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도 동인계 몸 담고 있는 사람이고 sns도 활발히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짹짹이 잠시 쉴려고 닫은 사람입니다.
그 뒤로는 여러 커뮤니티들 보면서 이 사건 주시하고 있는데 동인계 자체를 아예 불태우잔 여론도 심상치 않게 나오더라구요. 하하.. 하지만 그 여론에 차마 적극적으로 반대도 못하겠습니다.
2천년대 즈음에 '일빠들의 일탈' 정도로나 여겨지던 동인 문화가 그래도 어느정도까지 커지고 신문기사에서 '오타쿠'들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들도 실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 몇몇 회사들이 2차 창작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고 동인 출신 작가들이 정식 작가가 되기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허나 동인계는 태생이 서브컬처 중에서도 음지에 가까운 문화이고 동인계 시장 역시 웹툰계처럼 몸집은 커져도 내실이 잘 다져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문제가 많습니다. 2010년도 즈음 와서야 겨우 자정되기 시작한 문제들이 있고 아니면 아직까지도 여전히 자정되지 않은 문제들도 있죠.
당장 제가 있는 곳만 하더라도 불과 2~3년 전까지만해도 커플링 관련 싸움이나 헐뜯기가 만연하다가 최근에야 자정하기 시작한거고 네임드들의 병크 역시 많습니다. 그때마다 사과를 하고 동인계를 떠나고 조리돌림 당하는 사람들도 나왔지만 여전히 동인계에 대한 말은 많죠.
지금 가장 말이 나오는 동인계의 폐쇄성 문제가 가장 대표적이죠. 트위터가 오픈된 sns 같지만 실상으론 상당히 폐쇄적입니다. 2차창작러들이 트위터 이전에 몸담고 있던 플랫폼이었던 블로드나 이글루스, msn 역시 폐쇄적인 성향을 띄고 있지만 트위터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팔로우로 서로 친목을 공고히 다지만 그 뒤론 지인들이 리트윗으로 물어다 주는 정보로만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마음에 안들면 블락이나 뮤트 기능으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쳐내거나 리트윗 따라 들어간 계정에다 무논리를 펼쳐 그 사람을 마구 짓눌러대죠. 이런 친목 라인이 공고해지면 결국 누군가가 작정하고 선동하기 시작하면 휩쓸릴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어쩌겠어요.. 내 의견이 달라도 지인이 뭐라 할까봐 말도 못하는데..
그러다보니 동인계에선 네임드들 말 몇 마디가 그야말로 진리로 떠받들여지고 자연스레 네임드들이 갑이 되는 겁니다. 네임드들이 조리돌림질을 하면 추종자들 역시 우르르 조리돌림질을 하고 네임드가 무슨 캐릭이나 커플링이 싫다고 하면 추종자들 역시 마음껏 헤이트 발언들을 쏟아내죠.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동인계를 나와 프로로 나와서, 일말을 직엊 교육도 없이 투척되었다 생각하면 안봐도 비디오일 겁니다. 음지에서 자기가 엣헴 소리만 해도 알아서 벌벌 기어주고 간이고 쓸개고 다 바쳐주고 했으니 독자들도 똑같이 보일 게 뻔하죠. 트위터엔 여전히 자길 떠받들어 주는 사람들이 많고 트위터 안에서만 정보를 접하니 생각이 갇히게 됩니다. 그런데 트위터 세계와는 반대로 자기는 욕을 먹고 있네요? 그러니 괘씸해서 독자들에게 덤비게 되고 결국엔 이번 사건까지 가게 된거구요.
성찰과 반성 없이 내실만 불려가는 시장은 결국 자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갇힌 이들에겐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구요. 당장이야 자기가 이긴 것 같아 보이지만 해당 사건으로 제기된 민원 같은게 돌아오게 될 경우 웹툰계는 물론이고 2차 창작 시장 역시 1차 bl 시장이 그러하듯 음지로 더욱 숨어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