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align=center><img src="http://solomoon.ktdom.com/spboard/id/208/screen_shot/C6E4~2.JPG" border=0 width=498 height=275></div><img src=http://solomoon.ktdom.com/spboard/img/img_skin/03-1001/zero.gif width=100% height=16><br>

<center>아오이 <br><br>갑자기 편지 보내는 거 용서해 주길 바래. <br><br>그리고, 아마 이 편지가 처음이자 <br><br>마지막으로 보내는 아주 긴 편지가 될 거라는 것도. <br><br>나는 지금. 우메가오카의 아파트에 있어. <br><br>피렌체에서 도망쳐나와, 그래. 도망쳐 나와 일본에 돌아온지 얼마 안돼. <br><br>오늘, 오랜만에 시모기타에 갔다왔어. <br><br>너를 만난 그 곳이지. <br><br>그 거리, 그 가게에서 우리는 스쳐 지나갔지. <br><br>말도 나누지 않은 한순간의 스쳐지나감을 나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는지... <br><br>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br><br>너는 의아해 했지만 나는 그 미술관에 이전부터 자주 다녔었고, <br><br>그곳 안내창구에 여자애가 온 것도 알고 있었고, <br><br>그 애가 아르바이트라는 것도, 학부는 달라도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것도, <br><br>그리고 그 애가 항상 외톨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br><br>혼자있는 것에 냉정해질 수 있는 여자. <br><br>나는 네가 정말 강한 애라고 생각했었어. <br><br>하지만 실제의 너는 달랐어. <br><br>외로워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br><br>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한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어. <br><br>그때 우리는 둘다 스무살이었고, 아직 어린애같았어. <br><br>하지만 왜 그렇게 두근거렸는지... <br><br>처음 걸려온 너의 전화. 첫데이트의 약속. <br><br>만나던 찻집. 처음으로 함께 본 영화. <br><br>마음에 드는 음악이랑 책이 있으면 <br><br>나는 누구보다도 먼저 너에게 알려줬지. <br><br>우리들은 많은 얘길 나눴었지. <br><br>너의 어린 시절 이야기. <br><br>너의 아버지는 일본인이고 그래서 너는 아오이라는 일본 이름을 갖게 된 것. <br><br>그 아버지가 일찍 사고로 여의고 어머니의 재혼상대 가족과 살게 되었고 <br><br>넌 아무리해도 정을 붙이지 못했다는 것. <br><br>줄곧 고독했었다는 것. <br><br>조국을 알고 싶어서 유학을 결심했다는 것. <br>　 <br>너는 자신이 머물 곳을 찾고 있다고 했지. <br><br>처음으로 네가 내 방에 들렸던 날. <br><br>그날 밤, 난 밤새 네 생각을 하느라 한숨도 못잤어. <br><br>너와 함께 보낸 그 때의 모든 것이, <br><br>변하지 않고 남아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br><br>우리가 만나던 찻집은 지금은 철거되고 새로운 건물로 변해버렸어. <br><br>그 중고 레코드점도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고. <br><br>그 거리에는 이제 없어. <br><br>기억하고 있어? <br><br>우리가 즐겨찾던 대학 기념강당의 옆 콘크리트 계단에서 <br><br>첼로를 연주하던 학생이 있었다는 걸. <br><br>항상 똑같은 곡의 항상 똑같은 부분을 틀리던, <br><br>그 학생의 서툰 첼로 연주에 우리는 웃었었지. <br><br>처음 키스한 그 장소에서, 그 때 들었던 곡목을 <br><br>아오이. 나는... 이젠 잊어버렸어. <br><br>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이야기. <br><br>그래... 이젠 지난 이야기야. <br><br>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br><br>밀라노까지 너를 만나러 갔을 때, <br><br>어른스럽게 행동하지 못한 나를, <br><br>지금은 몹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어. <br><br>미안했어. <br><br>함께 살고 있는 남자 친구에게도 안부 전해 줘. <br><br>잘 지내. <br><br>마지막으로. 네가 행복해서 다행이야. <br><br>멀리 밀라노의 아오이에게 <br><br>이제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쥰세로부터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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