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짓 "솔로 천국·커플 지옥"을 준엄하게 외쳐봐도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지는 계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크리스마스' 하면 주저없이 '커플'을 떠올리는 연상 작용이 생긴 것은 언제부터일까?
그 바람에 해마다 이맘 때면 솔로들은 12월 23일에 밤샘해서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동면에 들어가겠다는 등의 서글픈 대비책을 내놓곤 했다. 하지만 단지 애인이 없다는 이유로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외로운 솔로들이 유쾌하고 발랄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들어봤다.
■크리스마스 대비 소개팅이 대세
"몰랐어요? 크리스마스 앞두고 소개팅 하는 게 요새 트렌드에요."
취업준비생 손경진(25·여)씨는 최근 주변의 솔로 친구들에게 '급(急) 소개팅(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급하게 성사되는 소개팅)'을 두 건이나 주선했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이성 친구를 소개해주기 위해서다. 손씨는 크리스마스를 동성 친구와 함께 보낼 생각이 있냐는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크리스마스까지 동성 친구랑 같이 있기는 싫다"라고 말했다.
꼭 애인은 아니더라도 이성 친구와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고 싶다는 것이다. 이제 손씨는 친구들이 주선해 줄 '보답' 소개팅을 기다리고 있다. 손씨는 그 동안 꿈꿔온 키 큰 훈남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할 수 있을지 벌써 기대에 부풀어 있다.
■남자끼리면 어때?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솔로끼리 모이면 연인을 부러워 하며 '술이나' 마셔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동성끼리도 연인 못지 않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신세대 솔로들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가거나 근사한 호텔 방을 잡아놓고 와인 파티를 즐기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서울 신림동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남자 고시생 한모(21)씨는 오는 24일 동성 친구와 함께 이승철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갈 계획이다. 한씨는 "남자들끼리 크리스마스 이브 콘서트에 간다고 했더니 내 성적 정체성을 달리 보는 사람들이 있더라"라며 주변의 오해를 전했다.
한씨는 "남자들이 모이면 왜 꼭 술만 먹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남자들끼리도 충분히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낼 수 있다고 자부했다. 한편 대학생 장모(22·여)씨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 논현동에 있는 호텔 룸에서 언니들과 와인 파티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나홀로족 '나'에게 선물줄래
이성이든 동성이든 아예 '크리스마스를 누군가와 함께 보내야 한다는 생각' 자체에 반기를 드는 사람도 있다. 커피 전문점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직장인 이은정(25·여)씨. 이씨는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삼청동에 있는 북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겠다.
그 다음에는 명동에 있는 백화점에 들러 2007년을 무사히 보낸 나 자신에게 줄 선물을 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크리스마스를 꼭 남자 친구와 함께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생긴 거냐"라며 혼자서도 충분히 멋진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구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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