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첫번째 대학생활은 잘 생각도 안날 정도로 출석률이 저조했었는데</div> <div>그 와중에도 기억나는 애가 하나 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신설된 학부여서 선배도 없었다. 우리가 전부였다.</div> <div>우리과는 학부 특성상 정원 80명에 남자가 12명인 비율이었다.</div> <div>그나마의 남자들도 왠 언니 한명이(추후 과대) 대여섯명을 독차지하며 캠퍼스 생활을 누렸다.</div> <div><br></div> <div>과대언니는 그 중 한명인 남자A와 사귀게 된다.</div> <div><br></div> <div>당시 남자A는 나와 동갑 20세.. 언니는 24세였기에</div> <div>상당히 이슈가 되었지만.. 난 별 관심없었다. 쭈구리였으니까.. ㅠ</div> <div><br></div> <div>남자A가 군대에 가고 과대언니는 외로워졌다.</div> <div>신입들이 들어오면서 우리과는 정원 160명 중에 남자는 20명이 되었다. </div> <div>기존에 언니와 다니던 남자들이나 신입생 남자들이나 모두 신입생 여자애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ㅠㅠㅠ</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언니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신입생과 함께하는 첫 엠티에서 꾀병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div> <div>중요한건.. 같이 병원에 가준 사람들이 전부 여자였기에.... </div> <div>그 언니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괜찮다며 다시 엠티장소로 돌아왔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또 아프다고 뒹굴었다.</div> <div><br></div> <div>언니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신입생들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다 이불킥을 하고싶을 정도로 부끄럽다. 지금도..</div> <div><br></div> <div>같이 병원에 다녀온 여자애들이 저 언니 이상하다며 수군거렸고</div> <div>엠티 이후에 언니의 모습은 점점 보기 힘들어졌다. </div> <div>아마 부끄러움에 공부만 열심히 한것 같았다. </div> <div>나중에 장학금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었다.(대단)</div> <div><br></div> <div>시간이 흘러..</div> <div>남자 A가 제대를 하고 복학을 했다.</div> <div>나는... 출석일수 부족으로 휴학권유를 받아 (ㅠㅠㅠㅠ)</div> <div>1년 휴학하고 거기에 재수강하는 과목이 있어서</div> <div>남자A와 같은 과목을 듣게 되었다.</div> <div><br></div> <div>얼굴만 알았지 이름도 모르던 남자A.</div> <div>낯선 후배들 사이에서 나를 발견하고는 반가워하며 말을 걸어왔다. </div> <div>이상하게 조금 떨렸다.</div> <div><br></div> <div>남자A는 상당히 내성적인 성격이란 얘기를 들었는데</div> <div>얘기를 나눠보니, 엉뚱하고 살짝 4차원이란 느낌이었다. 츤데레느낌도 들고.</div> <div><br></div> <div>같이 담배도 피고 남자A의 고충도 들어주고 하면서 가까워졌지만..</div> <div><br></div> <div>그때만 해도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div> <div>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카톡으로 안부를 묻고 할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안부가 궁금해도 물어볼 수 없고, </div> <div>같이 수업을 듣는 날이 아니면 마주치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div> <div>그냥 막연하게 언젠가는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라고 기대만 하던 나날이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얼마 후, 그 과대언니와 남자A가 다시 만난다는 소식을 접했다. </div> <div>재주도 좋지. 도대체 어떻게? 무슨수로?</div> <div>나는 그 언니가 싫었다.</div> <div><br></div> <div>뭐, 이후에는 남자A와 같이 듣던 강의도 종강되고 </div> <div>학부내에서 서로 다른 과를 선택하면서 영영 얼굴보기도 힘들게 되었다.</div> <div><br></div> <div>졸업식때 얼핏 본것도 같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졸업 후 나는 다른 학교로 편입을 하고, 몇년 후엔 취직을 했다.</div> <div><br></div> <div>어느날, 퇴근 후 친구들과 만나서 영화를 보기로 하고</div> <div>영화관 근처의 버거킹에서 저녁을 먹으며 상영을 기다리기로 했다.</div> <div>나는 버거킹 치킨버거를 좋아하므로, 야심차게 주문을 하려고 다가가는데... </div> <div><br></div> <div>매니저 옷을 입은 남자직원과 눈이 마주쳤다.</div> <div>남자A였다. 순식간에 명찰까지 확인했다. </div> <div><br></div> <div>남자A였다.!</div> <div><br></div> <div>남자A는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멍하니, 나도 멍하니..</div> <div><br></div> <div>정적을 깬건 그였다.</div> <div>"주문하시겠습니까?"</div> <div><br></div> <div>아.. 나는.</div> <div>사실 남자A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지 않았을까</div> <div>막연하게 바랬었던 거 같다.</div> <div>근데, 나를 바라본 눈빛은 전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div> <div>그냥 내가 멍하니 보니까, 당황해하는 것 같았을뿐..</div> <div><br></div> <div>나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주문을 하고</div> <div>모르는 사람처럼 그렇게 햄버거세트를 받아왔다.</div> <div>같이 있던 친구에게도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그냥, 다소 엉뚱한 구석이 있던 남자A도</div> <div>사회에 나오니 나같은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말거는</div> <div>어쩔 수 없는 직장인이 되었구나.-</div> <div><br></div> <div>라는 자조적인 생각과 함께 남자A는 그렇게 기억 저편으로 떠나보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다시는 그 버거킹에는 가지 않았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