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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을걷는다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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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abinogi_140998
    작성자 : 겨울을걷는다
    추천 : 19
    조회수 : 1231
    IP : 180.148.***.12
    댓글 : 21개
    등록시간 : 2016/03/29 12:21:09
    http://todayhumor.com/?mabinogi_140998 모바일
    악마를 보았다. (네타주의)
    어제 밤, 메탈스켈레톤에게 팅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메인스트림 도전은 끝났다. <div>힘든 여정이었다. 바리던전을 클리어하고, 실패했던 녹색 구슬던전에서 헤비 가고일을 잡아냄으로써 어쩌면 약간은 우쭐해져 있을지도 모른다.</div> <div>절대 불가능할것 같았던 헤비가고일을 잡아냈으니, 이제 내 마비생활은 탄탄대로로 흘러가, 여신을 구하고 에린의 영웅이 되어</div> <div>NPC들이 내 활약을 칭송하며 새로 태어나는 뉴비들에게 하는 첫 축복의 속삭임이 내 이름이리라 생각했다.</div> <div>하지만, 검은구슬 던전의 지하 3층. 한 시간을 넘게 사투를 벌인 내 캐릭터의 HP는 빨간색보다 검은색이 더 많았다.</div> <div>나오의 도움은 없다. 원격 부활은 캐시였다. 망할 넥슨. 하지만 여태 벌인 전투들로 미뤄봤을 때, 이 이상 힘든 몹이 나올 것 같진 않았다.</div> <div>다수 인식도 없고, HP 물약은 충분했다. 스테미너 포션 또한 넘쳐났다.</div> <div>이게 내 방심의 원인이었다.</div> <div>상자를 열자 몹들이 튀어나왔다. 정신없이 대시어택과 어퍼컷과 드롭킥을 날리며 하나하나 몹을 잡아나갔다. 가끔 무리하게 연계기를 사용하느라 다중인식에 걸리기도 했지만, 공략에서 본 첫 영웅재능 덕에 위기탈출을 얻은 나에게 무서울 건 없었다.</div> <div>그랬어야 했다.</div> <div>내 드롭킥을 맞고 날아간 메탈스켈레톤이 피가 거의 없는 상태로 나뒹굴고, 난 디펜스를 걸고 상대의 반응을 살폈다.</div> <div>허무하게 디펜스를 치는 메탈스켈레톤의 평타를 비웃으며 AI따위.. 날 이기려면 알파고를 들고와라! 하며 평타를 때리는 순간</div> <div>띵~</div> <div>영창피아노의 맑은 소리가 울렸고, 그 소리는 곧 내 죽음의 선고였다. 병풍 뒤에서 듣는 종소리의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다시 디펜스를 걸려고 했으나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허무한 쿨타임 메세지만 허공에 메아리 치고, 곧바로 카운터어택을 준비했으나 그 땐 이미 늦었다. 메탈스켈레톤의 차가운 칼이 내 오장육부를 뒤집어 놨고, 결국 난 죽었다.</span></div> <div>마영전 레이드 솔플에 실패했을 때도, 사이퍼즈를 하며 아무리 열이 받아도 절대 하지 않았던, 20만원짜리 귀중한 내 키보드에 샷건을 치며 하루는 끝났다.</div> <div><br></div> <div>그랬어야 했다.</div> <div><br></div> <div>허무한 마음과 분노에 가득 차 키보드를 어루만지며 마비게시판에 오늘의 일을. 내 분노를. 키보드의 복수를 잊지 않으려 글을 작성하고 남은 시간동안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평화의 마음을 갖기 위해 축포 알바를 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내 화면에 누군가가 나와 친우의 정을 맺고 싶다는 창이 띄워졌다.</span></div> <div>누구지? 스팸인가? 요샌 게임 메신저에서도 스팸이 있나? 궁금했다. 일단 친구 수락을 하고 난 후, 메신저 창을 띄워서 누구냐고 물어볼 찰나</div> <div>"게시판에서 글을 보고 연락드렸습니다..."</div> <div>"보험 안들어요"</div> <div>"아니 글 보고.."</div> <div>"핸드폰 안바꿔요"</div> <div>"바리던전.."</div> <div>"종교 안믿어요. 다단계 안해요."</div> <div>이미 영창피아노의 맑은 팅 소리만 귓가에 맴도는 나에겐 상대의 말이 보이지 않았고, 그런 나에게 침착하게 자신의 목적을 설명한 분은 아재셨다.</div> <div>본인이 본인을 아재라 칭하셨다.</div> <div>"제가 도와드릴게요. 같이 해요"</div> <div>그 시간 11시 30분.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내 특성상 지금 게임을 바로 끄고 자더라도 1시간에서 2시간은 뒤척일 것이고, 내일 회사에서는 중요한 현장점검과 본사 점검이 예정되어있다. 운전도 내가 해야한다. 그리고 난 스토리를 씹뜯맛즐 하고싶은 성격이라, 영상을 보는데 민폐일 것 같았다.</div> <div>그리고 혼자서 영창피아노를 깨부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맑은 소리 고운 소리 영창피아노를 헤비메탈 DMC로 바꿔놓기 전에 이 한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div> <div>"제가 12시엔 자야해서요ㅎㅎ..친추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다음에 기회 되면 도움이라고 크게 소리지를게요"</div> <div>사실이었다. 대화를 나눌 때 이미 11시 30분을 지나고 있었고, 난 축포알바만 하고 자야지...이것만 하고 자야지... 하며 전형적인 겜창의 중얼거림을 통해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다.</div> <div>그런 나에게 신과 같이 다가온 그는, 술이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따온다는 관운장의 스탠스를 뒤집어 쓰고는</div> <div>"12시전에 다 끝나요. 걱정 말고 빨리 바리로 와요. 지금 기다리고 있어요"</div> <div>관운장의 스탠스 탓일까. 나는 그의 패기에 짓눌려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홀린 듯 바리던전으로 가는 문게이트를 열었다.</div> <div><br></div> <div>인사를 간단히 나누고 던전에 들어갔다. 화려한 옷과 게임과 어울리지 않는 스쿠터 펫을 타고 나를 기다리던 그는, 일분 일초가 아깝다는 듯 달리기 시작했다. 내 생에 첫 파티플레이였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고수의 플레이를 잘 보고 영창피아노를 깨부술 방법을 연구할 생각에 열심히 달려갔다.</div> <div>하지만, 뭔가 이상했다.</div> <div>나는 몹을 하나하나 전부 다 잡고 지나갔는데, 그는 최소한의 열쇠만 얻고 다른 몹은 다 버리고 갔다.</div> <div>내가 산이 거기 있으니 오르는 타입이라면, 그는 산을 왜 오르냐. 피하면 될 것을. 이라며 순식간에 던전을 훑어내려갔다.</div> <div>미친.... 난 왜 저 생각을 못하고 몹들을 하나하나 상대했을까...</div> <div>고수의 플레이 방식을 보기도 전에, 그는 스쿠터의 빠른 기동력을 이용해 나보다 먼저 던전을 치고 나갔고, 그의 고마력 스쿠터에 맞서 달리기에 내 비루한 제설용빗자루는 너무 느려터졌다.</div> <div>그러던 어느 방. 날 죽인 그놈들이 나타났다. 열심히 따라잡은 덕에 겨우 타이밍이 맞은 나는, 그의 전투 스타일을 보고 팅을 막을 방법에 대해 연구하리라 다짐하고 그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다.</div> <div>그런 내 기대와 달리, 그는 그저 허공을 뱅글뱅글 돌며 총을 쏠 뿐이었다.</div> <div>정말 그뿐이었다.</div> <div>날 괴롭히던 영창피아노의 맑은 소리도, 다중인식의 난해함도 그의 총알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다.</div> <div>내가 박쥐를 잡듯 그는 메탈스켈레톤을 때려잡았고-총으로 쏴죽였으니 때려잡았단 표현은 적절치 못하지만, 이 단어 외에 내 부족한 어휘력으론 그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순식간에 던전은 진행됐다. 몹이 정리되는걸 보고 황당함과 허무함과 놀람에 채팅창에 "?" 한 단어를 치기도 전에 그는 이미 다음방으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br></div> <div>나는 그가 버그를 쓰는건 아닐까... 이게 말로만 듣던 짱깨들이 쓴다는 몹순삭 핵인가... 같은 넥슨게임인 카트라이더의 자석 아이템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가는 계단을 찍은건 아닐까.. 의심하며 그를 계속 따라다녔다.</div> <div>순식간에 저세상으로 넘어가고, 녹색 구슬 던전을 격파하고, 검은 구슬 던전 또한 같은 패턴이었다.</div> <div>그의 공중제비를 견뎌내는 몹은 존재하지 않았고, 운 좋게 범위에서 벗어난 몹들 또한 평타 한두방에 동료와 같이 향냄새를 맡으며 사라져갔다.</div> <div>마지막 여신의 펜던트 퀘스트를 남겨놓고, 그는 퀘스트 대화를 읽고 온 나를 마치 뒤에서 지켜보기라도 했다는 듯</div> <div>"도우갈 건방지죠? 중2병 새끼...나를 이겨볼테면 이겨보라니.."</div> <div>한마디를 남기고 던전으로 들어갔다.</div> <div>그래도 여신을 구하는 마지막 던전이어서 그랬을까. 그는 전보다는 평타의 비율이 높아졌고, 공중제비로 방이 클리어 되지 않자 12시..12시..중얼거리며 스쿠터를 더 빠르게 몰았다. 여전히 빗자루로 따라잡지 못하는 나는, 저 스쿠터는 8기통일거라 믿으며 열심히 쫓아갔고, 어느 새 마지막 보스방에 도착했다.</div> <div>나는 그에게 영상을 전부 보고싶고, 대화를 씹뜯맛즐 하고싶다고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영상을 지켜봤다.</div> <div>키홀과 마우러스의 대립. 깨어나버린 글라스 기브넨.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감탄하기도 하고, 기브넨이 천장에 매달린 쇠사슬을 끊으며 울부짖는 부분에서 나는 덜컥 겁이 났다.</div> <div>아무리 괴물같은 힘을 보여준 그라도 글라스 기브넨을 둘이 온건 실수였나... 내가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고기방패라도 되어야 하나...</div> <div>마영전의 글라스 기브넨을 떠올리며 몸서리치다 영상이 끝났다.</div> <div>그리고, 다시 영상이 시작됐다.</div> <div>????</div> <div>??????</div> <div>그는 파괴의 화신이라는 글라스 기브넨을 단 한방에 제압했다.</div> <div>아니...파괴의 화신이라며... 에린을 멸망시킨다며... 어쩌면 이 사람이 파괴의 화신인건 아닐까... 어쩐지 던전 중간에 갑자기 100만볼트를 충전하는 모 만화의 전기쥐처럼 몸에 전기를 두르고는 주변 적들을 번개로 몰살시킬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신은 모리안이고 악신은 키홀이고.. 이사람은 악마인가... 내가 악마한테 영혼을 판건가... 이제 난 어떻게 되는거지.. 가진걸 모두 놓고 가면 목숨마저 죽일까...</div> <div>마지막 스토리에 부녀간의 정을 느끼며 감동받기에 내 충격은 너무 컸고, 내 마음은 공포에 가득 찼다.</div> <div>대화가 끝난 후 티르코네일로의 귀환. 그는 나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고 해줬고, 내가 입고 있는 갑옷이 흉하다며 옷을 주고는 떠나갔다.</div> <div>그 시간이 11시 58분. 그의 말대로 12시 이전에 모든 상황은 끝이 났다.</div> <div>그가 떠난 후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나는 마법에서 풀린 신데렐라처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꿈을 꾼 건 아닐까... 어떻게 글라스 기브넨을 한방에 죽인걸까.. 역시 핵인가.. 완전 탐난다.. 아니 신고를 해야하나..</div> <div>꿈이라고 믿기엔 그가 내게 남긴 아이템과 퀘스트 클리어의 징표인 여신의 인챈트는 내 인벤에서 영롱히 new를 띄우며 빛나고 있었고</div> <div>메신저 창에 그의 닉네임은 여전히 남아있었다.</div> <div>그리고 결국, 난 인벤정리만 하고 자야지...알바 한 번만 하고 자야지...를 중얼거리다 2시 반에 잠들었다. 명불허전 겜창같으니...</div>
    겨울을걷는다의 꼬릿말입니다
    글을 저렇게 썼지만 저를 도와주신분은 굉장히 젠틀하시고 친절하셨으며 또한 과묵하셨습니다.
    12시 이내에 던전을 끝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채팅을 하지 않으신 것 같긴 한데 저같은 꼴뚜기가 과묵하면 꼴값이고, 그분이 과묵하니 참 있어보였습니다.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건 비단 처음은 아니지만 사랑에 빠질것 같았지만
    12시 종이 울리자 제 성 정체성을 다시 깨닫고 흐트러진 마음과 옷 매무새를 추슬렀습니다.
    다음은 G2. 모리안이 저에게 빛의 기사가 되어달라고 하네요.
    맨날 서서 나한테 시키기만 하네 망할년
    모델링 잘 뽑았으니 봐줘야겠습니다.
    그나저나 마리는 언제 저렇게 성장해서 나오가 된거지... 모리안이 키웠다더니... 그 터질듯한 핥빝은 모리안의 유전인가... 아니면 실루엣으로만 보였던 마우러스의 부인 사라가 실제로 보면 굉장히 터질듯한 글...솜씨를 자랑했었나 의문이 드는 밤이었습니다.
    도와주신 침묵의 도우미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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