이것들은 도대체 무엇이며 
    이 많은 연료가 어떻게 거기 투입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휘발유, 백등유 1:4 비율로 타고 있는 데다 물 퍼다 부으면 어찌 되겠나.
    그냥 언덕인줄 알았던 곳에서 폭발음과 불꽃이 계속 터지면 저거 혹시 탄약고 아닌가 알아봐야지 양동이부터 들고 뛸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복잡하고 비정상(非定常, unsteady)적인 사태 속에서 정확히 뭐가 얼마나 타고 있고 
    그 너머 또 뭐가 발화점을 향해 가열되고 있는지 누군가 확언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몇가지 근거를 맞춰보며 가장 위험한 접근방법부터 제외해가는 수밖에.
    뭐 그런 여유가 없어보이는 상황이기는 해서 섣불리 접근하느니 차라리 주변의 다른 가연물이나 치워놓고 
    탈대로 다 타고 터질대로 다 터지길 기다리는 게 어쩌면 가장 안전한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맘 같아선 TOT로 다 날려버리는 게 속 시원하겠지만 말했듯이 저 밑에 유전이 있는지 원자로가 있는지 알 게 뭔가)


    그런데 그것과는 약간 별개로 지금까지 몇 가지 단서가 포착됐고 
    그로부터 몇몇 가설이 사실로 확인받은 것 같다.

    그리고 이 확인된 사실들이 당장 이 사태를 진화하는 데 기여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태 이후의 방향을 잡는 데는 제법 중요한 기준점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첫째, 사태가 레벨업을 하는 분기점 마다 작용했던 폭발력은 '배신감'이었다.

    아끼고 애호하던 분야, 인물, 혹은 집단이 우리가 알던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됐을 때 우리는 반대나 혐오가 아니라 분노를 품게된다. 
    동네 깡패한테 맞는 열 대보다 불알친구가 갑자기 치는 뒤통수 한 대가 수만배는 더 열받는다.
    꼭 전쟁터가 아닌 일상 속에서도 피아구분은 존재한다. 
    우리 삶 속에는 무수히 많은 대립과 구분의 지점이 있다. 
    그걸 사이에 두고 전투도 하고 타협도 하고 연대도 하는 거지. 
    그리고 그 전선은 때와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새로 그어졌다 사라지고 다시 그어진다. 
    유산싸움 할 때 쳐 죽이고 싶은 동생새끼라도 옆집에서 시비걸 땐 금쪽 같은 내 동생이다.
    파업할 때 같이 팔 걷었던 김 선배도 선거에서 다른 당 응원할 땐 정적이다.

    이번 전선은 상식 대 비상식으로 읽혔다.
    전선을 기준으로 피아가 구분되고 각 병력이 집결했다.
    투입된 병력이 적 방향을 잡고 전방에 전개, 포격지원 무전을 때렸다.

    우리 진지에 포탄이 떨어진다.

    오폭하지 말라니까 오폭아니란다. 

    무슨 짓이냐니 이번 전선은 상식 대 비상식이 아니라 여성인권 대 남성폭력(남성들이 누려온 폭압적 기득권?)이란다.
    아니 그런 건줄 몰랐고 그렇게 보이지도 않지만, 그래 네 말대로 그런 전선이라면 역시 우리가 아군이고 저쪽이 적이 아니냐, 
    니네 지금 피아식별 못하냐...니까. 

    아니란다. 니네가 적이고 지들끼리 아군이란다.

    여기서 맛이 가는거다,



    둘째, 폭발이 지속성 화염으로 전환된 이유는 '모욕감'이었다.

    '우리'라고 믿었던 쪽에서 '아니'라고 한 것에 맛이 가 있는데 거기다 더해 욕을 보인다.
    전선이 갈라져서 피아가 바뀌는 것도 모자라 예전에 함께했던 기억도 날려버린다.
    같이해왔다고 믿었는데 우리는 그냥 저들이 뭔가를 하시는 데 따라다닌 '객'일 뿐이었단다. 

    애정으로 함께 키운다고 믿었던 시장은 오직 공급자들의 재능과 노력의 결실일 뿐이고 
    우리는 그냥 굿이나보고 떡이나 주워먹으러 기웃거리는 거지다.
    이 시장에서 가식적으로 눈치볼 필요조차 없는 상대인 우리는, 
    그 눈부신 재능과 피나는 노력의 결과에 감읍하며 찬양하는 것 외엔 아무런 존재의미가 없는 구경꾼이며, 푼돈이나 가끔 내는 주제에 고매한 창작의 대업에 어쭙잖게 나불거려서는 안되는 '일반인'이다.
    하물며 어련히 알아서 잘 판단하고 말하고 행동하실 창작자님들께 

    "저희들 보기에 이상한 짓 하시는 것 같다"

    고 감히 가르치려 들어서야 될 일인가.

    그 알량한 몇 푼 내면서, 소비자랍시고 제공되는 상품의 제작 참여자를 놓고 '일해라 절해라' 따지거나 

    "이러한 분이 만드신 상품엔 제 돈을 못쓰겠습니다" 

    하는 오만불손한 작태를 보여서도 안되는 우리는 신자본주의 경제 피라미드의 최하층 천민이다. 
    가끔 필요할 때 손 내밀어 주시니 감사하게도 '불가촉'은 아닌가보다. 


    상식적이라는 거, 아니 상식적이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하나로 지지하고, 이제 그 속에 참여하고 있다고 믿었던 정치집단에서 
    우리는 그냥 표몰이용, 이미지제고용, 재원조달용 '고객'이었고 '이 땅의 상식'대로 그 고객은 쓸때와 달리 읽을 때는'호구'라고 읽는 단어다.

    '우리'라고 믿고 같이 스크럼을 짜고 있는데 자꾸 애먼 데로 가길래 이거 뭐냐고 따졌더니 
    대답이 파발마를 타고 천릿길을 달려오는지 그거 듣는 데만 며칠.

    그 사이에 어디서 구했는지 박멸대상의 중상모략을 주워다가 "니네도 똑같은 새끼들아냐?" 

    헛짚었다니까 똑같은 헛소리를 잘도 주워다가 "아, 미안 그럼 이걸로~"

    대답이라고 펴봤더니 "이 스크럼은 잘 가고 있는데 뭣도 모르는 니들이 자꾸 뭐라고 하니 아량넓은 우리들이 일단 참아줄 게"...

    아니 이거 이런 식이면 여기서 빠진다고 하니까 "아직도 못알아 듣는 모양인데 내가 맞고 니네가 틀렸지만 

    니네 못알아듣게 설명해서 미안하다 가지마.
    (어차피 너흰 '우리'가 아니니까 가려면 이달 당비나 내고 얼른 꺼져라, 근데 일단 잡는 시늉은 했으니까 그게 내 탓은 아님. 소곤소곤)"

     
    하다하다 호암일보 방송사업부 뉴스를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사는 것도 힘들어 죽겠지만 
    보도부문 사장 하나 믿고 '쟤네가 그렇게 말했으니까..'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리저리 살펴봤더니 니네가 만악의 근원인 것 같은데? 
    너 너 너 너.. 어..그래, 저~기 쟤까지 다 한 통속이잖아?".


    '아군으로 알았던' 자들이 뒤에서 칼침을 놓더니 이제는 철천지 원수에다가 욕설로나 쓰일 존재에 갖다 붙이며 비아냥 거린다.

    이쯤 되면 아까 받은 충격이 분노로 바뀔 수 밖에.



    셋째, 그런데, 
    지금껏 이야기한 '배신감'과 '모욕감'은 실제 배신과 모욕에 의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배신감과 모욕감을 느낀거지 저들이 우리를 배신하고 모욕한 것이 아니다. 

    쟤들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거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고 천천히 읽자.

    배신감과 모욕감은 '그쪽'이나 우리가 '아군으로 오인했던' 자들의 어떤 실수나 의도적 잘못이 아니라 
    애초부터 갖고 았던 조건들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타난 결과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즉 '그것들 원래 그런 것들 이었다'는 얘기다. 그냥
    그렇게만 말하면 좀 서글퍼져서 돌려말하고 싶었는데 실패.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논쟁거리로서 '그쪽'
    -정확히는 '그쪽'에 대한 '어떤 분들'의 태도라고 본다- 
    이라는 꽤 화력 좋은 장작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이게 이처럼 강한 폭발력과 확장성으로 타오른 에너지는 사실 우리 내부에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와 그분들(같은 '우리, 혹은 최소 아군이라고 믿었던) 사이에 있었다.

    우리는 그걸 '신뢰'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들은 그걸 뭐라 부를지 모르겠다. 그런 뭔가 있다는 걸 인지나 했는지, 아니 그럴 필요를 느꼈는지도 이제는 전혀 모르겠다.

    그 '신뢰'로 인지된, 이 무언가 끈끈하고 안정적인 감정이, 

    사실 그닥 새로울 것도 없고 대단할 것도 없는 굉장히 흔히 봐 왔던 작은 이슈에서 튀긴 불꽃, 
    그리고 거기에 발화된 불쏘시개와 장작들 근처에 있다가, 

    지금껏 잘 가려져 있어 드러나지 않았던, 혹은 조금씩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던 그들의 모습이 마치 달의 뒷면처럼 우리를 향했을 때, 

    전혀 다른 감정으로 전환됐고 이것이 또 굉장히 공교롭게도 때맞춰 조성된 여러 조건들 속에서 
    난데없이 강력한 휘발성과 폭발력을 발휘한 거다.

    쓰다보니 감정 이입이 심하게 돼서 길게 만연체로 주절거려놨지만 

    간단하다. 

    원래 그런 것들인 거 이쪽만 눈감고 괜히 혼자서 '신뢰'랍시고 끌어안고 있다가 
    진면목이 드러났을 때 우리끼리 뒷목 잡았단 얘기다. 

    애초에 신뢰라는 것은 상호적인 감정일 것이다. 
    믿을 만한 행동을 하면 그 만큼 믿음을 주고, 믿음을 받은 만큼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

    이게 일방적으로 심화되면 그건 신앙에 가까울 것이다.

    저쪽은 이쪽에 대해 신뢰고 나발이고 비즈니스 마인드인데 이쪽만 혼자 철석같이 믿고 앉아있는 모습. 
    그런 '이 땅의 신앙'을 우리가 한 두번 본 게 아니고 하루이틀 본 것도 아니다.

    해방 이후로만 해도 
    민족의 해와달, 반인반신, 정의사회 구현, 황박사님, MB님이 다 해주실거야, 대통령한번만 해봤으면 좋겠어, 불패의 애국대오, 
    - 너무 '어느 한 쪽' 사례만 많은 거 같아 불편한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여기에 끼울 만한 그 '반대쪽' 사례가 얼른 생각이 안나서 그런다. 찾아보
    면 제법 있겠지 왜 없겠나. 양해바란다.-  등등.

    사실, 개인적으론 이른바 '주권국가'니 '민족'이니, '애국'이니 하는 것들을 저 범주의 제일 꼭대기에 두고 싶다. 

    신뢰는 상호적이고 쌍무적인데 이 나라 백성들은 일단 소속되거나 한번 믿기시작한 집단, 기관, 언론, 단체, 유명인 등에 대해 
    '기브 앤 테이크'가 심하게 비대칭 적이다. 
    백성이란 게 어디나 그렇긴 하지만 동북아 3국은 종특인가 싶을 정도고 
    거기 속한 이 나라 역시 나머지 둘에게 절대 쉽게 지지 않는다.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나 '그쪽'이나 '그..'들이나, 휴전선 이남이나 이북이나, 
    반도 서쪽이나 동쪽이나, 꼴통보수나 진보꼰대나, 
    매국친일세력이나 좌익용공세력이나 마찬가지다.
    그 대상이 다르고 각 개인별 정도차가 있을 뿐이지 집단으로 보면 그 평균치는 그리 큰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그나마 '우리가 아닌 이들'보다 평균치보다 조금은 더, 아니 어쩌면 상당히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최소한 그러길 희망한 것 같다. 믿을 만한 것들에 신뢰를 보내고 있으며 그만큼 보답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감사하시라. 당신들의 뒤통수는 그렇게 믿는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덜 아팠으리라.)

    오만한 건, 
    척박한 조국의 문화예술 토양에서 오직 스스로의 힘만으로 고고히 피어나신 불세출의 예술가님들이 아니다. 
    무지몽매하고 탐욕스러운 대중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지상낙원으로 이끄시는 냉철하고도 용맹한 투사님들 역시 아니다.
    오로지 진실만을 위해 뛰고 또 뛰며 불편부당한 보도로 사회 정의의 등불을 밝히는 대쪽같은 기자님들은 더더욱 아니다.

    오만한 건 우리다.

    우리가 뭐 그리 다른 집단과 달리 대단한 안목을 가졌다고 민감한 감시와 꼼꼼한 사실확인 없이 저들을 믿었나. 
    그쪽은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한동네 사는 어느 멋진 사람이 마주칠 때마다 빙긋 웃는다면서 어느새 커플링 디자인 고민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우리는 뭐라고 말해주는가? 

    웹갤과 루리가 레진을 불사르고 웹툰계에 대본소 시절 '심의필'의 족쇄를 채워도 달라지는 건 아마 없을 것이다. 
    저들은 끝까지 억울할 것이고 우리는 여전히 분할 것이다.

    웹갤의 따귀를 날리고 루리에게 배빵을 꽂은 것은 저 예술가님들이 아니다. 

    그것은

    이 나라 만화업계 생성 이래, 아니 반구대 암각화 이후 이 반도 예술사에 전무후무 공전절후할 천부적 재능의 현신인 저 기라성같은 대가분들을, 

    감히 우리 초파리들과 함께 시장을 만들어가는 동반자, 업계가 존속하게 하는 파트너, 즉 넓은 의미의 '동업자'로 격하시키고 
    그들과 '같은 편'이길 바랬던 우리의 교만이다.


    정의당이 탈당러시에 놀라 석고대죄하고 문예위와 당내 동조자들을 날려버린다 해도
    이번 대선 TV토론에서 기독당, 민주공화당과 함께 2부리그나 뛰다가 지리멸렬하고 
    다음 총선엔 녹색당 노동당과 합체해 논개처럼 스러져간다 하더라도 과연 뭐가 달라질 것인가. 
    저들은 마지막까지 당당할 것이고 우리는 그후로도 계속 깝깝할 것이다.

    선비들의 갓끈을 자르고 뒤통수를 후린 것은 저 진보지사님들이 아니다. 

    그것은

    물 샐틈 없이 치밀한 논리와 투철한 사상으로 무장하시고 
    진정한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를 몸소 체화하시어 내 쉬는 숨결 내 뻗는 손길마저 정의로우신, 
    이 나라 이 민족이 일찍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저 영명하신 엘리뜨들에게

    언감생심 우리 우민들을 같은 지향을 가진 동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할 대상으로 생각해 달라 생떼를 쓰고
    그들과 '같은 편'이라고 여긴 우리의 착각이다. 


    뉴스룸이 30분짜리 정정보도를 내고 손사장이 앵커브리핑에서 머리를 조아린들, 
    jtbc가 오보, 편향보도로 징계를 먹다먹다 퇴출되고 15번 채널에 24시간 국회생중계 채널이 개국한들,
    그땐 또 뭐가 그리 달라지겠는가.
    저들은 그저 다른 데서 하던대로 다른 뉴스를 만들고 우리는 또 하던대로 그런 뉴스를 접할 것이다.

    몰상식을 넘어선 반상식들과의 치떨리는 개싸움이 끝내 '曰ve 등'이라는 인구에 길이 회자될 찬연한 색칠놀이로 귀결된 이유는 저 '이 시대의 참 언론'이 아니다. 

    그것은 

    암흑 속에 서광을 비추는 한줄기 불빛이요 백절불굴 자주언론의 화신이자 
    품격과 올바름으로 이 나라 눈먼 대중들을 눈 뜨게 하시며
    전대미문의 철두철미한 팩트체크로 그 한마디 한마디가 곧 사실이며 진리인 저 진실의 수호자들께서

    인터넷에 모여앉아 시시덕 거리며 시간이나 죽이는 우리 한심한 무지렁이들 따위에 뭔가 의미를 부여해줄거라 믿고
    그들이 우리를 '우리'로 봐줄 거라 기대한 우리의 저능이다.

    네트워크 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무슨 짓을 하건, 범죄를 모의하건 인격을 모독하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사실을 날조하건, 
    연대를 이야기하고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건, 소비자의 권리와 상식을 주장하건 저 분들에겐 다 똑같은 놈들인 것을.


    이제 밝혀진 것 만으로도 우리에겐 교만과 착각과 저능함이라는 죄가 있다.

    죄상은 이제야 드러났지만 죄값은 지금껏 선불로 충분히 치른 것 같다.

    다만 진정한 속죄의 완성은 다시는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다시는 그 어떤 것들에게도 등신같은 짝사랑이나 칠푼이 같은 호구짓은 하지 않기로 하자.

    일단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뒤통수가 조금 덜 아플 것 같다. 적어도 난 그렇더라.



    이번 사태를 지나며 직간접 적으로 연루돼 다양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 
    딱히 직접 관계되지 않았음에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충격과 허탈감, 배신감과 모욕감에 분노하는 사람들 모두 적어도 이번에는 '우리'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를 포함해 계속 '우리'를 주어로 썼다. 
    대한민국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해동포주의가 실현되는 순간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게 다 이 땅의 선구적 여성해방지사들과 강철같은 민주진보세력, 정론직필 청정언론의 은덕이다. 절대 잊어선 안된다.
    아, 선진 문화예술의 영도자님들과 그들의 요람이자 이 나라 첨단 문화산업의 산실인 대한민국 예술계 최고의 명문사학을 빠뜨릴 뻔했다. 역시 가슴에 새기자.

    끝으로 이 모든 사태의 방아쇠를 당김으로써 끝내 우리를 눈뜨게 해준 그 분을 시작으로 한 마디 두 마디씩 정문일침의 가르침을 보태주신 모든 현자와 지사, 지식인분들께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존경과 애정을 담아 모든 꼬꼬마 스머프들의 보호자이자 천지만물의 대변자이신 Mother Nature의 이름으로 감사와 축복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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