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에 있는 중학교 때 공부 좀 잘했던 애들.. 글을 읽고 답답해서 글을 남깁니다.
글쓴이님 같은 분들이 로스쿨에 대한 인상을 더 안좋게 할 것 같아 걱정이네요.

저도 현재 서울 소재 대형로스쿨에 다니고 있고, 오유 덕분에 합격했다고 글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공부로 쌓이는 스트레스를 가끔 오유에 들어와 풀면서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중학교 때 공부 좀 잘했던 애들이 뭐하고 있는지 알아?' 라는 글쓴이님의 의도가
처음부터 나쁜 의도였을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글쓴이님이 기억하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걸어온 인생은 하나도 남김없이 자신의 흔적으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건 현재 자신의 직업/소속보다 더 중요한 것이며
당신이 위치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이상 당신의 과거의 위치도 똑같이 판단대상임을 잊지 말아 주세요.

글쓴이님은 어린 시절 공부를 안 하다가 뒤늦게 공부를 해서 대학원에 들어왔을 뿐입니다.
로스쿨에는 외고-유학, 외고-SKY 출신이 대다수입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어릴 적부터 공부를 했고, 지금까지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시합격생의 과반수도 명문고-명문대 출신의 어릴 적부터 죽어라 공부한 사람들입니다.
글쓴이님이 어린 시절 공부를 안했지만, 지금은 로스쿨이라 만족하는 순간
이미 글쓴이님은 잘못된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본인이 중학교 때 공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열배 스무배 더 공부해야 할 때입니다.

로스쿨생이면 졸업하여도 사회의 평가는 냉혹할 것이고, 
글쓴이님이 말하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잘해서 지금까지도 공부잘하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글쓴이님이라면 뒤늦게 공부해서 대학원에 만족하는 사람을 뽑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외고-명문대 출신 또는 사법연수원 출신을 뽑으시겠습니까?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언어점수만 합치면 1900점을 넘습니다.(영어,일본어)
하지만 스스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거나, 공부방법이 옳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지금도 시행착오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로스쿨 생의 위치는 죽어라 노력해야 하는 위치에 불과합니다.
만약 글쓴이 님이 법학 전공이 아니라면 두 번 죽을만큼 노력해야 합니다.
글쓴이님이 외국인이 아닌 이상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방법이 옳았다 알려줄 때가 아닙니다.

부디 잊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글이 길어져서 죄송스럽습니다만 조심스레 올리고 싶은 말씀도 있습니다.

위 글쓴이님의 글들의 댓글을 보며 새삼 알고있던 냉정한 평가들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더욱 더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또한 로스쿨에 대해서 생각하실 때 조금은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것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로스쿨은 '다른 가치관'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과거 사시제도에도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게 옳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과거 사시제도는 적어도 준 법학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에 가까웠다면
로스쿨은 이른바 법 기술자를 양성하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시가 완성된 법조인을 만들려고 했다면, 
로스쿨은 많은 기술자를 만들어 경쟁과 실무경험에 중심을 두려고 했던 것입니다.

물론 앞으로 긴 과도기가 있을 것이고, 지금은 불완전하다고 느껴지시겠지만
로스쿨을 도입한 한국/일본이 그냥 미국 로스쿨이 선진제도라는 이유만으로 도입한 것이 아니라
지식이 완성된 법조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무로 완성되는 법조인을 추구하려고 했다는 점만은
로스쿨에 대해 생각하실때 조금이나마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로스쿨 생들은 편하게 기득권이 되려고 온 것은 아닙니다.
물론 솔직히 이익집단이 전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다만, 제가 들어와서 보고 느낀 대다수의 사람들은 더 많은 연봉을 위해 온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행에 다니시다 온 분, 교직원을 그만두고 오신 분, 두 자녀를 두고 계신 분
오늘도 직장에 관련된 글이 올라오셔서 아시겠지만, 로스쿨에 온 저를 비롯한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정말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 온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직장을 다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야근이나 밤샘도 지겹지만
가장 답답한건 스스로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해야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눈치를 보며 퇴근하지 못하고, 부장님 과장님의 잘못된 지적에도 일단 넘어가야 하고
아무래도 조직이다보니 정치적인 부분도 없을 수 없고..
물론 사회인이므로 이러한 부분을 잘 극복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일 것이고
그건 법조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요구되는 것이겠지만,
한번쯤은 내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 보신적 있으실 겁니다.
다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신 적도 있으실 겁니다.
대다수의 로스쿨생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로스쿨을 졸업하더라도 반드시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만
다만, 많은 사람들은 그런 생각으로 로스쿨에 왔다는 것도 한 번쯤 생각해주세요(__)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스쿨은 많은 변호사를 배출하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정원제 변호사시험을 반대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사시가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변호사단체가 국민의 편인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외국과 대비하여 1인당 변호사수를 말씀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변호사라는 전문직이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음으로 인한 문제를
법률서비스의 질이라는 명문으로 변호사 수를 제한하려고만 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법시험 합격자를 2배로 하면 되잖아 라는 지적에는 공감합니다)

변협은 많은 변호사들이 나오면 당연히 법률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 당연히 말하지만
그건 현재의 법률시장의 구조와 변호사들의 기존 사고방식에 근거한 것이며
변호사의 수가 적다고 법률서비스의 질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로스쿨 첫 졸업 해에는 현재보다 2.5배 많은(사법연수원생 포함) 변호사가 배출됩니다.
현재 법률시장 구조로는 이 사람들이 모두 로펌이나 판검사가 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치열한 경쟁이 있게되고, 송무 등 기존 변호사의 주된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은
상위 몇 프로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본래 로스쿨의 취지가 있습니다.
로스쿨의 취지는 법조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큰 중점이 있습니다.
송무 등 기존 변호사의 주된 업무가 수용하지 못하는 자격소지자 들은 사회 다방면에 진출할 것입니다.
이들이 하는 활동, 먹고 살기 위해서 변호사가 없는 시골로 어쩔 수 없이 가는 일들..
이런 것들이 결국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은 분명합니다.

로스쿨생들이 착하고, 공익을 위한 마음이 투철해서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직에도 경쟁이 더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자격소지자를 제한하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직장을 다니시다 온 분들이나 많은 분들은 로펌 취직이 아닌
연구소나 일반회사 취직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취직만 시켜주면 가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역시 아름다운 이상 그런 것 때문이 아닙니다.
로스쿨 생도 냉정한 사회의 인식과, 졸업 후의 냉정한 경쟁이 기다리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걱정많은 변호사자격증 소지자들의 존재는 바람직한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합격율이 높아야 된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일본처럼 로스쿨을 나오지 않은 사람도 일부는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많은 변호사를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니까요.
하지만, 변호사 수를 제한하려는 방식의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로스쿨을 만든 이상 로스쿨생도, 법무부도 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에 달필이 아니어서 죄송스럽습니다.
로스쿨에 대해 설득시켜드리기 위한 글도 아니고, 로스쿨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로스쿨에 대해 생각하실 때 이런 점들도 함께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빙판길 조심하세요^^
그리고 오유운영자님 항상 감사합니다(__)(--)(__)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