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플랜 관련 논의가 열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마는 각종 숫자들, 전문용어, 기호 등에 질려 논의 내용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꽤나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그 중 한명이구요. 나름 수능볼 때는 수학 만점 받긴 했지만 그 이후 수학적 사고를 하질 않으니 이해력이 감퇴했다고 일단은 변명해봅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생겼고, 이는 저만의 아쉬움이 아닐거라 생각해서 전문 지식이나 수학적 공식을 사용하는 대신 문과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위주로 더 플랜의 내용을 비판해 볼까 합니다.
글을 적으며 몇번씩 검토하였지만 혹시나 논리의 비약,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등이 있으면 기탄없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제가 이해한 내용을 한 게시글에 다 적고 싶었지만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기에 여러편으로 나눠야 될테고, 2부나 3부 정도로 나눠 적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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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적는 영상의 시간은 [김어준의 파파이스#141] 더 플랜 - YouTube의 시간임을 밝힙니다.)
1. 미분류와 미분류 중 유효표에 대해
인터뷰이 : 김어준 언론인 (00:37:30 ~ 00:37:40)
"기계가 정상적으로 결국 사람이 판독해 낼 표를 너무 많이 미분류로 분류해 낸다."
위 인터뷰 내용과 같이 영화는 초반부에서 높은 미분류율을 지적합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K값은 '높은 미분류율'에 의문을 가지고 분석을 시도했기에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미분류율에 대해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인터뷰이 : 김어준 언론인 (01:14:16 ~ 01:14:59)
"기계가 정상적으로 판독했을 수도 있는 표가 분류표에서 카운팅되지 않고 미분류에서 카운팅이 됐다는 겁니다. 다시 설명을 하면, 전체 득표는 처음부터 정상으로 분류된 표 더하기 미분류에서 정상으로 판정된 표 이 두가지를 합친 거거든요. 그렇단 얘기는 분류에서 카운팅될게 미분류에서 카운팅됐을 뿐이지 그 합은 똑같아요. 이렇게 어렵게 이런 세팅을 할 이유가 없죠."
인터뷰이 : 데이비드 딜 교수 (00:56:17 ~ 00:56:24)
"멀쩡한 표인데도 기계가 미분류로 처리한 표에서 아마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위의 인터뷰들을 통해 영화에서 정의한 미분류표의 개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영화의 (00:38:40 ~ 00:39:15)에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이 부분에서 김어준 님은 미분류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구분선상에 투표한 경우 (무효표)
2. 복수의 후보자에게 투표한 경우 (무효표)
3. 기표 인주가 번진 경우 (무효표)
4. 정규의 기표용구 미사용 (무효표)
5. 분류기가 인식하지 못한 유효표 (유효표)
* 배경 CG도 알아보기 좀 어렵지만 참고를 위해 첨부합니다. 선명한 화면은 시간을 적어놨으니 유튜브에서 찾아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는 다음과 연결됩니다.
배경 화면 자막 (00:46:18)
'한국의 투표지 분류기는 옵티컬 스캐너 방식이고'
인터뷰이 : 데이비드 딜 교수 (00:49:15 ~ 00:49:30)
"관리가 잘 된 선거에서 옵티컬 스캐너를 사용할 경우 미분류표의 비율은 일반적으로 1% 미만입니다. 따라서 3%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인터뷰이 : 필립 스타크 교수 (00:56:02 ~ 00:56:15)
"이 경우는 제가 봤을 때 오류율이 3.3%라는 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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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건들을 놓고 다시 살펴 봅시다.
더 플랜은 "미분류표 중 유효표를 '분류기가 멀쩡히 인식해야 할 정상적인 유효표지만 오류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분류하지 못한 표'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가 잘 된 선거'를 기준으로 1% 미만이 나와야 할 미분류율이 3.66%가 나왔다는건 너무 높다고 판단했다."라 정의내렸음을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의에는 오류가 있습니다.
일단 기사 하나 보고 오시죠.
JTBC - [팩트체크] 유효? 무효?…애매한 무효표 기준, 알아보니 (영상으로 보시려면 ~ 05:18까지만 보시면 될 겁니다.)
유효표와 무효표의 판정 기준을 다루고 있지만, 저 표들은 분류기를 통과하면 미분류로 분류됩니다. 결국 어떤 조건에서 미분류로 빠지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근거로 보시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본다면 '1. 구분선상에 투표한 경우'와 '3. 기표 인주가 번진 경우'는 '공식 기표 용구를 사용하고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경우' 유효표로 인정됩니다. 더 플랜에서 정의한 내용과 다르죠.
또, '5. 분류기가 인식하지 못한 유효표'도 재고의 여지가 있습니다. '분류기가 멀쩡히 인식해야 할 정상적인 유효표'만 있는게 아닙니다.
이를 얘기하기 앞서, 투표지분류기의 분류 원칙에 대해 알아보고 갑시다.
18대 대선 투표용지에 각각 조건에 맞게 색을 입혀 보았습니다.
투표지분류기를 작동하기 전, 깨끗한 상태의 투표용지를 스캔해 놓습니다. 이를 기본 데이터로 삼아 스캔하는 투표지들을 인식해 조건대로 분류하겠죠.
우선 노란색의 절취선과 일련번호 부분은 체크하지 않겠죠. 절취선을 따라 절단하니 투표지에서 존재하지 않는 부분이고, 투표관리관 인장 날인 부분은 투표소마다 다르니 일괄 적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파란색 부분은 기준으로 삼은 투표용지와 비교해 다른점을 발견하면 미분류로 보낼 것입니다. 위ㆍ변조된 투표지를 걸러내기 위함이죠.
마지막 빨간색 부분의 기표란은 설정된 범위를 기준으로 어디에 기표됐는지, 기표용구와 모양이 유사한지 여부 등을 체크해서 각각 후보자의 분류함 또는 미분류함으로 보낼 것입니다.
실제 표시한 범위대로 엄격하게 적용하는지 여유를 두고 적용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대략 이런 시스템으로 흘러간다는 점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것입니다.
팩트체크를 기준으로 볼 때, '기표란 외 파란색 영역에 기표했지만 한 후보자의 영역에만 기표한 경우', '기표용구 대조시 유효표료 인정되는 비율보다 적게 기표된 경우', '정상적으로 기표했고 무효표로 인정될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투표지의 변질(잉크번짐, 찢어짐 등)로 인해 위ㆍ변조된 투표지로 판단할 경우'같은 상황들은 미분류로 빠지지만 유효표로 인정되는 상황이겠죠.
이것 외에도, 개표상황표를 살펴보면 '미투입'이란 항목이 있습니다. 이는 투표지의 오염이나 훼손 정도가 심해 분류기에 투입할 수 없는 상태의 투표지를 말합니다. 분류기에 투입하지 않았지만 미분류포에 수량을 포함시켜 심사집계부로 보내는거죠. 이도 미분류 중 유효표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미분류표 중 유효표는 더 플랜에서 정의한 5번의 경우만 있는게 아니라 다른 조건들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위 사실을 바탕으로 다시 더 플랜의 주장을 뜯어보자면 '결국 유효표로 인정됐지만 미분류료 빠진 표'는 '기계의 오류로 인한 유효표의 미분류'라는 단일 변수만 적용하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상황이 작용한 결과이기에 'K값은 1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줄어들게 됩니다.
K = 1.5라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이 외부에서 조작한 결과가 될 수도 있고, 노인 가설에서 주장하는 내용대로일 수도 있으며, 면적설도 가능성이 있겠지요. 다만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제가 판단한 결과는 외부조작설보다 노인 가설쪽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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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이 가설들을 어떻게 검증하느냐?
이에 대한 논의도 많이 진행되었습니다만, 이해하기 힘든 문과적 두뇌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쉬운 방법을 생각해봅시다.
이론이 아니라 실 데이터를 까보는, 즉 재검표를 하는게 확실하겠네요.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미분류가 발생하는데 어떤 요인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할 수 있느냐'가 될 겁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투표지분류기가 왜 유효표를 미분류로 보냈는지 알 수 있는 로그를 저장하는 것이겠죠.
위 사진 빨간 네모박스가 분류기 프로그램 구동 장면입니다.
정상 분류된 유효표는 기호란에 몇번 분류함으로 들어갔는지 표시되고 미분류의 경우 오른쪽 미분류코드 칸에 코드번호가 기록되어 왜 분류기가 이 표를 미분류로 보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로그를 저장해 투표지 스캔파일과 같이 보관한다면 좋겠지만, 스캔 파일만 남을 뿐 로그는 따로 저장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다고 아예 알 수 없느냐면 그건 아닐 것입니다.
부산광역시 북구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입니다. 해당 링크로 가보면 개표 사무원 행동 매뉴얼이 있습니다. 이 중 심사집계부 매뉴얼을 살펴봅시다.
여기서 '유효투표집계전(분류된 투표지)', '유효투표집계전(미분류된 투표지)'란 용어가 등장합니다.
이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검표가 끝난 투표지를 보관할 때 크게는 투표구별로 구분하고, 그 안에서 후보자별로 분류하는데 이 후보자별 투표지는 분류된 투표지 묶음과 미분류되었지만 유효표로 인정된 투표지 묶음으로 나누어 보관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각 셀은 묶음을 의미하고, 분류된 투표지 묶음의 제일 앞에는 유효투표집계전(분류된 투표지)를, 미분류된 투표지 묶음 제일 앞에는 유효투표집계전(미분류된 투표지)를 첨부하여 밴딩하는 것이죠.
말이 길어졌지만 요점은 투표지를 보관할 때 유효표라고 하더라도 다 섞어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분류된 표와 미분류였지만 유효표를 나누어 보관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재검표 시 이 미분류된 투표지들을 조사해보면 무엇이 미분류율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볼 수 있겠죠. 투표지 보관상태라던가 육안으로 봐서 미분류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들이 있겠습니다만, 분석에 필요할 정도의 데이터는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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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쓰려고 했는데 많이 길어졌네요. 필요하지 않은 잡설도 꽤 들어간 것 같구요.
다만 이 글이 왜 더 플랜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가에 대한 설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논리의 비약이나 오류가 있다면 지적해 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141] 더 플랜.mp4_20170508_174004.163.jpg](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5/14942329756da2a656981f406889cd3844be619154__mn723382__w1280__h720__f44075__Ym20170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